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5 중문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image

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5 중문

산방산에서 거의 25km 정도를 달려 중문에 들어섰다.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도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고 날도 어둑어둑해 졌다. 가지고 있던 물도 바닥나고 눈에 띄게 지쳐버린 J가 물 좀 먹고 가자고 하소연해서 편의점 앞에 잠깐 멈추었다.

중문에 있는 법환바당 인증부스가 목표였지만 많은 차가 달리는 차도를 달려야 하고 배도 고프고 빨리 서귀포에 가서 숙소를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인증부스를 포기하고 서귀포 시내를 향해 말고삐를 재촉했다.

중문관광단지

제주 남부 해안가에 조성된 관광명소로 1973년 제주도 종합 관광 개발 계획에 따라 개발 사업이 추진되었다. 수족관, 식물원, 농원, 골프장, 스포츠센터, 면세점 등 관광객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들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천제연폭포, 민속마을, 야자수길, 해안절벽, 중문해수욕장 등 서귀포 고유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명소도 많고 고급 호텔들도 즐비하다.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Believe it or not)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110번길 32에 위치한 전 세계에서 11번째 나라, 32번째 한국 최초의 세계적인 호기심 박물관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에는 화성에서 온 마스 스톤 "자가미" 및 달 착륙에 사용되었던 실제의 우주복 과 장비들, 10만 불에 달하는 엘비스프레슬리의 머리카락, 타이타닉호의 석탄, 9만개 못으로 만든 북미 큰 사슴, 아마존 전설의 쉬렁큰 헤드 등 인류 역사와 함께 한 다양한 작품 600여점을 전시하는 호기심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이름에서 오는 묘한 뉘앙스로 봐서는 믿기 어려울듯하다.

오늘 거의 130km 정도를 달려 월드컵경기장 E-mart앞에 오후 4시 반경 도착했다. 중문에서 서귀포 시내로 나오는 코스는 언덕이 많고 차가 많이 다녔다. 잔뜩 긴장한 J가 가파른 내리막에서 자전거가 너무 떨려 너무 무서웠다고 투덜거렸다. 작은 바퀴를 가진 미니벨로라고 내리막에서 떨리지는 않는다. 좀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따질 겨를이 없다.

숙소

스마트폰을 꺼내 숙소를 찾아봤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 폰에 깔린 어플만 봐도 그 사람의 취향을 알 수 있다. 아고다, 트립, 여기어때, 부킹닷컴, 트리바고, AirBnB 등이 잔뜩 깔린 내 스마트폰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J의 기 죽은 눈빛이 처량하게 보였다.

어떤 질문을 해도 항상 그의 대답은 동일했다. “알아서 하세요.” 그 말은 정말 내 마음대로 하라는 말은 아니고 자기가 말로 표현하기 힘드니 자기마음을 잘 알아서 처리하라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알아서 하라고 하고서는 자기 맘에 안 들면 꼭 토시를 달았기 때문이다.

아고다(Agoda)를 통해 근처 호텔을 아주 싼 가격으로 예약했다.(37,500원) 일단 자전거를 호텔로 옮긴 뒤 다시 E-mart로 와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을 거리를 몇 가지 샀다(40,000원). 가지고 온 고랑주를 한잔 하면서 오늘의 피로를 풀었다.

호칭

거의 녹초가 된 몸에 60도에 육박하는 고량주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는 나를 이사장으로 불렀고 난 그를 여전히 부장님으로 불렀다. 그가 나보다 나이가 적다는 사실은 확실했지만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 모른다기 보다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영세 하청업체 대표가 명문대학을 나온 전도 유망한 대기업 간부인 그가 나보다 나이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비록 호구지책의 어쩔 수 없는 아부라 하더라도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의 쥐꼬리만한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기에…

그 오랜 세월 굳어진 이사장이라는 호칭이 언제부터인가 선배님으로 바뀌어 졌다는 걸 만취한 가운데서도 느낄 수 있었다. 난 모른 체 했다. 소문으로 그가 이사로 승진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사님으로 불러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건 그 동안 을로써 당해야 했던 모멸에 대한 일종의 앙갚음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갑질

한 때 납품하러 들어 가면 막내 동생뻘도 안 되는 직원의 질책으로 사업을 접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가 너무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 어느 날 누가복음 23장 34절 “그 때에 예수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란 구절이 머리 속에 파고 들었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기 까지 하는 고문하는 사람은 분명 악마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과 가족에 대해 충실하고 배려심 많고 친구에게 인정을 베푸는 보통 사람들이다. 하청업체를 엄격하게 관리해서 회사 발전에 최선을 다하는 자랑스런 직원일 뿐이지 그게 왜 갑질이냐고 항변할 게 명확하다.

우리가 원수처럼 여기는 이토우히로부미는 일본에서 영웅이고 우리가 영웅으로 칭송하는 안중근은 일본에서는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 우리가 어느 쪽에 서 있느냐? 내가 갑인지 을인지의 차이가 모든 판단의 기준일 뿐. 갑질이란 옹졸한 내가 품고 있는 원한의 일종인지도 모르겠다.




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5 중문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image


Sponsored ( Powered by dclick )

dclick-imagead

Sort:  

포스팅보다가 마지막 순대사진보니 급 땡기네요~
조만간 함 먹어야겠습니다ㅎㅎ
오늘도 디클릭!

감사합니다. 순대를 좋아하시만 봅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오늘 블록체인 전문 콘텐츠를 만드는 「Keep !t」의 웹진 구독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스팀잇 사용자를 위한 75% 할인, 단돈 $5 SBD에 1년구독을 하실 수 있습니다.

KEEP!T이 북이오에 유료웹진을 75%할인된 가격으로 오픈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슬아슬한 조합이네요 ㅎㅎ

아슬한 정도를 넘어 살인날 뻔했습니다. ㅋㅋ

자전거로 일주하기 쉽지 않은데..심지어 일행도 쉽지 않다니...대단하시네요~

참 어려운 여행이었습니다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파트너와 재미있는 인연을 가지고 계시는 군요.

악연이죠 ㅎㅎ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재밌는 박물관처럼 보이네요.

들어가 볼껄 그랬나요?

족발 초밥에 고량주 한잔 하시면서 내일 그를 어떻게 초죽음으로 만들지 작전을 짜야 합니다..~~

좋은 말씀입니다만 제가 당했습니다 ㅋㅋ

업체 대표와 대기업 간부... 자전거일주를 같이 하긴엔 참 묘한 조합인데요!! ㅎㅎ

그렇지요. 거의 강제로 따라 오겠다니...

Loading...

Seeing a lot from your post my friend. I really enjoy your post.

Thank you..

Coin Marketplace

STEEM 0.29
TRX 0.11
JST 0.033
BTC 63945.57
ETH 3135.76
USDT 1.00
SBD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