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리뷰] 원작 이상의 표현력 & 원작 이하의 스토리, 《신과함께1 - 죄와벌》

in #aaa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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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1990년대 말부터 등장하여, 일상툰이나 에피소드 형식이 주를 이루었었다. 하지만 2003년 다음웹툰에서 선보인 강풀의 ‘순정만화’가 대히트를 치면서 기승전결이 있는 장편 웹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웹툰은 인터넷 발달과 함께 트렌드를 선도하는 하나의 컨텐츠로 자리잡았다. 이런 트렌드의 흐름을 타고 웹툰을 영화화 하는 시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 확보된 독자들과 성공을 검증받은 스토리,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성 등등 웹툰은 영화화하기에 최적의 조건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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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을만한 영화인 이끼(정재영,박해일) / 이웃사람(마동석,김성균) / 은밀하게위대하게(김수현) / 신과함께(하정우,주지훈,김향기) 등등이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다. 이 중에서도 웹툰 《신과함께-저승편》, 그리고 영화 《신과함께 1 - 죄와벌》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줄거리 간단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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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신과함께-저승편》은 2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하나는 지극히 평범한 세일즈맨 김자홍이 죽고, 저승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일곱 개의 지옥에서, 49일동안 이승의 죄를 따져가며 판결을 받고 저승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또 하나는 저승사자인 3차사(강림, 혜원맥, 덕춘)가 이승에서 억울하게 죽어 원귀가 된 군인 유성연 병장을 쫓고 그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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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저승편’에 상응하는 영화《신과함께-죄와벌》은 주인공이 49일동안 7개의 지옥을 거치며 판결을 받고, 억울하게 죽은 군인 원귀를 쫓는다는 큰 스토리는 같다. 하지만 웹툰의 두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스토리로 합쳐놓았다. 주인공 김자홍은 소방관으로, 원귀가 된 군인은 김자홍의 동생으로 재설정 되었고, 그의 변호사 진기한도 삭제되었다. 대신 3차사들이 김자홍을 변호도 하면서 원귀가 된 김자홍의 동생도 쫓는다. 이러한 각색으로 웹툰에서의 별개였던 두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 놓았다.




《원작을 뛰어넘는 표현력》


웹툰은 그림이다 보니 당연히 정적(靜的)이다. 영화는 동영상이다보니 당연히 동적(動的)이다. 더구나 영화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 하더라도 기술의 한계로 상상력을 표현하는데 있어 영화는 좀 더 사실적일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어설프던가.) 따라서 자신이 정말 재미있게 본 웹툰이 영화화 된다고 하면 그 웹툰에 어떻게 생동감을 불어 넣었는지,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을 했는지, 배경이나 스토리는 얼마나 잘 그려냈는지를 기대하게 된다.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은 만화에 불어 넣은 생동감과 캐릭터의 표현, 배경의 묘사는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을 정도다. 웹툰 주호민 작가의 그림체는 어린아이 같고 귀엽다. (사실 잘 못 그ㄹ...) 저승과 지옥을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이는 그림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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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작가의 그림체와 '액션씬;;'>

하지만 영화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배우들(하정우, 이정재)을 섭외하고, 높은 수준의 CG를 통해 차사들과 각 대왕들, 어둡고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저승 세계를 웹툰 이상으로 잘 표현해주었다. 특히, 웹툰 주호민 작가의 작화능력부족(작가님 죄송ㅠ)으로 잘 표현되지 못한 지옥들을 리얼하게 잘 표현해주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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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죄인들을 가두는 '나태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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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지옥으로 가는 길, 화탕영도>

