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 검색


저자 : 피터 자이한

지정학 전략가이자 글로벌 에너지, 인구통계학, 안보 전문가.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 세계 최고 민간 정보기업 중 하나인 스트랫포에서 분석 담당 부사장 역임.

2012년 Zeihan on Geopolitics 설립하여, 에너지 대기업, 금융기관, 농업단체, 미군 등 주요 고객들에게 세계 정세 분석과 지정학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리학, 인구통계학, 경제학, 에너지, 정치학, 기술, 안보 분야의 전문 지식들을 결합해 고객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도록 돕고 있다.

이전에 지은 저서로는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이 있다.




"탈세계화, 무질서, 인구감소의 쓰나미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세계화는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서 비롯되었고, 그 질서가 무너지면서 막을 내린다.

인구 감소와 자본 부족이 탈세계화를 가속하고 국가들은 붕괴와 기근에 직면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평화, 번영. 사실 이건 당연하게 아니었다.

전후 냉전 시대를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안보를 통해 이루어진 인위적인? 평화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이 1990년대까지 한동안 유지하던 이 시스템을 더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음을 말한다.

지적 자극을 주면서 나름 재미도 있는 내용의 책이다.




책 내용 중 다소 불편한 부분도 있다. 그러면서도 두렵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하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세계 경제 구도는 이제 사라질 것이라 말한다.

지난 70년 동안 풍족하고 평화로운 세상은 끝났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이 열심히 잘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잘나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민국과 유사한 다른 나라 포함.

전후 미국이 세계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조성했고, 동반 국가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경제 교류를 하고, 공급 사슬 참여를 위해 해당 국가의 군이 자국의 상선을 호위할 필요없이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국/일본/한국/대만 지역은 그 어느 지역보다 미국 주도 세계질서의 혜택을 많이 누린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 어느 지역보다 세계질서의 붕괴로부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 말한다.

책 내용 전반을 보면 책 저자는 미국 국뽕을 맞은 게 아닌 가 싶기도 하다.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싫지만 그것은 기정사실인 것 같아 불안하다.

여러 매체와 뉴스를 통해 미국이 더이상 세계 안보 질서 유지를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 결과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의 내용이 두렵기까지 하다.

앞으로 세계는 다시 과거처럼 무질서한 모습으로 퇴화하게 되는 걸까.




책의 말미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탈세계화 세상에서는 식량 부족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큰 관건임을 말한다.

빌 게이츠가 왜 미국 내 대부분의 농지를 사들였는지 이해가 조금 된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중 일부



한국은 듣기보다 실제로 훨씬 더 염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단순히 세계화와와 인구감소의 여러 가지 과정들을 앞장서 겪은 선구자가 아니라, 그러한 과정들 자체를 대표하는 사례다.




미국 주도의 세계화 국제질서가 구축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수 세기 동안 빈곤했고, 외세에 점령당해왔다.

미국이 게임의 법칙을 바꾸고 나서야 비로소 한국은 제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현대 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원자재를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한편, 완제품을 대량 해외에 수출해 오늘날 한국인의 삶을 가능케 한다.




한국은 수출과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고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2020년대와 2030년대에 점점 악화할 문제들, 에너지 접근, 물리적인 안보, 안정적인 노동력, 시장과 원자재 접근 등 어떤 문제에든 '하나같이' 한국은 이미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운송, 금융, 에너지, 원자재, 제조업, 농업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가속화하며 서로 중첩되는 여러 가지 위기에 직면한 세계에서 한국이 어떻게 버틸지, 그 미래가 바람직할 지 여부는 한국인 하기에 달렸다.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로 지난 70년 동안만큼 전쟁과 산업재해와 기아의 발생빈도가 줄고, 그로 인한 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도 낮았던 적이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는 당혹스러운 만큼 평화롭고 풍족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종종 간과되는 엄연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러한 변화는 인위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지난 수십 년은 우리 생애에 다시 없을 최고의 시대였다.

값싸고 질 좋고 빠른 세계가 비싸고 질 낮고 느린 세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는 대부분 거의 같은 시기에 인구가 대거 은퇴하고 뒤이어 인구구조 붕괴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 인구구조는 20년에서 40년 전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났다.

2020년대는 인구구조가 모두 붕괴하는10년이 된다.




석유가 없다면 상하이가 어떤 모습일지, 강철이 없는 베를린, 식량이 없는 리야드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라.

탈세계화로 세계가 그저 더 어둡고 더 가난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이상으로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와해다.




멕시코 같은 나라는 미국에 엮여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수입한 부품이 없어도 산업시설을 구축하고 버텨나갈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같은 나라가 원유와 철광과 식량 수입과 자국 상품 수출에 필요한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때 직면할 난관은 멕시코 같은 나라가 직면할 난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러모로-교육, 부, 건강에서 특히 두드러지게-세계화는 축복이었지만 결코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현상이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부모가 당연하게 여긴 바람직한 삶의 방식 즉, 지난 70여년 동안 누린 삶의 방식은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인구 구조적 측면에서도 인간이 처한 여건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1980년부터 2015년까지의 기간은 특히 인류 역사상 아주 독특하고 이례적인 축복받은 시기였다.

그 시기는 이제 끝났다.

