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불쏘시개'로 만드는 것.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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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라이트 노벨인 「두번째 인생을 이세계에서」의 작가가 SNS에서 극우 발언, 이른바 '헤이트스피치'를 한 것이 중국측에서 큰 문제가 되었다. 그 여파는 엄청났다. 소설을 바탕으로 진행중이던 애니메이션화 작업이 좌초되었고, 발매되었던 소설 단행본의 출하가 중단되었다. 말 그대로 매장된 것이다. 일부 일본 미디어물의 극우적 성향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되어왔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콘텐츠라도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이 시점, 특히, 콘텐츠 대국을 자칭하는 일본에서 벌어진 사건은 작가의 단순한 SNS 실수로 덮어질 문제가 아니다. 작가의 편향된 가치관의 문제가 작품 자체, 그리고 작품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글은 작가의 심리와 가치관을 표현하는 거울이다. 작가가 글을 쓸 때,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간에 그 사람의 심리와 가치관은 자연스럽게 글에 녹아들어간다. 그리고 독자는 작가가 쓴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심리, 가치관에 접촉한다. 독서가 '작가와 독자의 대화'인 이유이다. 문제는 독서를 하면서도 그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와 독자의 불통이다. 불통은 작가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극단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그 사상을 표현하는 글을 거칠게 썼을 때 벌어진다. 작가는 일종의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독자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수용할 것을 강요하고, 대부분의 독자는 그것에 거부감을 느껴 책을 덮어버린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 글은 일반적인 독자들에게는 '불쏘시개', 혹은 '데이터 낭비' 등의 악명을 가지게 되고, 결국 작가와 같은 극단주의적 사고를 가진 독자들에게만 받아들여지면서 음지에서만 돌고 도는 글이 되고 만다.

설령 작가가 자신의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고, 보편적인 작품을 썼다고 하더라도, 평소 일상적인 대화나 SNS 상에서 무심코 극단 발언이 나와버리는 경우가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석에서 한 발언이라도 그것이 주변에 전파되는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하물며 대중에게 그대로 전파되는 SNS에 극단 발언을 했다고 할 때, 그 전파력과 지속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작가의 글 전체에 번진다. 사석에서 한 단 한마디의 발언, 무심코 SNS에 올린 한 줄의 글이 작가의 모든 글을 '불쏘시개'로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작가가 항상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자신의 글이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 글의 전파력과 지속성. 글의 완성도와 더불어서 항상 생각해두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이미지와 직결하는 문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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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트위터를 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고 인생의 낭비라고 보지만 이렇게 트위터로 걸러지는 경우는 트위터의 유일한 순기능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씁쓸한게 우리의 경우와는 너무 대조적인 결과 때문입니다.
현실이든 스팀잇이든 결국 돈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정의인가 봅니다.

예. 트위터로 '배설'을 하는 사람은 티가 확 나니까요.
그리고 혐한적인 면은 거리낌없이 보여주는 일본이 혐중에 이렇게 광속대응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거대시장이라는 게 참 무섭군요.

진짜 돈 없는 설움이란게 이런 거군요
요즘 중국 시장에서 찍히면 장사 접어야 되는 수준이니까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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