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6-3.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필수 여행지, 만타나니 섬.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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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에 여행 가는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는 장소가 있다. 그곳은 바로 코타키나발루에서 2시간 동안 버스를 탄 후 30분 동안 배를 더 타야 도착할 수 있는 만타나니 섬이다.


코타키나발루와 꽤 거리가 먼 이곳을 굳이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스노클링 때문이다. 물론 도심지에서 가까운 사피섬과 마누칸 섬에서도 스노클링이 가능하지만, 그곳은 수심이 얕고 죽은 산호로 가득해 걸핏하면 산호에 긁히기 십상이다. 반면 만타나니 섬의 호핑투어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진행되기에 잊을 수 없는 광경을 접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잠시나마 창밖으로 마치 거대한 장벽 같은 키나발루산(4,095 m)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이 여행의 덤이다.


만타나니 투어가 예약되어 있던 아침. 각 숙소를 돌며 예약 손님을 픽업하는 업체 덕분에 수월하게 여행을 시작했다. 2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예상외로 깔끔한 우등 버스가 우리를 데리러 왔기에 전날 밤 햇볕 화상으로 인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우리는 푹신한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버스가 종착지에 도착한 이후에는 다시 만타나니 섬까지 배를 타고 이동했다. 마을에서 배를 탈 때만 해도 예쁜 바다가 아닌 흙탕물이 가득한 바다를 헤쳐 나갔기에 혹시 속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코타키나발루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투명한 바다에 도착했다.



흡사 몰디브 같았던 만타나니 섬의 바다



점심


만타나니는 이렇게 3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이제 이곳 어딘가의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한 후 Big Mantanani 섬을 구경할 예정이었다.

드디어 물에 들어간다는 생각에 선크림을 찾으려고 가방을 뒤적였는데, 맙소사. 또 선크림을 호텔에 두고 온 것이었다. 이곳 또한 선크림을 판매하는 곳은 없었기에 함께 배를 타고 왔던 모르는 분께 사정사정해서 선크림을 조금 얻어 썼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마누칸 섬에서처럼 얕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우리가 탄 배는 깊은 바다 한가운데까지 도달했고, 그곳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이전까지 제대로 스노클링을 해본 적이 없었던 우리는 오리발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 줄 몰라, 굳이 오리발을 마다한 채 깊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 바닷속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너무나도 맑은 물, 그리고 내리쬐는 햇살 덕분에 수심 5m 정도는 될 것 같은 바닷속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래에 있는 형형색색의 산호, 흔들리는 말미잘, 그리고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그 모습을 담고 싶어 방수팩에 넣은 휴대폰 촬영 버튼을 수차례 눌렀으나 상온에서와 달리 차가운 바닷속에서는 터치스크린이 내 손가락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고, 한참 사투를 벌인 끝에야 녹화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물 아래만 구경하며 둥둥 떠다닌 후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바닷물에 휩쓸려 내가 타고 온 배와 한참 멀어진 상태였다. 사람들이 하나 둘 배에 올라서는 게 보였기에 나도 그곳으로 다가가려고 팔과 다리를 저어보았지만, 오리발 없이 그곳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더 이상 물속을 구경하는 것은 포기한 채 한참을 죽어라 팔과 다리를 저어 겨우 배에 당도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오는 동안 방수팩 안에 바닷물이 다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내 두 번째 갤럭시 S1과 작별을 고했다. (첫 번째 S1은 해외 출장지에서 도둑맞았다.)


휴대폰 때문에 기분은 착잡했지만, 배를 타고 온 Big 만타나니 섬은 기대 이상으로 예뻤던 덕분에 잠시나마 모은 것을 잊고 연신 사진만 찍어댔다. 바다의 색이 마치 캔디바 같았던 이곳은 지상 낙원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장소였다.



이곳에는 심지어 나무로 지은 숙소도 있었기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부모님을 모시고 이곳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천하지 못했다.


여행 마지막날에는 다시 코타키나발루 근처의 사피 섬으로 향했다. 이곳 역시 예뻤지만, 만타나니 섬에는 비할 바 아니었다.


사피 섬


비록 얕은 물에서 하는 스노클링이었기에 어제만큼 대단한 볼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동영상을 찍고 싶어 방수팩에 든 남편 폰을 들고 물에 들어갔는데, 아뿔싸, 그 얕은 물에서 동영상을 찍었건만 방수팩에 물이 들어가 버렸다.


