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영화가 끝나도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 <로제타>

in #aaa5 years ago (edited)

인생영화 리뷰를 계속 쓰려고 했으나,,,
분위기 비슷한 영화를 연이어 리뷰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확~~~ 다른 영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영화는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둘은 형제)의 초기 영화인
독립영화 <로제타> 입니다.

저는 영화를 재미로만 보던 사람입니다.
일단 영화는 재밌어야죠.
돈 내고 보는 거니까요.
특히나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더 재밌어야 합니다.
돈을 많이 내니까요???는 아니고...
같이 영화 본 사람에게 안 미안해야 하니까요. ㅎㅎㅎㅎㅎ

'독립영화'라는 용어도 들어본 적 없는 제가 이 영화를 본 건,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한 친구 덕분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연락해서는, 자기한테 표가 두 장 있는데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합니다.
저야 뭐,,, 극장 가는 걸 워낙 좋아하니까... 당연히 오케이.
그런데 그 친구 말이, 영화가 엄청 재미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저야 뭐... 휴일날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솔로 시절이기 때문에
재미 없으면 어떤가요, 그냥 무조건 오케이.

흠... 그런데,,, 극장부터 좀 이상합니다.
무슨 극장이 7~80년대 분위기에, 건물은 너무 오래돼서 페인트가 다 벗겨져 있더군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더군요.
그런데... 영화가 시작할 때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이 거의 다 차 있었습니다.
음... 독립영화 보는사람이 많더군요.
(나중에 알게된 사실. 이 극장은 주로 후원금으로 겨우 유지하는 독립영화 상영 극장이었습니다.)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빵빵하게 아낌없이 넣어요. ^^)

영화가 시작합니다.
어라... 카메라 왜 이렇게 흔들려???
마치 손바닥 만한 카메라 들고 주인공을 따라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카메라가 엄청나게 흔들립니다.
친구가 한마디 해주더군요.

'이런 영화 처음이지? 이 영화는 일부러 카메라 막 흔들리게 찍은 영화야. 금방 적응될 거야.'

그 친구 말대로 금방 적응이 되긴 하더군요.
너무 흔들리는 카메라 때문에 처음엔 어지럽긴 했지만,,, 금방 적응이 됐어요.
나중에 이 영화 또 보고 싶어서 PC로 봤는데요, 극장에서 본 것만큼 카메라가 흔들리는 느낌은 안 나더군요.
고로...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시길. ^^ (음... 독립영화 극장에서 가끔 상영하던데, 요즘은 모르겠네요.)

영화의 시작은 로제타의 시선으로 시작합니다. 분을 참지 못해 막 씩씩거리며 걷는 로제타의 시선.
화난 상태로 걸으니 카메라가 더 많이 흔들립니다.
복도와 계단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간 곳, 로제타의 일자리입니다.
관리자쯤 되는 사람이 넌 해고라며 나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로제타는 여기가 내 일자리라고 나갈 수 없다고 버팁니다.
울며 버팁니다. 못 나간다고. ㅠㅠ
하지만 관리자는 막무가내입니다.
'넌 수습기간이 끝나서 해고됐어.'라며 사람을 불러 로제타를 끌어냅니다.
로제타는 수습기간 동안 착실히 일했고 사고도 안 쳤지만 해고됐습니다.

199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여우주연상 수상.

이 영화가 이 당시 얼마나 사회적 이슈가 됐던지,
청년을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고용해야하는 '로제타 법'이라는 게 만들어질 정도였습니다.
(이 로제타 법은 실효성 문제로 나중엔 폐기됐다고 하네요.)
이야기의 배경은 벨기에인데요,
1998년 벨기에는 대졸자 실업률이 55%에 달했다고 합니다.
흠... 지금의 우리나라와 비슷하군요. ㅠㅠ
대부분의 청년이 백수인 상황이었고, 로제타도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

로제타는 알콜중독 엄마와 함께 캠핑장의 캠핑카에서 삽니다.
집이 없거든요.
캠핑카에서 사는 건 불법이지만, 엄마가 캠핑카 관리자(?)에게 어쩌구 저쩌구 해서 몰래 살고 있습니다.
(아,,, 설명하기 가슴아파. ㅠㅠ)

