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건 두 세력의 정면 충돌

in #coinkorea6 years ago

2018년 2월의 시작은 가상화폐 시장의 역사에서 여러번 언급될 의미있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간 심리적 저점이라고 믿었던 $8,000의 붕괴와 반등을 눈 앞에서 목격한 날입니다.

저는 남이 해주는 챠트 분석을 볼 뿐이지 제가 모니터 앞에 앉아 시황을 오래 관찰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이번만큼은 예외가 될 것 같습니다. 마치 시카고불스의 결승전 마지막 경기를 보는 것처럼 흥분 속에, 챠트를 그려 나가는 두 세력이 벌이는 운명의 하루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안개 속을 걷는 혼탁한 시장 상황 속에 한번씩 매도의 폭탄이 터지는 계단식 하락을 관찰해왔던 우리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Bitfinex 거래소를 통해 몇 만개나 쏟아지는 매도 물량을 버텨내며 비트코인 $10,000를 사수하는 우주 방위대의 존재를 확인하고 내심 분위기의 반전을 기대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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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지갑을 제외하면 사실상 1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가진 지갑의 수가 몇개 되지도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많은 물량을 쏟아내는 매도 세력의 정체도 대단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고, 그 엄청난 물량을 끝없이 받아내는 매수 세력의 정체 역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세의 변동과 거래의 체결내역을 보면 자전 거래는 아니었습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우리가 익히 알만한, 그리고 서로 반대의 기대심리를 가진 두 세력이 운명을 건 한판 승부의 한 가운데 우리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세력의 균형은 2월 1일 한국시간 18시 40분경을 기점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참고로 크립토와치의 분봉을 보시는 것보다는, 이런 다이나믹한 장은 거래소 화면을 직접 보시는 것이 더 박진감 넘치는 관전을 하실 수 있습니다. 마치 매트릭스처럼 흘러가는 거래 체결 창을 보고 있자면 그 어떤 스포츠 경기보다 더 짜릿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또한 1분봉에 2천개씩 매도 물량이 찍히면 단일 주문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매도 세력인 공격팀은 아래와 같이 매초 같은 량의 매도 주문이 기관총처럼 찍히는 매도 봇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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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수백개의 연속된 매도 공격을 받아내며 간신히 $9,900을 사수하던 방어팀이 순식간에 쏟아진 1,500개의 매도 폭탄을 받고 $9,700으로 밀리는 모습니다. 약 30분 후에는 또 다시 쏟아지는 1,000개의 매도를 막아내지 못하고 $9,600으로 방어선을 후퇴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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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상공세를 막아내며 후퇴하던 방어팀은 $9,300에 약 2,500개의 매수벽을 칩니다. 그러다 매수벽을 1,000개로 줄입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공격팀은 1,200개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는데 이는 방어팀의 함정이었습니다. $9,301에 걸쳐져 있던 1,000개의 히든 매수벽에 막힙니다.

그런데 가차없이 연이어 1,300개의 매도 폭탄을 또 쏟아내며 매수벽을 허물고 $9,250까지 순식간에 밀어버리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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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500개씩 불규칙하게 나오는 매도 물량에 방어선은 다시 $9,100까지 밀리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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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정비한 $9,000에 약 2,000개의 매수벽이 있습니다. 공격팀이 이 매수벽을 헐어 버리는데에는 불과 2분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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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0에 걸려 있던 매수벽 1,000개를 또 씹어먹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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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은 계속되어 다시 $8,650에서 저항군을 만납니다. 2,000개의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저항군은 1분만에 운명을 달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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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회에 걸쳐 3,000개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많은 이들의 심리적 저항선 $8,000이 깨지는 모습입니다.

