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3-7. [UAE] 루브르 아부다비 #3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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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세계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14세기 후반의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되었다. Renaissance는 부활, 재생이라는 뜻으로, 오로지 종교를 위해서 살았던 중세 시기를 암흑기로 보고, 그전의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예술을 다시 부흥시키고자 했기에 이러한 이름이 사용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들은 복합적인 이유로 종교가 아닌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인본주의 정신을 계승
  • 14세기 초 흑사병 창궐로 인해 유럽 인구의 1/4이 사망
  • 16세기 초 부패한 교회의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며 시작된 종교 개혁[1]

그리고 그 결과, 성모와 예수, 동방박사, 예수의 제자가 아닌 일반인이 아래와 같이 그림의 주제로 등장했으며, 인간의 감정 또한 그림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머리 장식을 한 여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탈리아, 1495-1499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그림, 조각, 해부학, 발명, 과학, 음악, 요리, 문학, 수학, 건축 등 너무나 여러 방면에 관심이 있었기에 실제로 남은 그의 미술 작품은 별로 없다.

그는 또렷한 윤곽선 대신 자연스러운 명암을 이용하는 스푸마토 기법[2]으로 유명한데,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인 <모나리자>는 애석하게도 그의 출생지인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이는 그가 말년에 프랑스 국왕의 초청으로 프랑스에서 생활하다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며, 이후 왕실에 팔렸던 그의 그림들은 프랑스 혁명 이후에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3][4]



거울 앞의 여인, 티치아노 베셀리오, 이탈리아, 1515

티치아노는 베네치아(이탈리아) 출신의 화가로, 색채 사용에 뛰어났으며 초상화로 유명해 궁정 화가로도 활동하였다. 이 그림 속의 여자는 남자가 들고 있는 두 개의 거울을 통해 머리 뒤 장식을 확인하고 있는데, 당시 그림에 사용된 '거울'은 허영심, 세월의 덧없음을 뜻했다고 한다.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15세기 말, 16세기 초의 그림은 이전 글에서 소개한 그림들과 달리, 사람을 거의 실제와 같이 묘사할 수 있었기에, 이 시절 이후의 화가들은 유명해지기 위해 색다른 자신만의 화풍을 찾아야만 했다.



망루의 아폴로, 프란체스코 프리마티초, 1542-1543

뒷모습이 매력적인 이 아폴로 동상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이는 이 동상이 고대 그리스-로마의 예술을 재현한 한 예로, 2세기에 만들어진 아폴로 대리석상을 모방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며, 그 원본의 대리석상은 바티칸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2세기에 만들어진 그 대리석상 또한 기원전 330~320년에 만들어진 아폴로 동상을 모방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아쉽게도 그 동상은 소실되었다.[5]


한편, 같은 시기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기하학적 패턴과, 꽃무늬를 이용한 예술이 시작되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인물 또는 동물을 그리는 것이 제한됨에 따라 이러한 방향으로 예술일 발전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기하학적 패턴과 꽃문양은 현대의 이슬람 건축물, 도안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기하학 무늬의 문, 맘룩 왕조(이집트), 1500



기하학 무늬와 문장이 있는 문, 스페인, 1500



꽃 문양의 타일, 오스만 제국(터키), 1570-1580


천지학

제 7 전시실 옆에는 <천지학>이라는 주제를 가진 전시실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대항해시대의 물품과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아킬레우스를 알아본 오디세우스, 프란츠 프란켄 2세, 벨기에, 1620

이 그림은 신화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인데, 신화 외에도 앵무새, 류트, 도자기, 꽃 등이 그림에 함께 등장하였다. 16세기 후반의 유럽에서는 인물화에 이어 정물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개척된 신항로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귀중품이 수입되던 시절이라 부를 나타내기 위한 목적으로 지도, 자기, 보석, 진귀한 동물 등을 그림에 포함시키곤 했다.



포르투갈 상인이 일본에 도착하는 장면을 그린 병풍, 일본, 1625

포르투갈이 일본에 처음 도착한 것은 1543년이었다.[7] 일본은 완전히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지만, 나가사키에 만든 인공 섬, 데지마에 한해서는 무역을 허락했기에 총기를 수입하고 나아가 유럽에 일본을 알릴 수 있었다.
만약 포르투갈 상인들이 한국에 먼저 도착했다면 역사가 바뀔 수 있었을까?



