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운전하는 순간

in #coinkorea6 years ago

자다가 목이 말라 일어난 차에 시원한 다이어트 코크를 들이키고는 잠시 크립토와치를 확인해봤더니, 비트코인의 시세가 네자리와 다섯자리 사이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영혼까지 털리며 절망을 느꼈던 2008년의 그 힘들었던 순간을 경험했던 적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아마도 이런 하락장은 잠시 스쳐가는 작은 사건으로 무덤덤하게 받아 들이시겠지만 비교적 최근에 투자경험 없이 이 세계에 발들인 분들에게는 공포스러운 하루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옆동네 근무 중인 미국인 친구를 만났는데, 난데없이 한국은 도대체 왜 그러냐고 그 친구 특유의 비아냥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50대 중반의 독일 느낌 이름을 쓰는 텍사스 사람인데, 주로 부동산에 투자하여 임대 수익을 올리면서 노후 대비용으로 주식과 채권에 광범위하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붐을 타고 비트코인에도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참고 차원에서 옮겨보자면 지금 한국 정부의 가상화폐 투자 "금지" 소식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파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발 악재 같은 것들은, 뭐 걔들은 원래 그런 애들이라는 공감대가 있지만 과거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생기기도 전에 이미 이보다 뛰어난 회사들이 태동했던 신기술의 선도 국가이자 파워하우스인 한국 정부의 부정적인 스탠스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 투자 열기에 큰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왜 너희는 북한이랑 점점 같아지냐고, 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어서 자랑스럽다고. 이런 비아냥에도, 오늘만큼은 대꾸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악의가 있어서 하는 비아냥이 아닙니다. 원래 여기 있는 텍사스 애들은 이러고 놉니다. 저도 예전에 도널드 트럼프 가지고 많이 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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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리먼 브라더스에서 시작된 미국의 은행위기는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번졌습니다. 애초에 미국 버프로 유지되고 있던 우리나라 경제는 훨씬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주식시장의 수직 낙하가 시작되었습니다. 멈출 것 같지 않아 보이는 하한가의 행렬이 지속되었지만 누구도 떨어지는 칼날을 받으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1년 내내 시장을 연구해서 벌어들인 수익은 불과 몇일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해외에 투자한 수익이 환차익을 얻으며 그 해에 겨우 마이너스만 면할 수 있었습니다.

심란한 와중에 회사에서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면서 월급의 10% 일괄 반납을 요구했습니다. 주말에도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한참 첫아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던 그 때 저의 주말은 회사에서 얼룩졌습니다. 선배들이 얘기하는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그런 얘기들은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2008년보다 더 힘들었던 1998년의 그 시절을 견딘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2009년에는 연초부터 있던 현금을 탈탈털어 물타기해 놓고는 그저 방관자의 자세로 시장과 떨어져 쇠질에 열중했습니다. 참고로 쇠질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쓰는 표현입니다.

이제는 10년이나 지났으니 무덤덤하게 얘기할 수가 있는 것이지 그 당시에는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 어떻게 형용할 방법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금융위기의 다음 해인 2009년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수익률을 기록한 한 해였습니다. 그 때의 고통이 어찌보면 제 투자 인생의 새로운 이정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막 성인의 이름표를 달았지만 철이 없었던 20세의 그 때를 생각해 보시면 조금은 공감이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힘겹게 준비한 대학교 입학시험을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어린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회 생활 하시는 지금 여러분 입장에서 돌이켜 보시면, 재수해서 사회생활의 출발이 1년 늦어진다고 해서 인생이 파국으로 치닫는다고 생각하시나요 ?

처음으로 실연을 하여 자신은 이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사람 같고 이 세상의 모든 이별 노래가 자신의 이야기 같고,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던 그 때. 지금 돌이켜 보시면 그 때가 정말 세상의 끝이었습니까 ? 저는 이제 기억도 안납니다.