이후 순식간에 1만개 이상의 매수 물량이 나타나며 가격을 $8,600까지 반등시키는 모습입니다. $8,000은 건드리지 말라는 또 다른 세력의 무력 시위일 수도 있고, 시장의 붕괴를 우려한 매도 세력의 이중인격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정답은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응원했던 "카라스"는 압도적인 "에코"의 공격 속에 장렬히 산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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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세력의 일방적 승리 속에 어정쩡한 가격 위치에서 시장은 또 다시 횡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과연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

오늘 주문한 택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내일이 또 다시 기다려지는 밤입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p.s. 저는 최근 하락장의 유력한 원인으로 월가 등 제도권 금융권의 진출을 앞두고, 블럭딜을 위한 제 3세력의 물량 확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틀간의 시장 관찰 결과를 통해 이는 물량 확보 목적이 아닌 테더의 제도권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잠정 결론 지었습니다.

p.s.2. 전투 씬에 있어서 만큼은 역대 대작으로 손꼽히는 "카라스(Karas)"의 1편입니다. 처음 7분만 보시면 됩니다. 제작사는 이 작품을 만드는데 너무 많은 돈을 써서 망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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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왠만한 영화들은 비교할수 없을 만큼 박진감 넘치는 대작이였다고 생각합니다.. ^^ 즐거운 하루되십시오~

강렬한 전투씬에 비해 흥행에 참패하여 제작사가 망했다고들 하는데, 카라스를 알고 계시는 걸 보니 반갑습니다. 오늘 포스팅 해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부족한 글에 말씀 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 되십시오~

카라스 희대의 명작이죠. 흥행 실패가 이해가 안갑니다.

ㅋㅋㅋ^^;; (그러게 말입니다..소곤소곤 ㅎㅎ)

아침에 다이나믹한 영화 한편을 보는 듯 합니다
즐거운 주말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은 이제 주말 시작이시겠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테더의 제도권화가 머리에 박힙니다.
덕분에 또 마음에 평화를 얻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결국은 대상승의 재료가 되어 다시 나타날 것입니다. 인내심이 조금 필요한 장인 것 같습니다.

저는 거래소 잠시 보고 기절할것 같아서 바로 꺼버렸는데 이런 전쟁터가 있었네요
한편의 소설처럼 잘 표현해서 저같은사람도 방금있었던일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해요

애니퀄리티가 장난아니네요 주말에 한번 봐야겠습니다

자웅을 겨루는 시합은 어떤 경우라도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우리 편이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저 애니가 전투씬 퀄리티로는 역대 1위로도 꼽힙니다. 안타깝게도 스토리 자체는 별로 재미 없었어요. ^^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따끈따끈한 그란님의 글을 만나게 되네요.
그란님의 글에서 NBA도 접하게 될 줄이야...웬지 언급하신 결승전은 93시즌 피닉스와의 파이널이 아닐까 슬쩍 찔러보고 갑니다.

리플 달고 전투씬 보러갑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저는 시차 때문에 이제 곧 잘 시간입니다. ^^

근데 피닉스를 언급하실 줄이야... 한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한 불세출의 영웅 바클리가 생각납니다.

바클리만 생각하면 눈물이..ㅜㅜ

차트로 듣는 설명이 이리 박진감 넘칠 줄이야;;
그런 거 있잖아요.
차 안에서 라디오로 스포츠 중계들으면 가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거... 재밌었어요!

사실 저는 왜인지도 모르고 비트가 왜이렇게 아프지? 이런 생각만 했었는데 그란님 설명 듣고는 좀 안심이 되는 거 같아요. :)

(카라스 지금 봐도 엄청 고퀄이에요....와. 카라스가 까마귀였나 그랬던 거 같은데ㅎㅎㅎ)

갑자기 카라스 정주행하고 싶어지네요. ^^ 비트는 생각보다 더 많이 내려왔지만 끝이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구정전에는 어느 정도 장이 회복된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동감입니다. 12월에 추가 진입하신 분들도 어느 정도 상심을 떨칠 수 있는 장이 오면 좋겠습니다.

독수리오형제인 줄 알았군요. 마지막 문장이 모든 것을 다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군이라 든든한 그란투리스모님의 글 오늘도 잘 보았습니다!

늘 읽어주시고 답장도 남겨주시는 @springfield님 항상 감사 드립니다. 오늘은 7분을 더 투자하시면 전투씬의 신세계도 보실 겁니다. ^^

일단 이기는편 우리편 입니다 ㅎ

남자 만화 좋아하시니 카라스도 재미있으실 겁니다. ^^

매도와 매수 세력간의 치열한 전쟁 모습을 너무 리얼하게 잘 표현해주셨네요 앞으로의 추세가 궁금합니다

영화 트로이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추세도 너무 기대됩니다. 일단 8천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한숨 돌리고 맘 편히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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