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 - 예술의 전당

in #art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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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추적 비가 오는날 아뜰리에로 향하는 자코메티를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 순간에서 시작된 전시.

세명의 사랑했던 여인과 주변 사람에 대한 그림이나 조각들을 보는 것도 재밌었고 자코메티의 드로잉, 페인팅, 조각 등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것도 아주 좋았다. 작품은 실제로 혼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살아있는 눈빛을 느끼기도 햇다.

그의 친구인 엘리 로타르를 모델로 하여 작품을 만들다가 중간에 스위스로 잠깐 떠났는데 결국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되며 그의 삶은 마감한다. 자신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그 마지막 작품을 잘 보관해두기 위하여 천으로 꼼꼼하게 싸메는 그의 모습이 실제 영상으로 보여지는데 계속 아른거렸다. 애잔하게 마음에 참 많이 남았다.

그리고 (마크 로스코가 떠오르긴 했지만) 명상의 방을 만들어 Walking man 원본을 보여주는 방식도 아주 좋았다. 배경음악이나 보여주는 방식이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경험이였다. 그것은 곧 발걸음을 떼어 움직일 것 같다. 엄청난 가르침을 짊어지고 가는 수도승을 마주하는 기분. 작품에게 삼켜질 것 같은 기운을 느꼈다.

여기서 나는 삼켜질 것 같은 기운, 그 시선을 왜 느끼게 되었을까.

존버거가 쓴 '본다는 것의 의미'에서 자코메티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시선", "응시"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자코메티가 자신의 작품의 근거로 삼고 있는 주장은 그 어떤 실재도 공유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것이 불가능함을 말하는 이유다. 어느 작품이건 그 내용물이 묘사된 인물이나 두상의 특질이 아니라, 그 작품의 "응시"이다. 그에게 본다는 것은 일종의 기도와 같은 것이여서, 결코 움켜쥘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존 버거는 그의 죽음이 그의 작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그의 작품이 죽음에 대한 자각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죽음은 작품이 가진 시선이 향하는 곳에 있다. 자코메티의 죽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인물상이 응시하고 있는 그 시선을 가로채려고 한들, 실제로 그 시선은 가로채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 사람들을 거쳐 지나가게 된다. 자코메티는 결국 자기 스스로를 위해 이런 인물상을 만들었으며, 이 작품은 죽음으로써 생기는 자신의 부재에 대한 관찰자들이라고 말한다.

아쉬운건 코바나 콘텐츠의 전시는 작품수만큼이나 쓸데없어 보이는 코멘트가 많다는 점이다. 작품의 뒷 이야기를 아는건 재밌는 일 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 글이 지나치게 편협된 시각에서 작성되어 가려보지 않는다면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소개하는 작품을 보러 오는건, 대가의 작품을 굉장히 방대한 양으로 소개하는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일테다.

그러니 추천하는 전시. 그의 작품이 얼마에 팔렸건간에 Walking man을 보게 된다면 자코메티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건 행운이라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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