그리고 그런 시기는 이제 우리 살아생전에 절대로 다시 오지 않는다.




미국이 구축한 안보와 무역 질서가 낳은 인위적인 결과인 세계 평화가 유지되지 않으면 세계는 작아진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의 커다란 세계가 몇 개의 작은 세계들로 쪼개진다.

그리고 쪼개진 세계들은 서로 툭하면 반목하게 된다.




세계화 게임은 끝나가는 게 아니라 이미 끝났다.

대부분 국가는 2019년에 경험한 정도의 안정이나 성장으로 절대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 대부분 국가는 새롭고 적절한 토대로 전환할 시도를 할 기회조차 잃었다.

위 마지막 문장에서 핵심 단어는, 물론, '대부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대단히 허약하다.

그것도 설계한 대로 작동할 때조차 그렇다.

오늘날의 경제 환경은 미국의 전략적 전술적 관리 감독에 의존하는 단계를 넘어 심각하게 중독되어 있다.

미국이 없으면 장거리 화물 운송은 규범에서 예외로 격하한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정상적' 삶은 끝나게 된다.

그것도 먼 미래가 아니라 곧 끝나게 된다.




미국 주도 세계 질서가 작동하지 않는 시대, 미국이 세계에 투사할 수 있는 해군력을 거둔 시대.

장거리 해상 운송의 시대는 대체로 끝난다.

우리는 지금 철강석이든 디젤 연료든 비료든 전서이든 목도리든 무슨 물건이든 수입할 수 있는 능력이 극히 제약되는 세계에 진입하고 있다.

위협에 대단히 노출된 나라는 운송 경로의 맨 끝에 있는 나라들로서 자국의 상선을 호송할 해군 역량이 없는 나라다.

한국, 폴란드, 중국, 독일, 대만, 이란, 이라크 순서대로다.

무장한 상선의 시대가 돌아올 날이 머지 않았다.




장거리 해상 운송 구조가 해체되는 새 시대에 최대 패자는 단연 중국이다.

근대 중국의 산업구조에서부터 식량 조달, 소득 추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의 직접적인 결과다.

미국이 손을 떼면 중국은 에너지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고, 제조업 매출에서 비롯되는 소득도 사라지고, 애초에 그런 제조업 상품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를 수입할 역량과 식량을 수입하거나 직접 생산할 역량을 잃게 된다.

중국은 가공할 규모의 탈산업화와 탈도시화에 반드시 직면하게 된다.




2000년대와 2010년대의 세금을 많이 내는 성숙한 근로자 수가 많은 인구구조에서 2020년대와 2030년대의 세금을 적게 내는 은퇴자들이 많은 인구구조로 바뀌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대의 지배적 모델은 단순히 파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가 동반자살을 약속하는 셈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최근 수십 년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시기였고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페르시아만과 구소련 변방에서 비롯되는 에너지 공급이 첨예한 전략적 갈등에 노출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석유를 운송하는 시대는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세계화가 종말을 맞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가 끝나게 될지 모르지만, 세계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삶이 끝난다.




탈세계화 시대에 친환경 기술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다.

'석유에서 벗어나게' 되면 복잡하고 툭하면 폭력적이고 항상 중요한 공급과 운송 체계에서 벗어나게 되기는 커녕, 그보다 적어도 열 배는 더 복잡하고 폭력적인 체재로 대체될 뿐이다.

메가와트 규모의 발전 역량을 비교해보면, 친환경 기술을 이용한 발전 방식은 전통적인 발전 방식보다 구리와 크롬이 두 배에서 다섯 배 필요할 뿐 아니라, 망간, 아연, 흑연, 실리콘을 필두로 현재의 발전소에서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여러 가지 다른 자재들도 필요하다.

전기자동차는 어떨까? 석유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

전기자동차의 엔진과 구동륜 사이의 회전력 전달 장치에 필요한 투입재는 내연기관에 필요한 투입재의 여섯 배다.

모조리 전기로 바꾸는 친환경 전환을 진정으로 하고 싶다면 이 모든 자재를 열 배 이상 소비해야 한다.




탈산업화는 산업의 종말만을 뜻하지 않는다.

식량의 대량 생산이 종말을 맞고 대규모 기근을 겪는 시대로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무역이 작동하는 방식이 조금만 바뀌어도 현재의 각 국에 상호연관된 체계는 무너질지 모른다.

현재의 농업이 해체되면, 먹거리의 생산량과 종류와 확보 가능성과 안정적 공급이 대대적으로 위축된다.

근대 농업기술과 시장을 이용해 산업화 이전 시대에서 벗어난 나라들이 모조리 산업화 이전의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그리고 산업화 이전의 인구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연결망은 붕괴하고 있다.

지평선 너머로 어렴풋이 농산물의 품종도 줄고 산출량도 불안정한 세상이 보인다.

에너지 공급이 줄고 제조 품목이 줄어들면 부유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빈곤과 갈등이 만연한 세상으로 바뀐다.

식량이 줄어들면 인구도 줄어든다.

전쟁보다도, 질병보다도, 기근이야말로 나라를 붕괴하는 궁극적인 파괴자다.




향후 50년의 역사는 다가올 식량 부족 사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혹은 대처하는 데 실패하느냐)의 이야기다.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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