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8~9번째 자리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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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편의점이 낸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가 큰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점원 모집 조건중에 본인, 또는 가족의 주민번호 8번째와 9번째 자리가 48~66인 사람은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공고였다. 주민등록번호에서 8번째와 9번째, 즉, 성별 다음에 오는 두 자리는 그 사람의 출생지를 분류하는, 일종의 지역코드였다. 그 코드가 48~66인 사람은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이고, 즉, 전라도 사람은 안 뽑는다는 말이었다. 당연히 점주는 큰 사회적 비난을 받았고, 편의점을 폐업했다. 요즘같은 시대에 지역차별적 채용이라니.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나도 내 주민등록번호를 다시금 보게 되었다. 8번째 자리와 9번째 자리는 66보다 큰 수였다. 개인정보 유출문제로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확인 결과 나의 지역코드는 '경상남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버지가 가끔씩 꺼내던 한 마디. 나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고, 해인사 주지스님이 내 이름을 붙여주셨다는 이야기. 그 말은 정말이었다. 예전에 가족끼리 청도와 합천에 갔을 때, 아버지가 합천 부근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물어보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았다. 내가 태어난 곳을 내게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열심히 어느 장소를 찾으셨다. 그것을 글로 써놓고도 속으로는 작은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다름아닌 나의 주민등록번호였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는 말은 이런 것을 뜻하는가. 이제 더 이상 나의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의심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것은 태어난 곳에 관한 사실을 명확히 해주는 설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오랫동안 살아온 곳은 다름아닌 전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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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경찰들이 주민번호를 보고 어디 출신인지 금방 알아채곤 했어요.

글로벌을 외치는 시대에 코딱지만한 특정지역끼리 싸우게 만들고 참 답답합니다. 시원한 글 잘 올려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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