로제타는 돈을 구하기 위해 옷을 내다 팔며 겨우겨우 삶을 유지합니다.
와플로 끼니를 때우며 근근히 버티던 중...
와플을 판매하는 남자 점원과 친해지고,
그 남자가 와플 반죽 일자리를 소개해줍니다.
먼저 일했던 직원이 잦은 결근으로 해고됐기 때문에 자리가 생긴 거였어요.
로제타가 출근해서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러자 원래 일하던, 해고된 직원이 나타나서는,
'아기가 아파서 출근을 못했다. 제발 봐달라.'며 사정을 합니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였던 그녀.
그녀의 일자리를 대신 차지한 로제타.
로제타는 그녀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기를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전혀 신경을 안 씁니다.
오히려 딱한 그녀의 사정이 고마웠을 겁니다.
아기가 아파서 출근을 못해 해고된 거니까요.

해고된 여자는 해고되어 슬퍼합니다.
그 슬픈 여자와 함께 로제타가 카메라에 잡힙니다.
로제타가 해고된 장면에 이어 두 번쨀 마음이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로제타가 해고되면서 새 사람이 일자리를 얻었듯,
이번엔 로제타가 고용되면서 다른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말았네요.

을乙도 아닌 병도 아닌 정끼리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화가 났습니다.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고, 정규직에 비해 급여는 반토막, 복지도 없는 비정규직은 을도 아니고, 병도 아니고 정입니다.
내일, 아니 오늘이라도 당장 해고될 수 있는 정.
어쩌다가 정끼리, 병끼리, 을끼리 생존을 위해 경쟁하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온 걸까요.

영화는 이제 도입부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가슴이 많이 아파서 어쩌죠?

이제 로제타는 일자리도 얻었으니 살만해졌습니다.
일자리도 생겼고 친구도 생긴 로제타.
친구가 된 둘은 같이 저녁도 먹고 맥주를 마시고 춤도 추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날 좋은 하루를 보낸 로제타는 침대에 누워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로제타, 나는 로제타 

너는 일자리가 생겼어, 나는 일자리가 생겼어 

너는 친구가 생겼어, 나는 친구가 생겼어 

너는 정상적인 삶을 살거야, 나는 정상적인 삶을 살거야 

너는 시궁창에서 나올거야, 나는 시궁창에서 나올거야 

잘 자, 잘 자 "



드디어 일자리가 생긴 로제타.
친구가 생긴 로제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로제타.
그래서...
시궁창에서 나올 수 있게 된 로제타.

하지만...
이 장면은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장면이었습니다.

이제 시궁창에서 나와 정상적인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던 로제타는...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해고 통보를 받습니다.
아니,,, 왜???
사장이 자기 아들을 반죽하는 사람으로 취직시켰거든요.
헐...
로제타는 해고될 수 없다며 일을 시작합니다.
반죽 포대를 안고는 일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아니,,, 악을 씁니다.
아니... 살기 위한 발악을 합니다.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절대로...

그러다가... 반죽 포대를 앉고는 주저앉아버립니다.
주저앉아 웁니다.
아니... 통곡을 합니다.
이제,,, 이제야...
시궁창 인생을 벗어날 줄 알았는데...
이제야,,, 정상적으로 살 줄 알았는데...


우리는 모두 로제타입니다.
우리는 로제타와 다르지 않습니다.
한 달이라도 놀게 되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로제타입니다.
해고를 당하면 한두 달 만에 경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로제타입니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어요.
'부자의 기준은, 일을 하지 않고도 1년 이상 놀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
우리 직장인들은 1년이 아니라 한 달도 놀 수 없습니다.
매달 나가야 하는 주택담보 은행이자, 각종 공과금, 식비, 통신비.
그리고 스팀도 사야 하고... 흠... 스팀은 빼고... ㅡ.ㅡ^
AAA도 사야 하는데,,, 아니다... AAA도 뺍시다.
혜자토큰 BNW도 사야 하는데... ㅎㅎㅎㅎㅎ BNW는 싸니까 사둡시다. 싸다 싸, 개당 0.011스팀.
암튼... 매달 나가야 할 돈은 많은데,,,
갑자기 수입이 끊기면 한순간에 취약계층으로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제 경우만 봐도 그렇더군요.
저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인 큰애 치료비가 제 월급의 반이 넘습니다.
게다가 집값의 80%가 대출이라 매달 이자가 장난 아니에요.
식비에 교통비 통신비 등을 합하면,,,
월 지출이 월 수입보다 30%정도 많습니다.
지금도 뭐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만약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집을 팔기로 했습니다.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려고요.
그리고 작은 아르바이트라도 더 하려고 일거리를 찾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 트플에 영화리뷰 올리는 것도 하나의 아르바이트일 수도 있겠네요.
(물론 현금화 했을 경우에만 수익이라는 거 잊으면 안 됩니다.)
상금 받으면 좀 나아질 것 같아서 몇 달 동안 3~4시간 자면서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선지 요즘 저는 극심한 피로누적을 경험하고 있는데요,
낮엔 병든 닭처럼 졸기도 합니다. ㅠㅠ