단기간은 어떤 횡보를 보일 것인지 누구도 확답할 수 없겠지만, 보통은 모든 이가 공포를 느끼는 시점이 바닥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계는 돌아가고 언젠가는 지금의 아픔이 "그땐 그랬지"가 되는 시절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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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앞으로의 투자활동을 위해서라도 다음 두 가지는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첫째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게 되면 더 큰 수익을 내고 싶은 욕심을 내려 놓고 반드시 원금을 회수하여 안전 자산에 배치해야 합니다. 수익만으로 자산을 운영하게 되면 시장이 아무리 출렁거려도 멘탈의 스크래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대하락장이 펼쳐져도 원금을 보존하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둘째로, 목표 수익률이 될 때까지는 가용한 현금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락장이 펼쳐져도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추가 매수를 하며 평단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회복의 시기가 더 빨리 옵니다. 현금이 없으면 아픈 가슴을 부여 잡고 멘탈리티를 소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끝없는 어둠이 있을 것 같지만, 내일이 되면 내일의 해가 뜹니다. 하락장이 펼쳐지면 암울한 얘기, 무서운 얘기 어디선가 가져와서 사람들 더 지치게 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귀담아 들으실 필요 없습니다. 그런 사람치고 돈 벌어본 사람 없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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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멘탈을 부여 잡고 있으보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군요. 너무나 큰 폭락에.. 원금손실 30% 남았을때.. 설마 이 선(비트 14백)은 안깨지겠지.. 하고 남은 금액으로 추가 매수하였으나.. 더 떨어져버리고... 그동안 뭐했나 싶기도 하고.. 허탈하더군요. 물론 이번 하락이 여러가지 요인들이 작용하였겠지만.. 잘 돌아가던 시장에 정부의 무책임한 개입과 기자들의 받아적기식 기사 작성으로 인해.. 더욱더 힘든게 만들어 버리는군요. 멘탈은 부여 잡고 있으나.. 솔직히 싶지만은 않네요. 제발 정부는 규제를 하려거든 제대로 된 규제를 하시고, 기자들은 좀 생각 좀 하면서 글을 기사를 작성했으면 합니다. 솔직히, 한국에서 가상화폐 관련 기사 써시는 기자들의 글을 읽어보면 과연 저들이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건지? 라는 의문부호를 달게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점은 참으로 염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구요. 오늘도 그란님 말씀처럼 어둠의 터널속에서 멘탈을 부여잡고~ 잘 건뎌 보려 합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정말 좋은글입니다~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지난 이틀간은 코인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힘든 날들이었던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그란님께서 쓰신 우주선 탑승 글까지 찾아가서 다시 댓글을 달았을까요....돌이켜보면 누군가가 써줄 이런글을 기다린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흔들리는 멘탈을 온전히 고정시켜줄 이런 내용의 글이 필요했습니다. 고작 3개월 했지만 그란님의 말씀대로 '초심자의 행운'덕에 시장에 편승하여 팔자에도 없는 2배 이상의 이익을 자기 능력인듯 생각한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것을 왜 지금은 못보게 되는것일까요...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자 정말 멀리 못보는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10년이 지나면 오늘의 이 마음도 술안주 거리가 될거라 확신하며, 다시 큰그림을 보고 포폴을 재정비 하고 현실의 직업에 좀더 투자하며 코인판을 잠시 멀리해야겠습니다.
보고싶은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패닉셀 했을 텐데^-^
포트구성으로 그냥.. 잊고 생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오늘 그란님의 글은 저를 반성하게 만듭니다. 작년 6월초 코인에 첨 접하면서 분할매도 분할매수라는 원칙.. 그리고 수익이 나면 원금은 반드시 뺴고 수익을 가지고 운영해야 멘탈관리가 되는걸 뻔히 알면서도.. 그냥 넋놓고 오르던 내리던 존버만 하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좋은 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또한 지나갈거라고 믿습니다~

@granturismo 형님 덕분에 많은 위안 가지고 갑니다.
감사의 편지를 남겼습니다.
꼭 한번 읽어주세요.
https://steemit.com/kr/@nowgnegil/granturismo-clashic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땐 그랫지 의 시기가 얼른 왓으면 좋겟네요^^

좋은 글 너무나 고맙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멘탈수련 중입니다. ^^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그란님 글 만으로도 멘탈수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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