희망을 두루 보여주는 ‘희망농원’-순간을 영원으로(#188)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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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포도 꽃이 피리라. 이번 답사는 정읍 신태인에 있는 포도나무를 주로 키우는 ‘희망농원’을 다녀왔다. 이름 그대로 희망을 두루 찾을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내가 본 첫 희망이라면 대를 잇는다는 점이다. 지금 농장 대표는 한남용(79세) 선생이다. 명함을 보니 여러 직함이 있지만 그 가운데 ‘2대 농부’라는 말이 특별하다. 선친께서 원예 기사를 하셨고, 아들이 농장을 물려받아 함께 일구고 있다. 아들은 3대 농부다. 이야기 중간에 대를 잇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만큼 자부심이 크다.

결혼이나 연예조차 어려운 요즘 세상에서 부모가 하는 일을 자식이 물려받는 것. 그리고 다시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것. 경제는 물론 삶의 철학과 자부심을 함께 하지 않으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반대로 공유만 된다면 그 힘과 지혜와 기술은 쌓여가지 않겠나. 물론 꾸준히 일구어온 땅의 힘도.

둘째는 과일 나무 한 그루가 가지는 힘이다. 이 곳 포도 그루마다 다 이야기를 품고 있었지만 아주 특별한 나무 하나, ‘경조정’이란 포도나무다. 한마디로 거대하다. 나무줄기가 아이 몸통만하다.

이 한 그루에서 포도가 잘 열릴 때는 1300키로 그램. 적게 열릴 때도 780키로 그램이 나온단다. 그나마 이곳은 농장이 좁아 가지를 잘라주어서 그렇지 덩굴이 뻗어가는 대로 그냥 두면 1000여 평을 차지한단다. 포도도 2톤, 3톤까지 달고. 이 농장에서 본 포도 한 그루는 대충 눈 어림짐작으로 70~80여 평을 차지한다. 직접 보지 않고는 믿기지 않을 거 같다.

보통 대량 생산 체계에서는 포도나무 한 그루 수명이 짧다. 20살이 넘어가면 생산량이 떨어지며 늙었다 한다. 그래서인지 포도나무는 보호수 보기가 어렵다. 세계적으로는 슬로베니아에 400살이 넘은 포도나무가 있단다. 이제는 먹을거리를 넘어,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모아야하지 않을까.

셋째는 치유로 거듭난, 전인에 가까운 삶이다. 한 선생이 유기농을 하게 된 계기는 자신의 병과 관련이 있다. 69년 암을 비롯한 여러 합병증으로 일주일도 못살 거라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포도 요법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안전한 농산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고, 사람을 농약으로부터 지켜야겠다는 신념으로 1972년부터 유기농을 시작했다. 94년에 우리나라에서 포도 유기재배 1호 인증을 받는다. 게다가 지금은 땅심을 살린 결과, 21년째 무투입(거름조차 넣지 않고 초생재배) 농법으로 짓고 있다.

죽음 문턱에서 되살아나며 더불어 삶을 더 크게 확장한다. 공부하고, 조사하고. 연구하고, 실험하는 삶. 집은 아주 작은 데 집 옆에 마련한 도서관에 책은 엄청나다. 포도나무 원종을 알아보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곤 했다. 한두 가지 품종에 치우치는 게 아니라 두루 재배하여 환자들에게 먹이면서 그 결과를 꾸준히 점검한다. 명함 직함으로 ‘포도요법 치료사’도 있다. 550여종 포도를 키워 보았고, 현재는 50여종을 기르고 있다.

또한 포도를 생산, 유통만하는 게 아니라 가공과 발효 식품(식초)에도 열정을 쏟아 관련 특허를 몇 가지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실력으로 중국에 객원교수로도 초빙되어 오래도록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방송은 물론 여러 농촌 기술센터에 중요 강사로 후학을 양성한다. 한마디로 농부이자, 학자이며, 치유사다. 온몸으로 살아가는 전인이라고도 하겠다.

넷째는 ‘더불어 희망’이라고 할까. 이 곳 희망농원만 포도를 유기재배를 하는 게 아니라 마을 단위로 유기재배를 한다.

끝으로 나무에 대한 사랑이다.
“나무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아 주인에게 보답을 많이 해줍니다. 365일 날마다 자라고 유익을 주는 거지요. 사람을 건강하게 해 줍니다. 신선 仙자를 보면 사람이 산에 살면 신선이 되요.”

한 선생은 머리가 완전히 하얗다. 나이에 걸맞게 참 자연스럽다. 얼굴은 윤이 나고, 목소리가 맑다. 사실 누군가 이웃이 그저 이 땅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만 해도 희망적이다. 그러니 희망농원은 얼마나 희망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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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두루 보여주는 ‘희망농원’-순간을 영원으로(#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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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일을 격고난 사람만의 신념으로 일구어낸 결과 경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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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엄청난 삶의 전환입니다.

포도나무가 엄청 크네요!
어린시절에 할머니집에 포도나무가 있었는데, 포도나무는 특히나 벌레가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직접 보면 더 실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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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그루에서 포도가 잘 열릴 때는 1300키로 그램. 적게 열릴 때도 780키로 그램이 나온단다. 그나마 이곳은 농장이 좁아 가지를 잘라주어서 그렇지 덩굴이 뻗어가는 대로 그냥 두면 1000여 평을 차지한단다. 포도도 2톤, 3톤까지 달고. 이 농장에서 본 포도 한 그루는 대충 눈 어림짐작으로 70~80여 평을 차지한다. 직접 보지 않고는 믿기지 않을 거 같다." 라고 소개하는 포도나무는 보호수로 지정이 되어야 겠어요..

그러게요. 보호수로 지정받으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

보호수 지정은 산림청장 또는 지자체장이니 관련 부서와 협의하면 도움받을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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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보고 싶습니다~!!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고 싶었었는데 유익한 정보 고맙습니다~^^

포도나무는 한그루가 뻗어나간다는데..참 대단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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