거기에 더해 ‘덕춘’이란 캐릭터는 싱크로율이 99%라 생각될 정도로 흡사하게 연출해주어 실제 웹툰 속의 덕춘이가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그와 반대로 ‘해원맥’이란 캐릭터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성이 부여됐다. 원작 속의 해원맥은 무뚝뚝하고 과묵하며 조금은 험상궂은 인상이다. 하지만 영화 속의 해원맥은 능글맞고, 말도 많고, 곱상한 외모의 장난꾸러기 같은 캐릭터이다. 영화 속 해원맥은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잘라낸 부분들(진기한 변호사, 장난끼많은 염라대왕 등)을 채우기 위해 영화 감독(김용화)에 의해 새롭게 잘 주물러진 캐릭터이다. 다행히도 감독은 '해원맥'을 너무 잘 주물러주었고, 무겁게 전개될 뻔한 이야기의 적재적소에 ‘쉼표’를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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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에서 성격까지 싱크로율이 높은 막내 차사 '덕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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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새롭게 재탄생된 일직차사 '해원맥'>

이렇듯 원작 캐릭터를 깔끔하게 현실로 끄집어 낸 점과 새로운 캐릭터를 멋지게 재탄생 시킨 점은 기립박수를 쳐 줄만 하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스토리 각색》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스토리는 아쉬운 점들이 몇몇 있었다. 우선, 총 78화의 웹툰 ‘저승편’을 영화는 단편으로 끝내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각 지옥의 판결 방법이나 형벌의 묘사, 깨알 같은 저승이야기들이 대거 삭제되었다. 지옥들마다 똑같은 방법(주인공의 선한 과거를 보여주며 말로만 변호하는 방법)으로 통과가 되니 웹툰에서 느꼈던 신선함마저도 많이 퇴색되었다.

또한 원작에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마지막 엔딩에선 짜릿한 감동(?)을 주며,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해 하면서 봤던 ‘진기한 변호사’가 빠졌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원작의 세세한 부분을 좀 더 챙겨가면서 두 편정도로 나누어 영화를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진기한 변호사'>


또한,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은 ‘안전한’ 스토리와 결말을 선택하여, 원작의 팬으로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웹툰’ 속의 회사원 김자홍은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다. 죽은 이유도 잦은 회식 자리로 인한 간질환이고, 40여년 인생을 A4용지 3장으로 끝낼 수 있는 그런 인물이다. 즉, 우리 주변의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혹은 바로 '나'이다. 그래서 그 인물에 몰입이 되면서 다음 지옥은 어떤 일로 곤경에 처하고, 어떻게 빠져 나갈까 궁금해진다.

하지만 ‘영화’ 속의 소방관 김자홍은 다르다. 직업도 남을 위해 희생하는 소방관이며, 죽은 이유도 타인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들어서이다. 그래서 저승에 오자마자 19년만에 나타난 ‘귀인’의 대접을 받는다. ‘귀인’이다보니 각 지옥에서 내려지는 죄목과 상황 설정도 다소 억지스럽고, 주인공이 앞으로 어떤 지옥을 마주하더라도 당연히 통과할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각 지옥마다 공감이 되지 못 했고, 큰 긴장감 또한 느끼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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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평범하여 ‘우리’같은 웹툰 속 김자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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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만의 귀인이자 의로운 망자인 영화 속 김자홍>

또한, 웹툰에서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이다보니,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걷었던 쌀, ARS 모금에 참여했던 순간, 회사의 지침으로 하청업체에 단가를 후려쳤던 순간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삶과 정의, 억울함 등 많은 요소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웹툰을 볼 때는 ‘아, 이래서 이렇게 살아야지’ 라는 느낌이 각 지옥마다 들었다.

하지만 영화는 가족애와 효, 진부한 선의의 거짓말 등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보니 역시나 결말은 ‘신파극’으로 마무리된다. 가난한 집안에 말 못하시는 벙어리 어머니, 두 자식을 잃고 홀로 남겨진 어머니, 그리고 이러한 배경 속에 어머니의 꿈에 나타나 애절하게 눈물 펑펑 흘리며 용서를 비는데, 어느 누가 눈물을 흘리지 않고 베길 수 있을까. 나도 울었다. 그리고 그 눈물은 분명 영화의 평점을 높이는데 특효약이다. 하지만 영화 《신과함께》는 평점을 높이는 대신, 원작의 스토리와 지옥의 순서까지 변경해가며, ‘신파’라는 '안전한 결말'로 끝을 맺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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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앞다퉈 울던 마지막 엔딩장면>