폰 두 개를 날려버린 문제의 방수팩

이쯤 되면 내 손이 똥 손인지, 아니면 방수팩이 방수팩이 아닌 것인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하여튼 그렇게 우리 둘 모두 여행 중 연락처가 사라져버렸다. 물론 여행 중 찍은 사진과 영상, 그리고 여행 전에 폰으로 남긴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고 보면 말레이시아에서 잃어버린 폰 1대에 바닷물에 담근 폰 2대. 그냥 나와 말레이시아가 맞지 않나 보다.


사피 섬에서는 우주복 모자 같은 걸 머리에 쓰고 수심 5m 아래를 걷는 씨워킹도 해보았다. 물 아래에서 말미잘을 오가는 니모를 바라봤던 것도 재밌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다. 이퀄라이징에 문제가 있는 나는 절대로 스쿠버다이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수심 5m를 걷는 내내 귀가 아팠지만 그래도 버틸만했는데, 밧줄을 잡고 올라오던 그 어느 순간 내가 마치 내 발을 중심으로 360도 빙빙 돌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무서워서 밧줄을 꼭 잡은 채 멈춰 서서 소리를 질렀더니 뭔가 이상함을 느낀 직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 이후로 어떻게 올라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8년 전의 일이기에 지금의 만타나니 바닷속은 어떤 풍경일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곳 바다 또한 이미 백화 현상에 잠식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라면, 이곳의 바닷속 풍경이 몰디브의 바닷속 풍경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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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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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남편과의 첫 데이트



여행지 정보
● Mantanani Islands, Malaysia
● Sapi Island, Sabah, Malaysia



여행을 추억하다 #6-3.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필수 여행지, 만타나니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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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풍경이 너무 예쁩니다~
저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앗! 그러고보니 미스티님께 자제분들 이야기를 듣는건 처음이예요. 다함께 가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코박봇 입니다.
보클합니다 :) 저녁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저거 진짜 방수팩 만든데서 물어줘야하는거 아니에요?ㄷㄷㄷ ㅠㅠ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ㅠ. ㅠ
나중에 방수팩 산 곳 찾아보니깐 뭐... 보험 들었다는 표시도 없고 중국산이더라고요......... 그냥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맞아요 그럴때 끙끙앓으면 나만 더 손해더라고요... 빨리 잊는게 정신건강에 젤 좋긴하데... 아니 그래도 너무 열받아서 잘 잊혀지지가...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면 여행하다가 별 일 다 겪었어요. 호텔에 sd카드 떨어트리고 온 적도 있고, 폰 도난 두 번, 물에 담근게 두번. 구글맵이 없어진 길 알려줘서 이상한 길 들었다가 차 손상...
값진 교훈과 추억이라고... 애써 포장해봅니다.

씨워킹은 참 흥미로울 것 같은데,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셨군요. 그냥 찍어도 달력 사진이 나올 것 같은 풍경입니다^^

네. 씨워킹에서 저런 일을 겪을 꺼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그래도 어디서 스쿠버 다이빙부터 시도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기도 하고요.

만타나니 물빛은 정말 예뻤어요. ㅎㅎ 그러고보니 저만 예뻤더라도... 항공사 달력같은 사진이 남았을텐데 급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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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곳에 다녀 오셨군요~
폰 두개나 방수팩때문에 고장 나버렸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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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당시에만 해도 진짜 당황스럽고 화도 났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다 추억이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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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시되는 갤럭시 S시리즈 폰들은 생활방수가 되서 이런 문제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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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말 그대로 생활 방수라, 잔잔한 바다에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거친 바다에서는 어떻게 될지.. 역시 마음 편한건 고프로죠!

여행 중 휴대폰에 문제가 생기면 기분 많이 상하더라구요.
그만큼 휴대폰은 일상에서나 여행에서나 필수품인 듯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둘 다 연락할 방법이 없어지니까 황당하긴 하더라고요. 결국 집에는 전화로 알리고 회사에는 페북에 글을 남겨서 소식을 전했어요.

보상이 보증되지 않는 방수팩은 그냥 모험이더군요. 와이프 폰도 세부에서 스노클링하다 서서히 사망했는데 나중에 폰 백업해서 동영상으로 당시 상황을 다시 보니 참... 순식간이다라구요. ㄷ ㄷ

네 ㅜㅜ 그당시엔 보상은 생각도 하지않고 사서 ㅜ 그래도 백업은 되셨나봐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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