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zam의 주경야동?독!] 아침 그리고 저녁(욘 포세)

in #zzan16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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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품은 최대한 빨리 읽어 보는 것이 당연했었다.
지금은 있으면 읽고 없으면 안 읽는다. 나아가 시상 소식을 듣고도 금방 잊기도 한다. 한 때 전국민이 심정적으로 노벨상 후보로 밀었던 시인이 심각한 성인지의 문제를 가진 사람에 불과했다는 것도 한몫 했으리라. 또 수상작을 읽어보면 시의 경우엔 공감은커녕 이해조차 어려워 점점 노벨상이 멀어졌다.

그런데 지난 해 수상작인 이 작품은 다르다. 너무나 잘 읽히며 강한 울림이 있다. 150쪽에 삶과 죽음이 다 들어 있다. 그 사이의 사랑과 탄생과 우정도.

우선 1편에서는 노르웨이 외딴 섬에 사는 어부 올라이가 아내 마르타의 진통 과정을 지켜보는 장면이다. 딸 아이 하나를 두고 소박하게 살아가던 중에 아내가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고 진통을 시작하자 올라이는 산파를 데려왔다. 산통이 격렬할수록 올라이는 기절할 지경이었고 그 끝에 사내 아이가 태어나는데, 그는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Ⅱ 편에서는 요한네스 관점이다. 부모가 살았던 섬을 떠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어촌 마을로 이사 온 어부 요한네스는 에르나와 결혼하여 일곱 명의 자녀를 잘 길러냈다. 그러나 아내는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가장 친했던 친구 페테르마져 저 세상 사람이다. 그를 돌봐주는 이는 막내딸 싱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몸이 가볍고 젊어진 느낌이다. 늘 나가던 바닷가에 나갔더니 어인 일인지 죽은 페테르가 그를 반긴다. 심지어 그, 페테르와 삼각관계였던 노처녀 안나 페테르센의 젊은 모습도 보인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 에르나가 커피를 끓여 준다.
그러나 사랑하는 딸 싱네의 어두운 얼굴이 보이고 그녀를 안으려고 했으나 딸은 그의 몸통을 통과해 지나간다. 페테르가 와서 말한다. 이제 그만 가자고.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 하지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지, 환하기도 해, 하지만 말은 별로 도움이 안될 걸세, 페테르가 말했다’(p132)

태어남을 아침이라고 하고 숨을 거두는 것을 저녁이라고 한 것으로 추측된다.
시를 읽는 느낌도 나고 연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저자는 마침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쉼표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진행형으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갑자기, 노르웨이로 가서 그 나라 말을 배우고 작품을 번역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노자 씨는 한국말과 글을 그토록 완벽하게 구사하던데.
나는 좀 늦었고, 손주 중에 하나가 노르웨이나 핀란드로 유학을 가는 상상의 나래를 핀다.

아무튼 짧지만 강렬하게 삶을 통찰하고 있다.

폰 요세 / 박경희 역 / 2019 / 12,500 / 문학동네 /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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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쉽게 읽히면서 강한 울림까지
기대되는 책이네요^^

그래요. 쉽게 읽혀요.

그저 존경 스럽습니다.

포스팅만 봐도 머리가 아픕니다. ^^

천장에 선풍기 다는 기술을 지니셨으면 읽고도 남습니다. ㅋㅋ

잘 보고 갑니다. 볼 엄두는 안 나네요 ㅜㅜ

쉽게 넘길 수 있는데요…. ㅎㅎ

제목이 참 이쁜데 !!
잘 읽히신다는 걸 보면 내용도 이쁜가 봐요 ^^

이쁘다라기보단 인생을 이렇게도 서술하는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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