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6. 스달의 후계자

in #kr-series5 years ago (edited)

쳇. 재수 없어. 얼굴을 가리는 이유는 분명 못생겨서 일 거야. 온몸을 철갑으로 두른 이유는 겁이 많아서일 거야. 잘났어! 정말. 그래도 내 대포알 슛을 막기도 하고 피하기도 한 건 분명한 사실이긴 해. 저 흑기사라는 놈 보통이 아닌 건 분명해 보였어. 그런데 왜 오거한텐 꼼짝도 못 한 걸까? 흑기사보다 오거가 더 강하긴 한가 봐.

우린 아침이 되어 다시 길을 출발했어. 가는 길엔 기절시키는 향을 내뿜는 꽃밭도 있었고 외나무다리도 있었지만 우린 무사히 지나갔어. 한참 가다가 흑기사가 물이 떨어졌으니 근처 마을에서 물을 구해야겠다고 했어. 낮이라서 오거도 안 나타날 거고, 마오의 마법이 약한 시간이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유니콘과 흑기사만 마을로 갔어.

"그 마을 사람들은 날 안 좋아해. 내가 예전에 피해를 좀 줬거든. 그래서 난 못 들어가."

"응? 피해?"

"거긴 도자기 마을이야. 사람들이 모두 도자기거든. 내가 몇 도자기를 깨 먹었어. 고의는 아니었다구. 너무 약해서 잘 깨지는 걸 어떡해. 그래도 글린다 님이 다 치료해줘서 다행이지만, 난 그 이후로는 그 마을엔 출입금지야."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낮엔 몬스터도 안 나타나고 그러겠지?"

"아마도."

"도로시, 아마도라니. 그럼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거야?"

"응. 마오가 낮엔 마법을 잘 안 쓰긴 하는데 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 마법구두가 마오의 마법을 잘 막아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진 마."

도로시가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난 걱정이 됐어. 에잇, 저돌적인 스트라이커가 겁이 나 먹다니. 야, 너도 오거를 실제로 봐봐. 얼마나 무서운지. 난 걱정하지 말라는 도로시에 말에도 불안했어. 우린 나무 그늘 하나를 잡아서 일단 앉아서 쉬기로 했어.

"라그나로크에 대해 아는 게 정말 하나도 없어?"

"응. 네가 아는 거랑 같을걸. 야, 근데 공 없이 공 차는 법을 먼저 훈련해야 한대."

"공 없이 어떻게 공을 차냐? 밥 없이 밥 먹고, 물 없이 물 마실 수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수달아, 넌 할 수 있어. 넌 수달이니까." 도로시가 미소 지으며 말했어.

아~~ 내 이상형 도로시. 그래. 네가 응원해준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암, 그럼. 우린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오래 걸어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잠깐 졸았어. 졸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더니, 앜~~ 뭐야 이건. 내 앞에 뼈다귀가 칼을 들고 서 있는 거야. 이 뼈다귀는 머리도 있고 팔도 있고 다리도 있는 사람의 뼈 같았어.

"앜~~"

내 비명 소리에 도로시도 깼고, 난 일단 가지고 있는 공을 뼈다귀를 향해 힘껏 차버렸어. 내 공에 맞은 뼈다귀는 그 자리에서 박살이 났고 우린 그때야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한숨 돌릴 수 있었어.

"저건 뭐지?"

"마오가 부활시킨 스켈레톤이야. 한두 놈이 아닐 건데. 분명 주위에 엄청 많을 거야. 일단 여길 떠야겠어." 내 물음에 도로시가 대답했어.

"스켈레톤?"

"응. 걸음이 엄청 빠른 데다가, 칼엔 독이 묻어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그 자리에서 죽을 수 있는 무서운 놈들이야. 어서 피해야 해."

난 도로시에 말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짐을 챙겨 들었어. 그리고 도로시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어. 하지만 우린 도망갈 기회를 이미 놓쳐버린 후라는 걸 깨달았어. 조금 달리니까 앞에 스켈레톤 한 무리가 보였거든. 방향을 돌려 달려봤지만 거기에도 스켈레톤 한 무리가 있었어.

"이런. 너무 많아."

도로시는 말을 하고는 바로 마법봉을 들었어. 마법봉 끝에 번개 같은 형상이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전기 같은 번쩍이는 게 모였어.

"수달아, 내 옆에 붙어."

난 너무 무서워서 덜덜 떨고 있었어. 대충 보기에도 해골은 100마리쯤 돼 보였어. 너무 많아.

"이얏!!"

"콰과광!!"

도로시가 기합을 넣으면서 마법봉을 휘두르지 마치 번개가 내리치듯 불빛이 번쩍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해골들이 쓰러졌어.

"이얐!!"

"콰과광!!"

