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 : 여행 사진전] 여행을 추억하다 #3-13. [UAE] 사막을 향해, Qasr Al Sarab Desert Resort.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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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처음으로 부모님을 졸라서 샀던 비디오테이프가 있다. 그건 바로 친구 집에서 봤던 '알라딘'이었다. 영화를 통해 빠져들었던 사막, 그리고 중동의 풍경이 나를 아부다비로 향하게 한 하나의 잠재적인 요인이었을까?


아부다비에 오기 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것은 Qasr Al Sarab Desert Resort라는 곳으로 내가 상상하던 사막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었다.

아부다비에서 가까운 사막은 편도로 40분 만에도 갈 수 있지만, 붉은빛이 감도는 광활한 사막을 보기 위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경과 가까운 Liwa 사막까지 가야 하며, 편도로 3시간가량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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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에 왔던 첫해에 리와 사막의 또 다른 여행지인 Moreeb Dune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아무런 준비 없이 점심 먹다가 갑자기 결정한 것이라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사막에 도착했고, 해가 지는 것을 보고 근처의 호텔을 찾아 저녁을 먹고 별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니 밤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그때 그 피곤했던 기억으로 인해서인지 Qasr Al Sarab Desert Resort는 말로만 꺼낼 뿐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랬던 그곳을 드디어 지난달에 다녀왔다. 이번에도 역시 당일치기였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출발했기에 지난번만큼 피곤하진 않았다. 다만 가는 길이 워낙 휑해서 너무나 지루했달까. 유튜브로 듣는 두시 탈출 컬투쇼는 이럴 때 참 도움이 된다.


160km/h. 구간이 길진 않다.


그날 아침 따라 구름이 가득해서 차창 밖으로 빛내림이 보였다. 차 안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자 남편도 아쉬웠는지 결국 간이 휴게소에서 정차해줬다. 이런 모습이 목적지에서도 펼쳐지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그곳엔 구름이 없었다.


2시간 반쯤 운전 후 드디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왔다. 이후 좁은 길로 들어섰는데 그곳 검문소 직원이 운전자의 ID를 확인 후 들여보내주는 것으로 보아 여행자의 경우 여권을 지참해야 할 것 같다.

검문소에서 리조트까지는 높은 모래 언덕으로 둘러싸인 길이 20분 정도 지속된다. 사실 오가는 차도 별로 없어서 잠시 정차하고 사진을 찍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달렸다. 참고로 차를 주차하기 위해 도로 옆의 모래사막으로 빠졌다간 큰일 날 수도 있다. 우리 차도 나름 SUV라 Moreeb Dune에 갔을 때 무턱대고 모래로 잠깐 들어섰다가 바퀴가 빠져서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하필 그 상황에서 네트워크도 잡히지 않아 진땀을 뺐는데, 20여 분을 씨름 후에 운 좋게 빠져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단, 사막에 들어가기 전에는 바퀴의 공기압을 빼야 하고, 오르막길에서는 멈추면 안 된다. 또한 사막 드라이브는 빠질 것을 대비해 2대 이상이 함께 움직여야 하고, 물도 한가득 싣고 다녀야 한다. 물론 빠졌을 경우를 위한 삽과 다른 도구도 필요하다. 또한 아부다비나 두바이에서는 사막 드라이빙을 위한 운전 교습도 따로 운영한다.


드디어 리조트 입구에 도착. 뭔가 아랍의 요새에 진입하는 기분이다.


12월에 방문해서인지 이곳 리조트는 아랍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면서도 곳곳이 크리스마스 소품으로 꾸며져있었다.


이곳에 여행 가던 당시 잠시 불면증에 시달렸었다. 결국 밤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에 잠들었고, 해 뜨기 전에 출발하자던 계획과는 달리 오전 7시를 넘은 후 아침도 못 먹은 채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때문에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허기부터 달래기로 했다.

나의 아침은 터키시 커피. 평소에도 자주 주문하는 메뉴지만, 이곳에서 사막 풍경을 보며 마시는 터키시 커피는 또 색달랐다.


이곳에 오기 전엔 작은 리조트를 예상했지만, 직접 와서 보니 규모가 꽤나 컸다. 본 건물 이외에 멀리 보이는 리조트 단지는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풀빌라 단지인데, 사막의 풀빌라인 만큼 1박에 150만 원이라, 아마도 내가 묵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간단하게 먹은 우리는 저 멀리 보이는 모래 언덕에 올라가기로 했다. 사실 굳이 올라갈 이유는 없는데, 올라가야만 할 것 같이 느끼는 것은 우리만이 아닌 듯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층으로 내려온 후 조경이 예쁜 리조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드디어 모래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이곳에서는 기온이 선선한 11월부터 4월까지 베두인(전통 유목민을 일컫는 말) 그릴과 시샤(물 담배)를 포함한 저녁을 즐길 수 있다. 원래는 부모님이 놀러 오시면 이곳에서 숙박하고 저녁도 즐기려고 했지만, 부모님은 40도가 넘는 한여름에 오시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어느덧 멀리 보이는 리조트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면서 모래와 함께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사막을 걷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1.5L 물까지 준비했지만, 역시 모래 언덕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걷다 보면 단지 토할 것 같을 뿐 왜 걸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걸어야 하는지도 잊게 된다. 결국 우리 역시 어느 지점에선가 멈췄다.



