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근한 그 언어steemCreated with Sketch.

in #bnw1005 years ago

나는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 아내는 장모님을 엄마라고 부른다. 더구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나의 누나도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까 간혹 어머니를 엄마라고 그냥 계속 부를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내가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다.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는 "엄마"는 어린 아이들이 쓰는 "유아어"이니까 초등학교 고학년 생쯤 되었으면 당연히 "어머니"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을 했었다. 나는 그 때 선생님의 말씀을 아주 잘 듣는 학생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날이었든지 며칠 후였던지 곧바로 어머니께로 찾아가서 "이제 저도 다 컸으니까 앞으로는 엄마를 어머니로 부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이런 말씀을 드렸을 때 어머니께서는 섭섭하셨을까 아니면 대견해 하셨을까? 나는 어머니의 표정 변화를 전혀 살펴보지 않았고 지금 기억나는 것이 없다.

아무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나는 줄곧 엄마를 어머니라고 불렀고, 이것이 나와 어머니 사이의 관계에 긍정적으로 미쳤는지 부정적으로 미쳤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아주 붙임성이 있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 전부터도 어머니와 아주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니었다.

내 기억에 초등학교 2-3학년 때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엄마, 즉 어머니에게 혼났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엄마는 홧김에 나한테 너 계속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거든 집을 나가서 따로 살아라고 하셨다. 그 때 나는 엄마에게 말씀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고, 엄마는 더욱 화가 나서 당장 나가 버리라고 하셨다고 한다. 엄마의 말씀에 따르면 아주 철없던 나는 "그래요? 그럼 사나이 대장부답게 집을 나가지요" 하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집에서 뛰쳐나갔다고 한다. 물론 나는 그 후 저녁 늦게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것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방황하다가 지나가던 군인 아저씨들이 버스를 함께 타고 나와 함께 집으로 온 것이었다.

역시 나는 어머니와 항상 간극이 있었던 듯 하다. 어머니는 나를 아주 극진하게 보살펴 주셨지만, 나는 어머니께 친근하게 다가가지는 못했다. 내가 잘 걷기도 전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어머니는 근처로 일을 나가셨고, 나는 할아버지께서 키우셨다고 한다. 이런 성장배경이 나의 사교성 없는 성격을 형성했겠지....

아무튼 지금 40대 후반의 나이에 어머니께 내가 별 생각 없이 버렸던 "엄마"라고 하는 친근한 언어를 쓰는 것은 참 어색할 것이다. 그래서 내 나이 또래에서도 여전히 엄마라고 부르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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