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아이슬란드 겨울] 따뜻한 노천온천 블루라군(Blue Lagoon)에서 남이 입었던 가운 주워입은 이야기

in #tripsteem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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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보다 부유할 수 있으나, 자유로울 수 없다
You may be richer than me, but you will never be free like me



안녕하세요.
Capitalism에서 Humanism을 찾는 프로 노숙자,
@rbaggo 입니다.





10일간의 아이슬란드 겨울 여행기입니다.




오늘은 아이슬란드의 인기 관광지인 블루라군(Blue Lagoon) 스파 여행기입니다. 블루라군은 스파이면서 호텔도 제공하고 있는데요. 저는 돈이 없는 가엾은 여행자이기 때문에 당일치기를 한 후 공항 가서 노숙했습니다.

블루라군으로 가는 버스는 대형 여행사에서 운행하는 Gray Line이나 Fly Bus를 타지 않고, Bus Travel이란 회사의 픽업을 요청했어요. 레이카비크(수도) - 블루라군 구간이 편도 2,500크로네(약 23,250원)인데 반면, Bus Travel은 1,500크로네(13,950원)였거든요.

이와 별도로

  • 대형 여행사에서 하는 버스 Gray line, Fly bus는
    레이카비크(수도) - 블루라군(스파) - 케플라비크(공항) : 4,000 크로네
  • 소형 여행사인 Bus Travel은 레이카비크(수도) - 블루라군(스파) : 2,500크로네

운행편을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저는 블루라군에서 스파를 즐긴 후, 공항으로 넘어가 노숙을 하며 1박을 해야했던 터라 시간도 많았고, 공항까지 2~3시간 걸어가면서 못 본 오로라를 볼 예정이었어요ㅎㅎㅎ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점점 유황냄새가 심해져 오는 것이 블루라군에 거의 다다른 듯 했습니다. 입구가 보이기 시작하고, 주차장에는 인기 여행지를 증명하듯 수많은 여행사에 나온 차량이 있었습니다.




블루라군은 입장시간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있어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2시간 정도가 이용 가능한 시간이었던 것 같고, 제 입장시간은 마지막 시간대인 저녁 8시쯤이었어요. 시간을 잘못 맞추면 계속 줄을 서있어야 해요. "혹시 몰라서 2시간 일찍 6시에 왔어요" 하고 말하니, 직원이 흔쾌히 "들어가도 돼요~" 하고 흔쾌히 수락해줬음어요.

그리고 저는 기본 입장 티켓만 샀어요. 보통 티켓은 구매할 때 3가지 정도로 나뉘는데요.

  • 기본 입장
  • 기본 입장 + 가운이랑 타월?
  • 기본 입장 + 가운 + 타월 + 개인 스파 + 음료 등등

이 외에도 1박을 하는 호텔 숙박이 있으나 이것은 논외로 하면, 간단히 3가지입니다.




문제는 락커에 제 배낭이 들어가느냐 였습니다. 제 배낭은 45+5L로 비상식량과 함께 늘어나있는 상태였죠. 그러나 두바이에서 Aqua adventure waterpark(아틀란티스 호텔 워터파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가방 안에 담겨있던 모든 짐을 꺼내어 차곡차곡 정리하니까 다 들어가더군요.

그리고 음료나 먹을 것 이런게 너무 비싸기 때문에, 두바이 아쿠아어드벤처나 여기 블루라군이나 다들 몰래 음식물을 사오거나 반입해서 들어오더라고요. 아이슬란드 물가 + a 입니다. 두바이도 생각해보니 햄버거 세트가 거의 100디르함(3만원) 정도 했었으니 굉장히 비쌌습니다. 이를 대비해서 기욤네 집에서 면요리를 많이 해서 2봉지를 만들어 비상식량으로 싸왔습니다.




여긴 블루라군 내에 있는 샤워장입니다. 블루라군 들어가기 전에 깨끗히 씻는 것은 필수이죠. 샴푸+린스와 컨디셔너까지 제공합니다. 블루라군 물에 석회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들어갔다 나오면 머리결이 뻣뻣해진다고 해요. 그래서 머리카락은 물에 담그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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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들어가봅시다! 처음에는 왜 가운을 빌리나 했었는데요. 와... 블루라군 내부에서 풀까지 들어가는데 15걸음이 채 안되는데, 매서운 겨울바람이 몸을 휘감았습니다. 진짜 춥더라고요... 가운을 보니까 사람들이 입고 외부로 나와서 풀로 들어가기 전에 옷걸이에 걸어두더군요. '저러면 누구껀지 알 수도 없어서 남이 입던 것도 입고 그러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다시 탈의실로 돌아왔습니다. 탈의실에는 직원이 한 명 상주하면서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요. 그 직원이 저를 빤히 보다가 잠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무렵, 남이 벗어놓은 가운을 하나 주워들었습니다. 뭐 어짜피 샤워한 사람들이 한 번 입고 벗은 건데 별 거 없죠.ㅎㅎ




가운을 입고 나오니 따뜻하고 아주 좋았습니다. 가운이 없는 경우에는 보통 큰 타월을 챙겨와서 라군에 들어가기 전과 이동 시에 입거나 덮고 다녀야 하는데요. 아니면 정말 추워서라도... 보니까 가운을 계속 입고 있는 것도 아니고, 라군 들어가기 전 잠깐 입더라고요. 돈 아까워 ㅠㅠ




이제 진짜로 들어가봅니다. 기대되네요.