저 작은 발자국은 누구의 흔적일까?

그럼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벼울까?


답은 '아니다'이다.

언덕의 경사에서 미끄러지며 내려오다 보면 신발 안에 모래가 한가득 쌓여 신발이 굉장히 무거워진다. 두 번의 사막 여행을 경험한 후, 털어도 털어도 모래가 나오는 기구한 운명의 이 신발은 그렇게 이 여행 이후에 버려졌다.

사실 모래가 주원인은 아니었다. 나는 주로 뒤에 끈이 없는 샌들을 신고 다니는데, 플립플롭이 허용되지 않는 호텔이 많아 이를 대비해 이 운동화를 차에 여분으로 넣어 두었다. 그런데 여름이 되자 신발 밑창의 본드가 엄청난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다 녹아버렸다. 더 슬픈 건, 며칠 전 창고에서 내 등산화마저 그렇게 녹아버린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사막 체험은 인공호수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


엄청나게 체력을 소비한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도 먹었다. 무타발(가지를 훈제해서 갈아놓은 것), 타불레 샐러드, 허머스와 함께하는 피타 브레드. 닭고기 꼬치구이. 그리고 아마도 '데저트 드림'이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은 칵테일까지. 칵테일 맛은 딱히 특이하지 않았지만, 냉기를 보존해주는 저 컵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식사 후 호텔의 측면을 통해 주차장으로 향했더니 정문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 사진은 돌아오는 길에 만난 차를 타고 있는 낙타. 겨울에 간혹 볼 수 있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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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Qasr Al Sarab Desert Resort by Anantara - Abu Dhabi - United Arab Emirates

관련 링크
https://www.anantara.com/en/qasr-al-sarab-abu-dhabi
https://www.anantara.com/en/royal-pavilion-abu-dhabi


[응모 : 여행 사진전] 여행을 추억하다 #3-13. [UAE] 사막을 향해, Qasr Al Sarab Desert Res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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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부럽지요?

음.. 아무래도 태국에선 보실 수 없는 풍경이라 그런게 아닐까요? 저는 반대로 녹음이 우거진 곳만 봐도 부럽더라고요.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신발 밑창의 본드가 녹아내리다니 정말 차원이 다른 뜨거움이네요 -.-;

네 ㅡ.,ㅡ 해변 가는길에 화장품 파우치를 차안에 넣고 내렸다가 립스틱, 펜슬같이 녹을 수 있는건 다 녹아버린 적도 있어요.

여러가지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생생한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빛내림 사진도 멋있구요!

감사합니다!!! 잠시 내려서 사진 찍은 보람이 있군요 :)

사진 정말 잘 찍으시네요.
구름 가득한 사진은 정말 예술b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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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이란 노래가 생각나네요. 연말이면 적금 타서 낙타를 사고 사막에 가자는... 18세기적 낭만이 가득한 노래.... 였습죠..ㅎㅎ

그런 노래가 있군요. 적금타서 낙타라니.. 뭔가 낭만적면서도 비현실적인 ㅎㅎ

ㅋㅋㅋㅋ 또다시 연세를 노출... ㅋㅋㅋㅋ 새드엠티님....

다채로운 자연의 색들이 없는 담백한 사막 사진과, 정갈하지만 화려한 느낌의 인테리어, 식기, 음식들이 참 잘 어울려요. 써니님 덕분에 여행 코스 목록이 늘어만 가네요 ^^

말씀하신대로 인테리어는 정갈한 반면 소품은 하나같이 화려한 것 같아요. 이상하게 여기있는 동안은 안 사게 되는데, 아마도 이나라를 떠날때 쯤엔 막 사들일 것 같기도 해요.

거리대문에 Tilal Liwa 로 갔었는데 여기가 더 운치있고 좋아 보이네요^^
간만에 사막구경 실컷했습니다~!

틸랄 리와쪽도 멋있죠!! 특히 애들 있는 분들이 많이 가시더라고요. 저흰 거길 지나서 모립듄까지 갔다가
그 높은 곳에서 사람들이 듄배싱하는거보고 아무나 할 수 있는건줄 알고 사막에 잠시 바퀴를 디뎠다가 그만.. ㅡ.,ㅡ

예전에 이집트갔을 때 사막투어를 못하고 온게 제일 아쉬웠어요 다양한 색깔의 모래와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다던데 ㅎ
사막모래는 빨아당기는 힘이 있는거 같아서 가끔 무서울 때가 있더라구요 ㅎ

ㅎㅎ 저도 별 가득한 사막에 가보고 싶어요. 예전에 사막에 갔던 밤은 보름달이 떠서 달빛에 별빛이 많이 가려졌어요. 쏟아지는 것 같은 별은 뉴질랜드, 그리고 몰디브가 더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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