그렇게 해골들이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며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그때였어. 어디서 갑자기 화살이 하나 날아와서는 나와 도로시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 나무에 박혔어. 난 너무 놀라 오줌을 쌀 뻔했지 뭐야. 도로시가 화살 날아온 방향으로 급히 고개를 돌렸고 나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어. 뭐야 저건 또. 삐에로 가발을 뒤집어쓴 놈들이 뒤뚱거리며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이는 거야.

"도로시, 뭐 뭐야 저건?"

"광대. 한때는 에메랄드시에서 광대였어. 그런데 이젠 마오의 부하일 뿐이야. 조심해 광대의 화살은 무엇이든 관통하니까."

도로시의 말에 화살이 박힌 나무를 봤어. 분명 박힌 것 같았던 화살은 나무를 관통했고, 나무엔 화살 크기만 한 구멍이 나 있었어. 뭐야 저 화살은. 여기 오즈는 정신 나간 곳인가 봐. 흑기사, 그래 흑기사가 필요해. 어디에 간 거야.

"도망쳐야 해. 내가 저기 숲 쪽에 있는 해골들을 처치할 게 저쪽으로 우선 도망가자."

도로시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마법봉을 휘둘렀어. 봉에서 번개가 빗발쳐 나가면서 해골들이 쓰러졌고 난 무조건 달렸어. 죽지 않기 위해, 살기 위해 달렸어.

"앗!!"

달리다가 도로시의 비명 소리에 뒤돌아보니 도로시가 넘어져 있는 거야. 안 돼 도로시. 도로시가 넘어지자 해골들이 개처럼 달려들었어. 해골들은 도로시의 팔다리를 붙잡았고 마법봉을 뺏어버렸어. 도로시, 안 돼.

'내가, 널 지켜줄게.'

그래, 내가 약속했어. 내가 지켜주기로 약속했어. 내가 지켜줘야 해. 난 손에 들고 있던 공을 내려놓고 해골들을 향해 힘껏 찼어.

"쉬~~잌!!"

"파바밧!!"

공에 맞은 해골들이 부서지며 큰 소리를 냈어. 하지만 내겐 공이 하나뿐. 이런, 라그나로크가 필요해. 내겐 공이 하나뿐이란 밀이야. 어떡하지? 어떻게 공 없이 공을 차지? 집중해보자. 그래,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어. 여긴 오즈잖아. 여긴 오즈니까 난 할 수 있어. 그래, 난 할 수밖에 없어. 여긴 오즈고 난 선택받은 수달이니까. 난 수달이다. 난 전설의 마법사 스달의 후계자 수달이다. 난 선택받은 자 수달이다.

"이얏!!"

난 내 앞에 공이 있다고 생각하고 발을 힘껏 휘둘렀어.

"아앜!!"

난 헛발질을 제대로 했고, 그 바람에 몸의 중심을 잃고는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어. 안 돼. 아니야. 이건 아니야. 여긴 오즈잖아. 마법사의 나라잖아. 할 수 있어. 공 없이도 공을 찰 수 있다고. 난 수달이니까. 난 수달이니까. 난 다시 일어나 힘껏 발을 휘둘렀어.

"이얏!!"

"아앜!!"

하지만 헛수고였어. 공 없이 공을 찰 수는 없었어. 제기랄. 빌어먹을. 도로시는, 마법봉을 뺏긴 도로시는 해골들에게 끌려가고 있었고 그 뒤에 있는 삐에로들은 입이 찢어지라 웃고 있었어. 어떡하지? 이젠 어쩌지? 도로시가 잡혀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안 돼. 내가 구해줘야 해. 난 다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어. 그리고 부서진 해골 옆에 있던 칼을 집었어. 내가 구해줘야 해. 내가 도로시를 지켜줘야 해. 스달님, 도와주세요. 전설의 마법사 스달님, 제가 스달님의 후계자라면 도와주세요. 저를 도와주세요.

난 칼을 들고 달려나갔어. 앞에 보이는 해골들이 내 칼에 맞아 박살이 났고 난 도로시 앞에까지 갔지만 해골 숫자는 너무 많았어. 게다가 난 삐에로의 화살에 맞고 말았어.

"으앜!!"

화살에 맞은 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어. 옆구리에선 뜨거운 느낌이 났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어. 읔... 너무 아파. 너무 아파서 숨도 쉴 수 없겠어. 읔... 안 돼. 도로시는 안 돼.

"야~~ 이 멍청한 해골바가지들아~~ 나를 잡아가라~~ 도로시는 키도 작고 말라서 먹을 게 없다구. 날 잡아먹어라~~"

그때였어. 내 앞에 하얀빛이 비치더니 온 세상에 하얗게 변했어. 그리고 흙냄새 같기도 하고 물 냄새 같기도 한 바람이 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어.