《맺으며.》


물론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은 1400만 관객을 동원하고, 관람객 평점들도 낮은 편은 아니다. 원작을 모르고 봤다면, 혹은 원작과는 완전 별개의 영화로 본다면, 신선한 소재와 뛰어난 CG, 감동적인 결말 등으로 호평을 받을만한 영화이긴 하다. 하지만 원작 신과함께를 인생 웹툰으로 뽑는 나로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화’이다. 아니면, 이 아쉬움이 사실은 팬으로서의 ‘원작부심’일 수도.ㅋ




《 별점 및 한줄평 》


별점 : ★★★☆

원작의 김자홍은 ‘나’ 였지만,
영화 속 김자홍은 ‘판타지’였다.

본격 한국형 효심 판타지 영화

한국 영화의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했구나

난 분명 나태지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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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리뷰 퀄리티 쩐다! ㅎㅎ 장사도 리뷰도 열심히 하니 나태지옥은 갈일 없을듯!

장사는 열심히 안하는듯해요...ㅋㅋㅋ

ㅋㅋㅋㅋ 파치형ㅎㅎ 팩트폭력 자제욤ㅎㅎㅎ

내가 건의한 주제가 선정돼서 좀 더 책임감 갖고 힘줘서 써봤엉!! 'ㅡ' ㅎㅎㅎㅎ
로튼키위즈 형한테 후원도 받고 좋당!! ㅎㅎㅎ

@ newiz 님 현재 포스팅은 중복이 되었습니다. 스캇 니트러스에서 이전 포스팅이 새로운 포스팅 작성시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버그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포스팅 작성시에 에디터에 남아있는 이전 포스팅 자료는 꼭 삭제하시고 새로운 포스팅을 작성하여 주세요. 삭제를 하셔도 이전 포스팅은 삭제 되지 않습니다. 관련된 버그는 엔진팀에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아직 제대로 수정되고 있지 않네요.

@_@??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ㅠ
제가 부계정으로 포스팅을 잘못 올려서 급하게 삭제하고 본계정으로 다시 작성했는데,
혹시 그게 문제가 되었나요?? 'ㅡ';;??

치트키쓰다가 걸렸데

ㅋㅋㅋㅋㅋ show me the money!!

형은 그냥 지옥으로!

go to hell!!

그러게 나태지옥만이라니. 꿈도 아무지지 ㄱ

ㅎㅎㅎ 형은 육아지옥이다 ㅎㅎ
음..근데 이건 뭔가 안쓰럽당 ㅠㅠㅠ 토닥토닥ㅎㅎ 어서 벗어나길 ㅎ

ㅋㅋㅋㅋㅋ 내가 지옥가면 무조건 형도 같이 데리고 간당ㅎㅎㅎ

아니 둘이 사는곳이 이미 지옥아닌가?

ㅎㅎㅎ 형이랑도 함께 셋이 사는 곳이야ㅎㅎ

주제 설정자님 리뷰가 ㅎㄷㄷ해서(윈작과 비교가 많아서) 단순히 소설을 영화로 한 영화 리뷰 쓰려다가 멈칫하고 갑니다. 소설은 안읽었다규ㅋㅋㅋ 왜케 잘써?!!!

뉴발은 멍청한데,
뉴발.aaa는 먹물 좀 먹었더라구 'ㅡ' ㅎㅎㅎ

리뷰쓰는 거 멈칫하지말구 어서 포스팅 해줘ㅎㅎ
그래야 나도 거기가서 스트레스 좀 풀지 'ㅡ' 크크큭

저도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 원작의 그림체가 저런 스타일이었군요. ^^

원작의 그림체가 단순하고 귀여워요ㅎㅎ
그래서 영화를 볼 때 원작과 비교해서 영상미가 상상 이상이어서 감탄했었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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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유아 넌 부지런해서 나태지옥은 안 가겠다 ㅎㅎ

원작이 너무나 탄탄해서..

인정인정ㅠㅠ 원작이 너무 탄탄해서 영화화 하기 힘들 것 같긴 했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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