인도양 해도, 네덜란드, 1680



지도, 이탈리아, 1697

17세기 후반에는 호주 동부와 뉴질랜드, 남극, 북극을 제외한 나머지 항로가 모두 개척되었다. 아쉽게도 아부다비 루브르에서는 그 이전의 지도는 보기 힘든데, 만약 고지도와 당시 선박에 관심이 있다면 암스테르담에 있는 해양 박물관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찍이 풍경화를 그린 아시아와 달리, 유럽에서는 14세기가 되어서야 배경으로써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원근법의 발견과 함께 풍경을 그리는 기법이 발전하였으나, 종교적 주제나 인물 없이 오로지 풍경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은 15세기가 되어서야 작은 크기로 그려지기 시작했고, 17~18세기에 성행했다.


바벨 탑, 아벨 그리머, 벨기에 1595

하늘까지 바벨 탑을 쌓으려던 인간에 분노한 신이 단 하나였던 인간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했다는 내용은 구약성서인 창세기에서 언급된다.

종교개혁 이전의 성경은 오직 라틴어로만 기록되었으나, 종교개혁과 함께 개신교가 등장하면서 성경이 각기 다른 나라의 말로 번역되었다. 때문에 이 시기에 들어 바벨탑을 그리는 것이 유행하였다.[6] 사실 이 그림이 왜 <천지학>에 있는지는 의문이다.



브라질 사탕 수수 농장의 거주지, 프란스 포스트, 네덜란드, 1650~1655

새로운 항로를 발견하고 식민지를 개척하기 시작했던 16세기에는 포르투갈이 브라질을 지배했으나, 17세기에는 네덜란드가 영토의 일부를 빼앗아 약 25년간 통치했다.[8] 수리남의 경우도 네덜란드 식민지였기에 당시의 플랑드르(네덜란드, 벨기에) 화가들은 수리남, 브라질을 여행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그렸다.


8. 장엄한 궁전


16세기 말부터 18세기 중반까지를 일컫는 바로크 시대는 강렬한 명암 대비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회화와, 종교 또는 왕권을 되살리기 위해 웅장하게 지은 건축물로 유명하다. 그 건축의 예에는 바티칸 대성당, 베르사이유 궁전 등이 있다.



야곱의 꿈,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세비야(스페인), 1665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이 이미 웬만큼 사람을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일까? 바로크 시대의 그림은 사람의 표정, 빛에 대한 표현을 이용한 명암 대비, 동적인 포즈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시대의 유명한 화가로는 카라바조, 베르메르, 렘브란트 등이 있다.


새로운 항로의 개척 후 대륙 간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각국의 왕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뽐내길 원했다. 때문에 비록 화풍은 다르지만, 값비싼 옷과 무기를 두르고 말(또는 코끼리)을 탄 기마 초상화가 세계 각지에서 유행했다.


루이 14세의 기마 초상, 르네 앙투안 우아스, 프랑스, 1674



무굴 제국의 통치자 Shuja-ud-Daulad와 그의 아들, 틸리 케틀(영국), 인도, 1772



벵갈 호랑이 사냥, 인도, 1800


9. 생활에 대한 새로운 예술

18세기 로코코 시대에는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보다는 아름다운 실내 장식에 중점을 두었고, 의복 또한 무거운 벨벳 대신 비단을 주로 이용했으며, 당시의 그림 또한 밝고 섬세하면서도 화려하다.[9]


오스만 제국에서의 Confiz Anton Ulfeldt 백작(오스트리아), 진 에티엔느 리오타르드, 이스탄불(터키), 1740-1741



마리뉘 후작과 부인의 초상, 루이 미쉘 반 루, 프랑스, 1769



중국 풍경,
Jean-Baptiste Pillement, 파리(프랑스), 1765-1767

도자기로 유명했던 중국의 물건은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때문에 당시에 꾸며진 왕궁들 중에는 중국산 도자기나 가구로 꾸며진 방이 존재하기도 하며, 그 외에도 옷, 실내장식 등 다양한 물품이 유럽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한 번도 유럽 밖을 떠나보지 못한 화가들도 중국의 풍경을 상상하며 그릴 수 있었다.[10]


또한 이 시기에는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는 계몽사상이 급진적으로 퍼지면서 결국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다.


