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콩과식물들

in AVLE 일상29 days ago (edited)


등나무 꽃

5월 11일
백두대간에는
콩과식물
박태기나무
골담초
등나무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기판은
벌과 나비가 착륙할 수 있는
비행장이다
보이는 줄 혹은 점선은 허니가이드
꿀샘으로 안내하는 활주로인 셈이다
허니가이드만 따라 들어가면
꿀이 있다는 약속이다

한 장의 기판(standard)은
비행하는 벌과 나비들의 안전 착륙을 돕는다
벌이 날아들 때을 꽃잎은 완충역할을 해준다
적절한 부드러움으로 벌을 맞이한다
딱딱하면 벌 머리통이 터질 수도 있다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
적절한 질김으로 벌의 무게를 감당한다
약하여 꽃잎이 찢어질 경우
벌이 다치거나 추락할 수 있다
중매쟁이인 벌과 나비를 극진히 모시기 위한
꽃잎 한장의 정교함 속에 숨겨 놓은 과학을 알면
갑자기 숙연해진다,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외경스럽다고나 할까


꽃가루받이 혹은 수분 이전
두 장의 익판(wing petal)은
착륙하는 벌과 나비의 몸통을 감싼다
벌과 나비는 익판의 도움으로 흔들리는 꽃잎에 앉아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꽃가루가 묻은 다리가 용골판 속으로 잘 들어가게 해준다
수분이 이루어지면
익판은 벌이 더 이상 헛수고를 하지 않도록
기판 뒤로 잎을 들어 올려 뒤집는다
벌들이 날아들 수 없게 한다
화촉을 밝혀는지
초야를 치뤄
임신이 되었는지
뒤집힌 익판이 벌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거다
벌들의 헛수고를 미리 막는 꽃잎의 몸짓언어인 거다

콩과식물의 꽃은 다섯 장의 꽃잎만 보인다
암술 수술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암술 수술은 두 장의 용골판으로 싸여 있다
우리가 컵 없이 두 손으로 물을 먹을 때
두 손을 감싸서 물을 받아내는 것처럼
용골판은 다른 꽃의 꽃가루를 낭비없이 받아낸다
벌이 허니가이드를 따라 파고 들 때
다리에 묻은 꽃가루들이 용골판 안의 암술머리에 먼저 묻는다
그리고 자신의 꽃가루를 벌 다리에 새로 묻힌다
암술머리에 꽃가루가 묻는 수분이 이루어지면
꽃가루는 암술의 긴 관을 타고 씨방 안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을 수정이라고 한다
수분과 수정을 통해
꽃은 다음 생명체를 잉태한다

꽃들의 사랑
꽃들의 결혼
꽃들의 임신
꽃들의 출산
꽃들의 육아
꽃들의 출가


박태기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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