"스달아."

어? 날 부르는 건가?

"네? 누구세요?"

"넌 위대한 마법사의 선택받은 후계자다."

"후계자? 그, 그럼 혹시 전설의 마법사 스달님?"

"난 마법구두다."

마법사 스달님이 아니라 마법구두? 누구면 어때.

"마법구두님, 도로시가 위험해요. 도로시를 구해야 해요. 라그나로크를 가르쳐 주세요. 제발 빨리요."

"넌 이미 다 배웠다. 라그나로크는 마법이 아니다."

"마법이 아니라뇨? 그럼 뭐죠?"

그 말을 끝으로 환한 빛이 사라졌고 다시 원래 상황으로 돌아왔어. 내 앞엔 도로시가 끌려가고 있었고 내 옆구리에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어. 그리고 내 눈앞에 뭔가 하얀 물체 같은 게 보였어. 아니 그 하얀 물체는 빛이었어. 반짝반짝 빛나는 빛 같이 생겼지만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지리릭 소리를 내기도 했어. 전기가 뭉쳐진 하나의 에너지 같았어. 그 빛은 점점 커지더니 정확히 축구공만큼 커졌어. 뭐지?

난 본능적으로 이 빛을 축구공 차듯이 차야 한다는 걸 느꼈어. 난 옆구리의 상처를 지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러곤 이 빛을 발로 차려고 했지만 옆구리 통증이 너무 심해서 그 자리에 다시 주저앉았어.

"스달아, 어서 일어나."

그때 어디선가 날 부르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어. 그러곤 한 여자가 나타났는데, 온몸이 초록색인 여자였어. 그 여자는 초록빛을 내며 나타나서는 내게 미소를 지어줬어. 그러곤 내 옆구리에 손을 대고는 다시 살짝 미소를 지었어.

"나는 나무요정야. 어서 일어나서 도로시를 구해."

어?? 뭐지? 옆구리 통증이 사라졌어. 손을 대보니 상처가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어. 뭐지? 어떻게 된 거지? 내 상처가 어떻게 치유됐는지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도로시를 구해야 해. 난 다시 일어났어. 그러곤 내 앞에 있는 하얀 빛 덩어리를 보며 크게 숨을 내뱉었어. 이게 라그나로크인가? 이게 라그나로크라면 그렇다면 내가 도로시를 구하리라. 내가 반드시 도로시를 구해내리라. 난 오른발에 힘을 주고는 내 온 힘을 다해,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다해 발을 휘둘렀어. 발등에 묵직한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났고, 그와 동시에 너무 눈이 부셔서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의 빛이 번쩍거리며, 천둥소리처럼 세상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어.

"콰과과광!!"

난 너무 눈이 부셔서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땐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어. 내 눈앞에 있던 해골들이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박살이 나 있었고, 삐에로들은 시체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지 뭐야. 그리고 도로시는 내 눈을 보고 있었어.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눈빛으로.

"수달아, 해냈구나. 네가 해냈어."

"내가? 방금 이거 라그나로크?"

난 바로 도로시에게 달려갔고 도로시를 안았어.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내가 도로시를 지켜냈어. 그리고 라그나로크도 배웠고. 도로시는 내게 안겨서는 울고 또 울었어.

"무서웠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나 정말 죽는 줄 알았어. 고마워. 수달아, 고마워."

"이젠 내가 널 지켜줄게. 몬스터들에게서 널 지켜줄게."

아, 내 상처를 치료해준 나무요정에게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난 나무요정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나무요정은 없었어. 나무요정은 천사였나? 나무요정님, 고마워요.

도로시는 해골들에게 끌려가면서 팔이며 다리며 상처 투성이가 돼 있었어.

"아야!! 못 걷겠어."

"내게 업혀. 내가 업어줄게."

"괜찮겠어? 나 많이 무거울 텐데."

"어허, 너 정도는 충분히 업을 수 있어. 잊었나 본데, 나 유소년 축구 국가대표 수달님이시라고."

도로시는 괜찮다고 몇 번 말하고는 내게 업혔어. 도로시, 두려워 마. 이젠 내가 널 지켜줄게. 나 수달님이 널 지켜줄게.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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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오즈의 수달> 소개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1. 모험의 시작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2. 마법사의 나라 오즈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3. 전설의 마법사 스달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4. 첫 위기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5. 대포알 슛


5천자의 약속.
저는 천하제일연재대회 명성에 맞게 회당 분량을 반드시 5천자 이상으로 작성하겠습니다.
본 회는 5585자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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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잡아서 천천히 읽어볼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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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연재 중단했어요. ㅠㅠ

왜요... 연재 중단이라니 ㅠㅠ

드디어 라그나로크에 한발짝 다가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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