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AN, 어렵지 않아요

in #veganis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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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VEGANERIE CONCEPT / 점심 저녁시간 모두 사람들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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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러장의 사진들은 모두 동물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veganerie concept 매장의 음식이다. 먹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맛있다! 동물성분은 채식주의자의 여러 계층에 따라서 먹을만한 것인지 아닌지가 다르겠지만 VEGAN 기준으로는 소/돼지/닭 처럼 육류가 아니며 생선/낙지/문어 등 어류가 아니고 계란/메추리알처럼 동물이 낳은 알이 아니고 우유/꿀 처럼 동물이 생산해 낸 것이 아닌 제품이다. VEGAN을 해온지 9년이 넘었는데, 막상 살면서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

장장 9년 넘게 '야채만' 먹고 살다보니 종종 사람들이 내게 묻는 질문들이 있다. 이제서야 그 질문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답해보려 한다.

  1. 왜 VEGAN이야?

사실 이 질문은 다음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너는 왜 육식이야?' 요새 비혼주의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왜 결혼하니?' 라는 질문으로 바꿔서 묻는다. 내게는 결국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넌 왜 고기를 먹니?'

종종 사람들은 내게 '집에가서 고기 먹지?' 라고 묻는다. 이는 사실 너무나 웃긴 이야기다. 예전에 아이들이 종종 했던 농담 중에 스님시리즈가 있다. 스님이 냉면 집에 가서 냉면을 주문하자 주인이 물었다. '고기는 어떻게 드릴까요?' 스님이 말했다. '밑에 깔아.' 어쩌면 이런 농담들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이 '불쌍하게' 고기를 먹지 못한다고 여기는데서 생긴 오해다. 채식주의자들은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돈 주고 먹으래도 아마 먹지 않을 거다. 채식을 오래하면 알겠지만, 삼겹살집 근처에서 나는 냄새만 해도 상당히 역하다. 우리가 고기 굽는 냄새라고 여기는 건, 사실 살 타는 냄새니까. 왜 예전에 과학시간에 실험에 보지 않았는가. 머리카락 태워보기. 우리에게도 같은 냄새가 난다. 같은 단백질이니까.

마트에 가면 고기를 쉽게 살 수 있다. 마치 하나의 케이크처럼. 그렇지만 케이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전혀 다르다. 보통의 케이크라면 계란, 우유를 써서 만들었을 거다. 계란은 닭이 공장식 축산농장에 갇혀서 밤낮없이 강제로 불을 쐬어서 힘들게 낳은 알일 것이며, 우유는 갓 송아지를 낳은 소가 자신의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못하는 댓가로 인간이 얻는 것이다. 아이를 낳은 엄마가 젖을 짜는 게 마냥 편하지 않은 것처럼, 젖소가 젖을 짜는 것도 쉽지많은 않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젖소를 극한에 몰아넣으며 젖을 짠다. 케이크가 이럴진데, 고기는 어떠할까. 대부분의 돼지, 소, 닭들이 평생을 우리에서만 자란다. 한 뼘 정도 움직일 수도 없는 크기다. 그나마 햇빛을 일생에 한 번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도축장으로 이동할 때다. 도축장에 가서도 편히 죽는 건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가죽 외 부산물들을 얻는데, 경제적인 논리로 산채로 가죽을 벗기며, 산 채로 토막을 낸다. 따라서 이들은 죽을때까지 고통받는다.

그래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알게 된 어느 날. 채식을 결심했다. 일반인들의 식사에 '육식'이란 꼬리표가 붙지 않기에 어떤 이들을 채식주의자로 규정하며 '채식'이란 꼬리표를 붙이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혹자는 내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너는 소수이길 선택했으니 네가 걷는 길도 모두 너 혼자 감내해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잘라서 어떠한 길을 걷는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내게 상당히 막말을 했고, 이제는 익숙했지만 처음엔 꽤나 힘들었던 것 같다.

처음 마음을 먹었을 때엔 단순하게 계산해 본 것 같다. 만약 내가 한 달에 한 번 치킨을 먹는다면 일 년 채식을 할 경우 12마리의 닭이 불필요하게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 10년 이면 120마리. 내게는 그 생명의 무게가 절대로 가볍지 않다고 느껴졌고, 그래서 앞으로도 비건생활은 계속될 것 같다.

  1. VEGAN으로 한국에서 생활하기

1980년대만 해도 보릿고개가 있었다는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이다. 그래서일까 옛날엔 먹을 게 없어서 강제 채식이 됐다고 하는데, 요새는 거의 육류 어류 빠지는 반찬이 별로 없다. 기본 한식의 경우 김치에는 거의 젓갈이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김치 대신 단무지를 먹는다. 야채 반찬의 경우 어떤 식당은 다시다를 섞어 쓰는데, 다시다의 일부는 소고기다. 그래서 최대한 여쭤보고 먹는다.