이런 제가,,, 만약에,,, 해고되어 실업자가 된다면???
물론 저야, 오라는 곳이 하도 많아서... 해고당하면 다음날 바로 출근할 곳이 있긴 합니다.
제가 능력자거든요.
이쪽 분야에서 20년 경력이고, 저만큼 일하는 사람 구하기가 너무너무너무 심하게 힘들어요.
흠...
게다가 저는 능력자라서 해고될 일이 없지만,,,
영화 리뷰를 써야 하니까 만약 해고됐다고 치고,
물론 제가 너무 능력자라서 오라는 곳이 많긴 하지만,
영화 리뷰를 써야 하니까 오라는 곳이 없다고 치면,,,
저는 매달 심각한 적자에 허덕이게 됩니다.
일당 잡부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할 테고,
집안 살림 다 팔아서 돈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그러다가,,, 결국엔 로제타처럼 되겠죠.

그래서 우리 모두는 로제타인 겁니다.
지금 직장이 있다고, 지금 수입이 있다고 결코 로제타가 아닐 수는 없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1년 동안 놀고 먹을 만큼의 돈'이 없으면 로제타인 겁니다.


로제타의 하나뿐인 친구인 와플 판매원 남자.
그는 로제타를 돕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로제타는 그의 선심을 거절합니다.
그러다가,,, 둘이 호수(?)를 산책하는데,,,
남자가 물에 빠집니다.
로제타는 물에 빠진 남자를 보고는 그냥 가버립니다.
헛... 왜?
아니,,, 수영을 못해도 나무라도 던져줄 수 있고, 소리질러서 도움을 요청하든가 해야죠.
그런데 로제타는 그냥 가버립니다.
물에 빠진 남자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도요.
카메라는,,, 살라달려는 외침을 무시하려고 고뇌하는 로제타를 오랫동안 잡습니다.
판매원이 죽게 되면, 일자리가 하나 생기게 되고, 그 자리를 자기가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로제타.
하지만 로제타는 그를 구해줍니다.

남자는,,, 참 어이가 없습니다.
살려줘서 고마운데 어이가 없습니다.
나중에야 로제타가 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죽길 바랬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평생 일만 하다가 죽은 이반 일리치의 장례식장.
사람들은 겉으로는 슬픈척 하지만 저마다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을 합니다.
한 남자는 이반 일리치가 죽었으니 드디어 자기가 이반이 일하던 자리로 승진할 수 있어서 기뻐합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의 죽음으로 받게 될 연금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두드리고 있는 장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타인에겐 이득이 되는,,, 정말 슬픈 장면.

우리는 어쩌면 이반의 죽음을 기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쩌면 나보다 잘난 사람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쩌면 내가 못 가진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죽으면 내 것이 될 수 있기에.
어쩌면,,, 여기 암호화폐 시장이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가격에, 비싸게 산 사람과 싸게 산 사람이 있고
익절한 사람과 손절한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가 수익을 내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곳.
그래서 처음엔 다단계 같아 보였습니다.
폰지사기라는 말이 도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닐 정도였지요.
그런데,,, 정말 코인판은 다단계이고 폰지사기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미 여기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의 가치, 생각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잖아요.
여기 트플에 모인 우리 모두가 열심히 글을 써서 생각을 나누고 가치를 만들고 있잖아요.
그래서 적어도 AAA는 다단계도 아니고 폰지사기도 아닐 수밖에 없습니다.
음... 어쩌다 AAA 홍보 같지만,,, 이 글은 리뷰이지 투자 권유글이 아니며 투자는 개인 책임입니다. ^^

암튼...
그 일이 있은 후 로제타는...
그 판매원 남자의 비밀을 사장에게 일러바칩니다.
그리고 사장은 남자를 해고하고 로제타를 고용하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왜 그랬을까요.
왜 친구를 배신해야 했을까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간절했으면...

