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필코 비데필터 교제하다.

in #zzan5 years ago (edited)

화장실에 사용하는 비데를 사용하지 못한지 대략 6개월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사용하던 비데를 사용하지 못하니 불편했다.

비데가 작동하지 않는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확인된 상태였다. 필터를 교환하지 않아서였다.

비데 필터 교체하는 방법을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봐야 하나? 고객센터에 문의할까? 하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면서도 비데 필터를 직접 갈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크지 않았다. 교체할 새 필터를 꺼내 놓고 쳐다보기만 몇 개월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답답한 노릇이다.

어제는 어쩌다 툭 떨어져 발등에 채는 비데필터를 들고 내 오늘 이 비데 필터를 교체하여 비데 기계를 작동시키고 말리라는 굳은 의지로 비장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필터가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 모르니, 첫 번째 난관은 교체할 필터찾기였다. 변기통 물이 고여있는 뚜껑도 열어보고 세면대 뚜껑을 열어 보기도 했다.

필터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마치 마약 탐지견이 냄새를 맡고 찾는 것처럼 필터를 눈앞에 가져다 두고 눈아 기억해라 필터는 저렇게 생긴 것이다. 필터가 어디에 연결되었을 것 같니? 좀 생각을 해보자며 몇 분간 멍때리는 시간도 가졌다. 필터 교체를 위해 여기저기 변기를 살펴보면서 내가 지금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탐색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터는 물을 거르는 역할을 하는 거야. 그러면 어디 배관과 연결되었을 거 아냐? 이러면서 고개를 처박고 무릎을 굽혀 바라보니 그곳에 있는 비데 필터. 찾았다.

연결된 필터를 발견하는 순간, 이것을 어찌 교체하리오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미 내 손은 필터를 잡아 돌리고 있었다. 어찌 되었을까? 얼굴을 향해 쏘아대는 물.폭.탄을 맞았다. 필터 연결관 바로 아래 밸브가 있었건만 그걸 잠그고 해야 되건만 그냥 무턱대고 필터를 돌렸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우여곡절 끝에 마친 비데 필터를 교체했다. 개운하다. 가는 밸브관으로 쏟아지는 물줄기 덕택에 화장실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였다.

내가 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되는 것을 괜히 주변을 탓했던 나이다. 뭐가 그리 어렵다고. 결국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하면 된다. 궁금함이 있다면,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낮은 자세로 탐색하며 찾아가면 해결된다. 내가 안 해서 해결 가능한 문제가 문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문제에 대한 원인을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한 노릇이다


나는 일단 보면 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행동으로 바로 옮길 수 있는 이유는 평소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합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고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이 문제인데 말이다. 화장실 비데 필터를 교체하면서 나의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나 할까. 이제 좀 어떻게 잘해보는 거로!


momo.

  • 의지
  • 탐색
  • 문제 해결
  • 낮은 자세와 무릎 굽혀 살펴보기
Sort:  

제목처럼 잠시 교제한 건 맞네요. ㅎㅎㅎ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Coin Marketplace

STEEM 0.26
TRX 0.11
JST 0.033
BTC 64266.94
ETH 3077.24
USDT 1.00
SBD 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