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 - 국립현대미술관

in #art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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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미술사책은 “서양미술사”이다. 화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고흐나 피카소이고 현대미술사로 오더라도 뒤샹이나 앤디워홀이 떠오른다. 김환기나 아이웨이웨이는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그만큼 서양 미술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미술계에서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작품이 노출되는 경우가 적다. 따라서 우리는 아시아를 일부만 알고 편협하게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는 사실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전에 아시아 문화 전당 이기모 큐레이터의 “아시아 국제미술의 흐름과 동향” 강의에서 아시아 국가를 지리상 한국, 일본,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 터키 그리고 중동과 동유럽에 위치한 국가 중 일부를 가리킨다고 들은바 있다. 이렇게 살아온 환경, 사용하는 언어, 그리고 뿌리를 이루는 인종이 천차만별인 만큼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아시아를 무엇으로 기억하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서 전시는 시작한다. 그리고 이번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으로 이뤄진 전시는 참으로 다양한 시선과 접근이 공존했다.

‘경계’에 대한 다른 시선이 있었다. 안유리 작가의 <불온한 별들> 작품은 조선족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국가와 민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짚게 한다. 21세기에 살면서도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배제하는지를 되새겨보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염지혜 작가의 <미래 열병>이라는 작품 중간에 나래이터는 "기존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희미해 지지만 새로운 경계가 단단히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는 과거에 만들어져 깨지기 힘든 경계를 말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경계에 대해 말한다.

‘전통’에 대한 여러 주장을 보기도 했다. 장쉬쟌의 <시소미>는 손으로 하나 하나 만들었던 종이공예 제례용품으로 전통적인 장례식의 모습에 쥐를 대입하여 보여준다. 이때 대만 전통 장례 음악을 함께 들려주는데 사실 이 음악은 독일 선교사가 가톨릭을 전파하기 위해 대만 성당에서 부르며 시작되었다. 전통이 자체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려 하기보다 새로운 무엇인가와 결합하여 발전하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카마타 유스케 <더 하우스>에서는 일본 전통 가옥을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근대 건축물이지만 대만이나 한국에선 식민지 후 일본인들이 거주하는 건축물로, 미국에서는 일본 본토에 터뜨릴 폭탄 실험을 위한 모델하우스로 이 건축물을 사용했다. 누군가에게 전통인 이 건축물은 수단일 뿐이다. 역사와 환경에 따라 같은 건축물 즉, 전통에 대한 다른 접근을 볼 수 있다.

전시에서는 이렇듯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이야기의 주체는 미술계에서 변방으로 보이는 아시아 작가들이다. 그들의 한계를 모르고 뻗어 나오는 상상력과 현실을 바라보는 냉혈한 눈, 그럼에도 놓치지 않은 위트. 다양한 목소리가 정말 반가웠다. 우리에게 아시아는 무엇으로 기억되어야 할까? 적어도 어떤 기억을 남기기 위해선, 좀 더 많이 만나고 이야기 해야 한다. 자주 아시아 작가들의 전시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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