1800년 5월 20일,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자크 루이 다비드, 프랑스, 1803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그림은 서로 다른 다섯 가지 버전이 있다.[11] 나폴레옹이 두른 망토, 허리끈, 장갑과 말의 색이 다르며 어떤 그림에서는 나폴레옹의 머리가 좀 더 길기도 하다. 이 또한 용맹함과 권위를 나타내는 마상 초상화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을 때 탄 것은 얌전한 노새라고 한다.[12]



미합중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길버트 스튜어트, 미국, 1822




Reference

[1] 면죄부 판매의 부당성을 알리다
[2] 스푸마토
[3] 레오나르도 다 빈치
[4] La belle ferronnière
[5] Belvedere Apollo
[6] The Tower of Babel (Bruegel)
[7] 남만무역
[8] Dutch Brazil
[9] 로코코
[10] 시누아즈리
[11] Napoleon Crossing the Alps
[12] 나폴레옹은 왜 노새 타고 알프스 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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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Louvre Abu Dhabi - Abu Dhabi - United Arab Emirates

관련 링크
https://www.louvreabudhabi.ae/


여행을 추억하다. [UAE] 루브르 아부다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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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다닐때 서양 미술사 강의를 2학기 들었는데요 그때 봤던 작품들이 무척 많네요 ^^
좋은 미술품 잘 보고 갑니다 ~

와~ 좋으셨겠어요. 안그래도 학교 다닐 때 서양 미술사 좀 들을 걸 싶더라고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어차피 1~2학년 때 들었던 교양 과목 내용은 대부분 잊어서 들었어도 똑같았을 것 같습니다. ;ㅂ ;

제가 한국으로 들어오기전에 한창 공사중이었는데 벌써 오픈까지 했나봐요~ 조금 아쉽지만 포스팅을 보며 위안삼고 있어요^^

ㅎㅎ 미뤄지고 미뤄지다가 작년 11월 초에 오픈 했어요. 곧 1주년 행사도 해요.

안녕하세요 @tsguide 입니다. 루브르 아부다비 3편으로 돌아오셨군요~ 너무 멋진 것들로 가득하여 어느 작품하나 소흘히 할 수 없군요! 개인적으로는 비록 현실과는 다르지만 나폴레옹의 알프스를 넘어가는 장면을 담은 초상화가 기상을 뿜어내는 것 같아 좋은 것 같습니다~^^ 멋진 루브르 아부다비 여행기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5점이나 그렸을 당시엔 자기가 유배당할꺼란건 상상도 못했을 것 같아 좀 안타깝기도 했어요.

나폴레옹이 얌전한 노새를 탔다는 건 ㅎㅎㅎ 의외인데! ^_^
중국의 풍경이 서양화가의 손으로 그려진 모습은 그럼에도 서양화처럼 보이는...;;상상해서 그렸다는 게 대단해!

응 찾아보니깐 노새 탄 그림도 있더라 ㅋㅋ

지금은 자주봐서 감흥이 사라졌는데, 처음에 그 중국풍의 그림을 봤을 때 정말 마음에 들었었어. 밝은 느낌도 좋고 중국인데 중국아닌 그 묘한 느낌? 상상화라서 더 그런가봐.

미술관에 와있는 듯한 느낌으로 봤어요. 동양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시절의 그림들은 묘하게 두 요소가 섞여있어서 더 이국적인 것 같아요.

네 그렇기도 하고, 한국인인 우리는 동양화도 서양화도 접할 일이 많은데, 이런 종류의 그림은 볼 기회가 적어서 더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공부했던 르네상스를 떠올리게 됩니다~
예술작품에 대한 설명도 그렇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예술 세계의 변화들을 콕콕 찝어 설명해주시니 놀랍습니다.
덕분에 예술작품을 흐뭇한 마음으로 감상했습니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그림은 어디선가 직접 봤던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빈의 벨베데르 궁전에서 보셨을 수도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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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팸플릿으로 써도 되겠어요.
대단하십니다. :D

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그림들 잘 감상했어요. 설명을 들으면서 보니 시대마다 양식이 다르긴 하네요..

유행도 타고, 자신만의 화풍도 있어야 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쉬운 일은 없나봐요. ㅋ

아 갑자기 미술관이 너무 가고 싶어지네요..참 여유없이 사는 거 같기도 하고.ㅎ
이렇게 다양한 문화들을 볼 수 있는게 정말 매력적인 거 같아요.ㅋ
중간에 있는 지구본 훔쳐오고 싶어요.ㅋㅋ 지구본 참 좋아라 해서.

저희 부부도 고지도, 지구본 덕후라.. 올 봄에 지도, 천문학 특별전을 했었거든요. 남들은 30분도 안 걸리는 그곳을 저희는 들어가기만 하면 2시간씩 보고 나왔어요.
확실히 유명 박물관이 들어오니까 좋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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