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 : 여행 사진전] 여행을 추억하다 #4-3. [오만] 쿠리얏에서 알 아쉬카라까지.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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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무스카트에서 출발한 우리는 작은 바닷가 마을인 쿠리얏과 비마 싱크 홀을 지나 약 4시간 거리에 있는 알 아쉬카라로 향했다.


Quriyat

드디어 도착한 작은 마을 쿠리얏. 바다, 몇 개의 모스크와 홍학 농장이 있는 이곳에서 처음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염소였다. 누군가 방목하는 것 같은 이들 염소는 각자 돌아다니며 따뜻한 곳에서 쉬거나 사람들이 버린 종이를 먹고 있었다.



염소 네 마리



산책 중인 염소



염소 눈이 이렇게나 작은 줄 미처 몰랐다



닭도 자유롭긴 마찬가지



검은 모래가 있는 쿠리얏의 해변



이건 누구의 발자국일까?

해수욕을 할만한 시설도 없지만, 그보다 2월 오만의 날씨는 수영하기에 쌀쌀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그런 겨울바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 외엔 아무도 없는 해안가에서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니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비마 싱크 홀로 가는 길. 산만 봐도 이렇게 신날 줄이야.


Bimmah Sink Hole

이곳은 물이 고인 원형 분지이다. 운석이 떨어져 발생했다는 전설이 있지만, 석회암 지대가 무너져서 생겼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찌 보면 경기도 포천의 비둘기낭 폭포와 비슷한 것도 같다. 다른 점은 이곳이 더 큰 대신 비둘기낭 폭포에는 폭포와 나무가 많다는 것.


이곳의 또 한가지 특징은, 물에 닥터피시 같은 물고기가 산다는 것이다. 고인 물이라 더러워 수영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발만 담그고 있노라면 물고기가 모여들어 신기하다. 하지만, 너무 많이 모여들 경우 왠지 부끄러워진다.



비마 싱크홀 근처의 바다. 제주도에 간 기분이었다.


Al Ashkharah

무스카트에서 느지막이 출발했던 우리는 저녁이 되어서야 알 아쉬카라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이방인의 출입이 잦지 않은지, 작은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이가 우리 차 안을 쳐다보아서 당황스러웠다. 그나저나 이런 시골 마을에서도 삼성 폰 판매점을 보게 될 줄이야.


허기졌던 우리는 도로변에 있는 식당 한곳으로 들어갔다. 수도인 무스카트를 제외하고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에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이곳 음식점 주인분이 영어를 하셨다. 이곳에선 구운 킹 피시와 구운 닭고기, 채소 카레 등을 주문했는데 예상외로 음식이 모두 맛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은 토마토와 마늘, 양파 등을 갈아 넣고 만든 생 토마토 수프였는데, 당시에는 집에 가면 똑같이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행 마지막 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후 지난 2년간 오만 여행을 기억에서 지워버려 이번에 사진을 꺼내보고 나서야 그 토마토 수프도 함께 기억났다.

이 음식점에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두 가지 더 있다.

여행을 준비할 때 읽은 오만 여행의 주의점 중에는 이성에게 미소를 보이지 말라는 문구가 있었다. 오만에서는 이성에게 미소를 보이는 행동을 이성을 유혹하는 행동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무스카트에서는 음식점과 호텔에서 웃으며 인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날 도착한 곳은 무스카트에서 4시간 거리인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우리에게 주문을 받으러 온 주인아저씨 곁에는 외국인이 신기한 듯 아빠의 손을 잡고 다가온 4~5살 정도의 꼬마 여자아이가 있었다. 보통은 방긋 방긋 웃을 나이일 텐데, 그 아이도, 주인아저씨도 시종일관 무뚝뚝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때문에 우리 또한 "Thank you"등의 대답을 할 때 실수로 미소를 띠지 않으려 노력했다.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동네 청년들이 음식점에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이니 당연히 밥을 먹으러 온 것일 줄 알았는데, 이들은 외국인, 게다가 이곳에서 잘 볼 수 없는 동아시아인이 신기했나 보다. 밥을 먹을 때만 해도 멀찌감치 서서 우리를 바라보던 그들은, 나와 친구가 화장실로 향하자마자 남편에게 모여들어 악수를 청하고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돌아오자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저녁을 먹은 후 들어간 숙소는 아담하지만 굉장히 친절한 곳이었다. 관리실에 있던 천체 망원경이 탐났지만, 차마 빌려달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던 우리는 준비해 갔던 보드게임을 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커튼 사이로 비치는 밝은 빛에 눈을 떴다. 밖을 내다보니 바다에서 해가 뜨고 있었다. 숙소가 바다 근처인 것은 알고 있지만, 너무 늦은 밤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이렇게 바로 바다가 보이는 곳인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마치 동해 같은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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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Quriyat, Oman
● Bimmah Sinkhole, Oman
● Al Ashkharah, Oman



[응모 : 여행 사진전] 여행을 추억하다 #4-3. [오만] 쿠리얏에서 알 아쉬카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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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하늘 동네를 걸어다니는 닭, 염소

ㅋㅋ 동네를 걸어다니는 닭이랑 염소 신기하죠. 염소는 산 위의 국도에서도 봤어요. 걔네는 진짜 누가 키우긴 하는건지 궁금하더라고요.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북이오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많은 문헌의 오류를 수정, 정성스럽게 다국어 버전의 디지털 문서로 출간하였습니다.

3·1 독립선언서 바로가기

널리 공유되기를 희망하며, 참여에 감사를 드립니다.

싱크홀에 관심 최고조입니다..

다음 사진도 기대해주세요!

일출사진이 아주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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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일출 자체가 참 멋있었어요!!

여행을 준비할 때 읽은 오만 여행의 주의점 중에는 이성에게 미소를 보이지 말라는 문구가 있었다

오만갈때 정말 주의해야겠네요 ㅋㅋ 싱크홀이 사막에 오아시스같은 느낌인데요? 일반적인 싱크홀이 아닌거 같아요~^^

무스카트는 여행객이 많아서 어디서나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아니더라고요. 그렇다고 불친절한건 아니지만 표정이 굳어있으니 되게 어색했어요.
ㅎㅎ 다음번엔 제대로된 오아시스를 준비해볼께요!

풍경들이 너무나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워요~
가보고 싶을 정도로요~^^

이곳보다 정말 추천드리고 싶은 곳이 있어요. 오늘 밤엔 다음 여행기를 시작해볼께요!

비마싱크홀은 고인물치고는 엄청 맑아보이네요^^

앗 그런가요? 하긴 연못처럼 썩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ㅋㅋㅋ

우와, 정말 제주도 바다 같은 곳이 있네요.ㅋ
이렇게 멋진 여행 후에 사고가 있었다니... 안타까워요....
그래도 이렇게 꺼내들 수 있게 된 건 다행이겠죠?

시간이 지나니깐 무뎌졌어요. 다행히 다친것도 아니었고요 :) 제주도 느낌의 바다는 저도 의외였어요! 하지만 역시 가파도의 그 풍경은 어디서도 못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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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출 보러 속초에 가야겠습니다.
방금 속초 여행글 보고 가고싶다...하고 있었는데..이 일출 사진이 도장을 찍는 군요..ㅠㅠ
화장실 가셨을 때 남자분들한테만 다가온 거 보니 수줍음이 많은 건지... 아님 그 나라 예절이 그런건지 궁금하네요.ㅎㅎ

어린아이도 이성에게 미소를 보이면 안될 정도이니.. 아무래도 조선시대처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다 큰 남자와 여자가 대화하면 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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