친구를 배신하고 일자리를 얻은 로제타.
꿈에 그리던 일자리가 생긴 로제타.
일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엄마가 술에 취해 집 밖에 쓰려져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살아보려고 친구도 배신한 로제타.
하지만 그녀는 엄마까지 배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를 버리면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었을 로제타.
그녀는 엄마마저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이젠... 포기해야 하나봐.
이만큼 노력했도 안 되는 구나.
난 최선을 다했어.
난 할 만큼 했어.
난 친구도 배신했어.
그런데 내 삶은 왜 이러지?
이제 그만 할래.
넘 힘들어...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생각납니다.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던 세 모녀.
누가 그녀들을 죽게 했을까요.
왜 누구도 그녀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을까요.
마지막 월세금과 미안하다는 편지를 남기고 삶을 포기해야 했던 세 모녀.
세 모녀는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해볼 건 다 해봤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안 됐을 겁니다.

로제타는 이제 그만 두려고 합니다.
사는 걸 그만 두려고 합니다.

엄마를 끌고 들어와서는 창문을 모두 닫고 가스 밸브를 엽니다.
그리고 눕습니다.
천천히 편안하게 잠이 들면,,, 끝날 겁니다.
흙수저로 태어나 고생만 한 삶,
이젠 그만 하려는 로제타.


죽으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서 죽으려 했어요.
고2,
수학여행비를 못 내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수학여행 가기 전날까진 분명 친구였는데,
갔다온 후로는 어느 누구도 제게 말을 걸지 않았고, 제 말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수학여행에서 있었던 얘기만 했고, 난 그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적으로 친구들과 멀어졌고, 저는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매일밤 일기장에 엄마를 그리워하며 눈물로 일기를 썼습니다.
어떻게 죽어야 덜 아플까 고민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머리가 나빠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안 아프게 죽을 방법을 찾던 어느날...
그날은 초겨울이었고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육교를 지나는데,,, 평소보다 차들이 달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육교 아래를 보니 차가 쌩쌩 달리고 있더군요.
그때 떠올랐습니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순식간에 죽겠다.'
울었습니다.
날 버린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울었고, 내가 불쌍해서 울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산을 내려놓고 육교 난간을 붙잡았습니다.
다리 하나를 올리려는데,,,
한 남자가 저를 붙잡았습니다.
'학생 여기서 뭐해.'
물인지 눈물이 섞인 얼굴을 돌려보니 웬 노숙자 같은 아저씨가 서 있었습니다.
'네?'
'내가 아까부터 봤는데, 이렇게 비 맞으면 추워.'
'네?'
'나랑 국밥이나 한 그릇 먹으러 가자.'
저도 모르게 그 아저씨를 따라갔습니다.
골목골목지나 도착한 한 국밥집.
초겨울 날씨에 비까지 흠뻑 맞은 저는 추워서 덜덜 떨면서 국밥을 먹었습니다.
그 국밥이 어찌나 맛나던지요.
너무 맛있어서 그 맛을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국물 한 방울까지 싹싹 핥아 먹었어요.
노숙자 분위기의 아저씨와 저는 각자 국밥 한 그릇을 다 비웠고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학생, 아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죽으면 억울하잖아.
죽을 용기로 살아.'
그러고는 일어나 계산을 하고 먼저 나가는 아저씨.
나중에 생각해보니 천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스를 틀어놓고 누운 로제타.
이제 죽기만 하면 됩니다.
이제 끝났습니다.
죽으면 친구를 배신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콜중독 엄마를 부양하지 않아도 됩니다.
죽으면 끝이니까요.
더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울지 않아도 되고, 아파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가스가 떨어지고 말았거든요.