우리나라 식습관 중에 '주는대로 먹어' 라는 중요한 관습이 있다보니, '젓갈 들었어요?', '다시다 쓰세요?' 등의 질문이 식당주인 분에게, 또 같이 식사하는 친구에게 불편하게 느껴지나보다. 따라서 정말 친한 사람 아니고서는 웬만하면 식사약속을 잡지 않고 대신 차 약속을 잡는다. 식사를 같이 해야할 경우엔 사전답사했던 식당을 간다거나 푸드코트가서 각자 다른 음식을 먹는다거나 아니면 안먹는다거나... 하는 해프닝이 종종 벌어진다. 그치만 정말 친한 지인들의 경우 나와 함께 채식당 투어를 한다. 그들도 식사를 맛있게 한다.

  1. VEGAN으로 해외여행하기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아침식사인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점심과 저녁만 먹는 스타일임에도 여행할 때엔 배가 고프다. 그래서 호텔에서 샐러드/쥬스/밥을 먹는다. 이렇게만 먹어도 정말이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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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에서의 아침식사

그리고 vegetarian 으로 검색해서 비건식으로 먹는다거나 vegan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간다. 물론 조금의 발품을 팔아야 할 수는 있다. 그치만 방콕에서처럼 비거너리같은 곳을 만날 수도 있지 않는가? :) 한국에서 비건으로 살아서 그런지, 대부분의 동남아는 우리나라보다 채식이 더 발달되있고, 더 종류가 많으며, 더 맛있다.

  1. 동물들과의 교감

아마도 강아지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이해할 것 같다. 동물들은 우리와 이야기한다. 집에 들어가면 반겨주는 고양이. 쓰다듬어주면 더 쓰다듬어달라고 고개를 내미는 강아지. 이들을 보면서 동물들이 바보라고, 동물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건 우리가 더 바보가 되는 길이다. 가끔 동물농장에는 이색동물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중에 돼지를 본 적도 있다. 그 돼지는 상추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돼지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그 돼지의 특정한 이야기를 듣지 못할까? 그냥 그 분이 특이해서 돼지를 키우는 걸까? 실제로 돼지의 IQ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강아지의 IQ보다 높다. 대략 60이 넘는데, 이는 사람이 영특하다고 얘기하는 돌고래와 비슷한 수치다.

가끔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에게 분개하는 견주들을 본다. 왜 강아지는 먹으면 안 되고, 닭은 먹어도 되는걸까? 애완 닭을 키우는 사람은 별로 없어서? 닭은 멍청해서? 그냥 우리가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충성스러운 동물이고, 주인에게 일생을 다해 사랑을 주지만 닭은 아니라고. 그렇게 규정해버렸기 때문이다. 가끔 여름엔 전염병이 돈다. 그 때마다 사람들은 닭이고, 돼지고 생매장해 버린다. 백신을 주입하면 이들은 살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는건 동물을 생매장하는 값이 그들에게 일일이 백신을 놓는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본주의는 이렇게도 잔인하다.

강아지와 고양이와 그들의 일생을 함께 보내본 이라면, 가끔이라도 채식을 했으면 좋겠다. 어쩌다 한 번이라도. 그 한끼가 정말로 많은 동물들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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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채식은 맛이없어!?

고기를 뺀 짜장도 맛있다. 물론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니까. 기존의 짜장과 다른 짜장이 어색할 수는 있다. 그치만 야채만 먹다보면, 또 야채식이 좋다. 한국엔 아직 채식식당이 많지 않아서, 야채만 든 것 치곤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될지 모르겠다. 채식당엔 손님이 대체로 많지 않은 편이라 기존 식당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장사해야 이윤이 겨우 남아서인듯 하다.

그리고 채식당이 많지 않아서, 채식 위주의 식단이 발달한지 얼마 안되서. 채식은 당신에게 맛이 없게 느껴질 도 있다. 그렇지만 맛이 없다가 아니라 맛이 다르다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보다 전 세계에 맛있는 비건식당이 많이 생겨서 비건을 꿈꾸는 이들이 한 번 맛보고서 채식 위주로 본인의 식단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빌게이츠가 후원하는 임파서블 푸드나 DAIYA처럼 맛있는 비건치즈를 한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채식이 가벼운 선택이 됐으면 좋겠다. 동물성치즈/식물성치즈 중에 그저 하나의 선택, 콩고기/닭고기/소고기중에 그저 콩고기를 선택하는 카테고리로 말이다.

때문에 방콕에서 맛본 비거너리처럼 맛있는 비건 식당이 한국에도 어서 나타나 우후죽순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언제 어디서든 그저 가볍게 몇 걸음만으로도 맛있는 비건음식을 맛볼 수 있다면, 아마 당신도 생각보다 쉽게 비건식당을 당신의 단골식당 중 하나로 넣을 수 있을테니까.

http://www.veganerie.c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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