블루라군은요. 다리 건너 있는 작은 바에서 음료나 술을 사서 노천욕을 하는 동안 즐길 수도 있어요. 와인 잔을 들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이곳엔 특별한 게 하나 있는데요. 바로 실리카 머드(silica mud)입니다. 저 나무 틈 사이로 국자를 이용해 머드를 퍼서 얼굴에 펴바르고, 30분~1시간 이후에 씻어내면 된다고 해요.




피부가 정말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제가 간 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이었는데요. 갑자기 맑게 개이면서 햇빛이 비춰서 좋았어요.

블루라군은 별로 안 따뜻해서 아이슬란드 동북부에 있는 뮈바튼(Myvatn)으로 가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오히려 블루라군은 원형의 나무판이 있는 특정 장소에 가면 뜨거운 물이 나오는 구멍이 있는데, 그곳이 엄청 따뜻해서 훨씬 좋았습니다. 뮈바튼보다 더 따뜻했어요.




밤이 되면 더 분위기 있고 좋습니다. 다만 마감시간이 있으니 그 부분만 유의하시면 될 것 같아요.




원래 주워 입었던 가운인지 아니면 밖에서 또 다른 사람과 바뀌었는지 모르는 가운을 걸치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탈의실에 와서 거울 앞에 섰는데! 귀에 아직도 실리카 머드가 남아있네요. 깨끗히 잘 씻어줘야합니다.




이용을 마감하고 나갈 때는 개찰구에 입장과 식품 구매를 위해 사용하는 전자팔찌를 반납하면 됩니다.




나가는 길 마지막에는 상품 구매를 위해 실리카머드 화장품 매장을 지나도록 해두었더라고요. 머드를 바르고 나서 왠지 피부가 매끈매끈해 진 것 같기도 하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배고파서 만들어온 간장을 베이스로 한 볶음면을 먹으며 길을 걸었습니다. 10일간의 겨울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서 오로라는 정작 보지 못했는데요. 뭐 이유는 새벽마다 날씨 좋은 날에 나가서 하늘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도 귀찮고... 현지에 사는 외국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게 더 즐거워서 그렇기도 했고요.




저번에 차를 태워줬던 중국 친구들 기억나시죠? 그 친구들이 아이슬란드 동북부에 갈껀데 같이 가자고 물어봤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카우치서핑 잡힌 게 있어서 그냥 레이캬비크에서 보내기로 했는데요. 다녀와서 멋진 오로라 사진을 보내오더라고요. 진심 부러웠습니다...크읍...뭐 아직 캐나다와 러시아를 제대로 여행하지 않았으니 언젠가 볼 날이 있겠죠 ㅎㅎㅎ




사실은 어차피 공항에서 노숙을 해서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야하고, 오로라도 보지 못해서 블루라군에서 케플라비크 공항까지 3시간 정도 하늘을 보고 걸어가면서 오로라를 기대해보려고 했는데요. 걸어가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그냥 내 앞에 서더니, 타고 가라며 강제 히치하이킹 당했습니다. 허드슨과 란이라는 이 친구들은 아이슬란드 와서, 여행지도 안 정하고, 호텔도 정한 거 없이 일단 도착하자마자 차만 렌트해서 공항에서 여기 블루라군으로 왔다고 하네요ㅎㅎ

아무튼 그들은 레이카비크로 가는 길이었기에, 블루라군에서 레이카비크와 케플라비크 공항 갈림길 로터리에서 나를 내려줬어요. 그리고 내려서 걸어가려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어요. 그 때, 내가 허드슨과 란의 차에서 내리는 것을 뒤에서 운전하다가 본 Lucas가 어디가냐며, 마침 케플라비크 공항 쪽에 살아서 그리로 간다며 태워주더군요.




심지어 2번째에 태워준 Lucas는 블루라군 직원이었는데, 마감하면서 남은 스시박스를 2개 챙겨왔다면서 하나는 저 먹으라고 챙겨줬습니다..ㅎㅎㅎㅎ




그렇게 맛있는 스시를 먹고, 공항에서 매트를 깔고 잠들었습니다. 현금인출기 옆에 자리 잡았는데요.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길까 고려했는데 당시가 2월의 추운 겨울이라서 공항에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강행했습니다. 한 10명 정도... 나중에 아주 이른 아침 5시~6시나 되서야 사람들이 공항에 오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노숙한 이유가 몇 가지 있었는데요.

  • 현금인출기 옆이라서 뒤에 전기코드가 있습니다!(제일 중요, 충전 용이) 확실하게 호텔 등을 잡지 않는 서바이벌 여행에서는 전자기기가 하는 역할(구글맵:지도, 연락기능:WIFI를 이용한 메신저) 등을 고려할 때, 늘 충전을 고려해야 하죠.

  • 밝아서 도난이나 신변 걱정의 문제가 적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매우 안전한 국가 중 하나로 염려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항상 유의했습니다.





오늘로 아이슬란드 겨울 여행기를 마치고, 스위스 여행기를 이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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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아이슬란드 그린다비크 Blue Lagoon
● Keflavík International Airport (KEF), 케플라비크 아이슬란드



[꽁꽁 얼어붙은 아이슬란드 겨울] 따뜻한 노천온천 블루라군(Blue Lagoon)에서 남이 입었던 가운 주워입은 이야기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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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남의 가운을 입으시었든 봉투에 들은 국수를 디시었든 부러운걸 어쪄지요? 저는 그리 여행을 하면 아마도 길거리에 앓아 누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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