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배우 열전]‘준희앓이’ 낳은 듬직한 상남자 동생, 정해인

in #aaa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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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거나 나쁘거나. 한국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남성 주인공 캐릭터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이 둘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성격의 인물들이 나열돼 있지만, 대체로 사랑의 ‘뻐꾸기’를 날리는 달달한 남자이거나 “너를 지켜주겠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나쁜 남자들이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현재 방영되고 있는 인기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연출 안판석)에서 정해인이 연기한 주인공 서준희는 달콤하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대체 어떤 남자이기에 ‘준희앓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까.

그는 상냥한 남자인가. 전 남자친구(오륭)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한 누나 진아(손예진)를 끔찍이 챙기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누나들로부터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남자인가. 제목만 보고 그렇게 오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는 ‘상남자’에 더 가깝다. 4살이라는 나이 차이 때문에 둘의 관계를 미덥지 않게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두고 “윤진아라 좋아한다. 절대 포기 못한다. 누나 흔들지 마라”고 말하는 모습은 당당하다. 이런저런 면모들을 종합해보면 서준희는 합리적이고, 해야 할 말을 분명히 하며, 파도가 아무리 거세게 치더라도 막아줄 수 있는 방파제 같은 남자다.

이처럼 정해인이 누군가를 지키거나 누군가에게 든든한 존재인 인물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드라마 <도깨비>(2016)에서 공유의 질투를 받은 김고은의 첫사랑 ‘태희 선배’로 이름을 알린 그는 드라마 <불야성>(2016)에서 이요원의 보디가드 ‘탁’을 연기해 맑은 얼굴을 대중에게 알렸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2016)에서도 예종(이선균)을 보호하는 호위무사 흑운으로 등장했다. 흑운은 당시 그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가장 과묵하고 남자다운 캐릭터”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연출한 문현성 감독이 순수하고 맑은 얼굴을 가진 그를 무사로 캐스팅한 이유는 “누가 봐도 듬직한 인물 말고 반전이 있는 캐릭터와 캐스팅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의 순수한 얼굴은 전형적인 무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그런 얼굴이 맡았을 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정해인은 영화 내내 검은 복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렸는데도 훈훈하고 믿음이 가는 모습은 가려지지 않는다. 또,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에선 정의로운 경찰을 맡아 밝고 예의 바르고 건실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르도, 캐릭터도 제각기 달라도 정해인은 자신의 맑은 얼굴을 충실히 드러낼 수 있는 인물들을 주로 연기해왔다.

얼굴은 20대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동안이지만 현재 그의 나이는 서른 살(1988년생이다)이다. 고3 때 길거리 캐스팅이 되면서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된 그는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그전까지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연기에 도전한다는 게 굉장한 모험이지만, 그땐 한번 해봐야겠다는 패기도 있었던 것 같다. 못할 게 뭐 있어, 아직 젊은데. 실패하면 뭐 어때,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게 그의 솔직한 말이다. 이 말은 마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준희가 진아한테 하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할 만큼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많은 만큼 좋아하는 배우도 몇 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좋아하고, 데인 드한의 퇴폐적인 모습도 멋있다. 신하균 선배님도 좋아하는데 얼굴의 주름마저 멋있는 것 같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에서 정해인이 연기했던 ‘악마’ 유 대위라면 퇴폐적인 데니 드한이나 신하균처럼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도 반전 있고, 잘 어울릴 것 같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활약 덕분에 현재 충무로는 그를 모셔가기 위해 분주하다고 한다. 어쨌거나 배우로서 그의 꿈은 “건강하게, 오래, 즐겁게 연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글 김성훈, 사진 제공 FNC엔터테인먼트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 https://www.themoviedb.org/tv/78385-something-in-the-rain?language=en-US
*평점 : AAA

*이 글은 <한겨레> 제주&에 연재한 글입니다. 기사 원문은 '준희앓이' 낳은 듬직한 상남자 동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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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유대위로 나오는데 " 저얼굴이 어떻게 조연이지?"라고 생각했었네요ㅎ

봄밤을 하드캐리하는(제 주관적으로ㅎ) 우리 정해인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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