로제타는 일어나 빈 가스통을 들고 갑니다.
작은 체구의 여자. 무거운 가스통.
낑낑거리며 빈 가스통을 주고는 새 가스통을 받은 로제타.
새 가스통은 너무 무겁습니다.
무거운 새 가스통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로제타.
얼마나 무거운지 얼굴엔 고통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죽으려면 이 무거운 가스통을 들고 집까지 가야 합니다.
죽으려고 가스를 틀었지만 죽는 것도 쉽게 되지 않은 로제타.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로제타입니다.
카메라는 죽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가스통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로제타를 오랫동안 잡습니다.
얼마나 무거운지 로제타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집니다.
죽으려고 가스통을 들고 가는 로제타.
온힘을 다해, 죽으려고 가스통을 안고 있는 로제타.
그녀는 결국 가스통을 안은채 쓰러지고 맙니다.
영화 내내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던 로제타가 울고 맙니다.
쓰러진 로제타가 오열을 하고 맙니다.

이 영화는 제가 100번 본 영화도 아니고 50번 본 영화도 아닌데도, 제 기억에 매우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마지막 장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너무 슬펐습니다.
무거운 가스통. 무거운 삶의 무게를 들지 못해 쓰러진 로제타.
그리고 영화는...
알 수 없는 손 하나가 로제타를 일으키며 막을 내립니다.
혼자 일어설 수 없으니 도와줘야 한다는 손.
우리가 함께 로제타를 일으켜 줘야 한다는 메시지.


내 주위의 로제타는 누구일까요.
조그만 주위를 둘러보면 수많은 로제타가 보일 겁니다.
내 손을 기다리는 로제타.
내 도움을 기다리는 로제타.

누구든 로제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을도 아니고 병도 아닌 정끼리라도요.

너는 로제타
나는 로제타 

너는 일자리가 생겼어
나는 일자리가 생겼어 

너는 친구가 생겼어
나는 친구가 생겼어 

너는 정상적인 삶을 살거야
나는 정상적인 삶을 살거야 

너는 시궁창에서 나올거야
나는 시궁창에서 나올거야 

잘 자
잘 자



리뷰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The following part is needed to put filled in and added to your text, as otherwise it will not be included later on phase II on Triple A.
※ 리뷰 하단에 다음 두가지 항목 포함 필수 (미포함 시 차후 자체사이트에 반영 안됨)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11489

Critic: AAA

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11489-rosetta?language=ko-KR

별점: AAA

Sort:  

li-li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li-li님의 평론가들의 영화리뷰 #25 (190531)

...013

평론가 bulsik centering kimkwanghwa kyunga nahavirus707 pepsi81 cine eternalight eversloth isaaclab asakhan z...

다 읽고나니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야겠군요. 그리고 채굴도 열심히하구요. -.-;;

하루하루가 감사하지요. ^^

어디선가 본 듯한.....
눈물이 절로 나네요.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눈물이... ㅠㅠ

로제타와 나하님의 삶을 같이 볼 수 있는 리뷰네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Thank you for your continued support towards JJM. For each 1000 JJM you are holding, you can get an additional 1% of upvote. 10,000JJM would give you a 11% daily voting from the 600K SP virus707 account.

나하님 리뷰는 언제봐도 심금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진솔한 리뷰 감사합니다 ㅎㅎ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역시나하님 필력이 ^^; 보는동안 정말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 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영화보다는 재미없는 리뷰에요. 영화 보시길 추천드려요. ^^

또 한편의 삶을 적어 놓았네요.
로제타 라는 이름 안 까먹을 것 같습니다.

잊을 수가 없지요. ㅎㅎㅎ

지금 우리나라에 많은 화두를 던지는 영화네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정말 마음 아픈 영화에요. ㅠㅠ

진짜 리뷰가 참... 짠합니다. 젊은 소녀의 어깨에 짊어진 삶과 발목을 잡아 뛰지못하게하는 현실이ㅠ

마음이 너무 아픈 영화에요. ㅠㅠ

마음이 너무 아픈 영화에요. ㅠㅠ

Coin Marketplace

STEEM 0.24
TRX 0.11
JST 0.032
BTC 61482.47
ETH 2990.09
USDT 1.00
SBD 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