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6 days ago

바다는
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낮은 몸가짐으로
낮은 곳으로 찾아든 물방울들이 모여
낮은 사람들을 기다린다

마지막까지 내려놓지 못한 연민 때문에
검은 바위에 온 몸을 부딪치며
물보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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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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