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9 days ago

어린 색시
생전처음 타보는 꽃가마가 신기해서
엄마가 붙들고 애기 업어주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흔들리면서 빨리 고개를 넘고 싶었다

혹시 예쁜 족두리에 큰댕기를
그만 내놓으라고 하면 어쩌나
흔들리면서 냇물을 건넜다

가마 멀미에
세상이 뒤집히는 어지러움을 참으며
흔들리면서도 좋았다

시집살이의 매운 맛은
여울을 빠져나가는 나뭇잎처럼
끊임없이 흔들려야 한다는 것을
눈을 반짝이는 동안에는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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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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