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암호화화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2014년 초, 중국이 비트코인을 규제하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중국발 찌라시 기사 하나로 비트코인은 심하게 흔들렸지요. 그러다 중국인민은행의 코멘트, 또 찌라시 기사의 무한 반복을 보며, 저게 도대체 나라가 맞나 싶었습니다.

설마 똑같은 일이,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내가 사는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그것도 4년이나 뒤에 발생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관련된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 입력 창을 닫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시간이 들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이런 구질구질한 내용을 굳이 글로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써야겠네요.

전체적인 맥락을 구구절절 되짚지는 않겠습니다. 몇가지 쟁점들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만 남겨보겠습니다.

블록체인(Blockchain) vs 탈중앙화(Decentralize)



사람들이 주로 하는 얘기가(심지어 암호화화폐를 다룬다는 이들마저도 종종) 블록체인이 알맹이고, 암호화화폐는 껍데기랍니다. 정말 그럴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이 판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한번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비트코인이 왜 주목을 받았을까요? 블록체인이라서?

아닙니다. 믿을만한 제 3자(Trusted 3rd party)가 필요 없는 탈중앙화(Decentralized) 형태의 화폐이기 때문이에요. 특정 주체를 신뢰하고 그 주체에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문제없이 사용 가능한 화폐였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은 이를 가능하게 한 도구였습니다. 탈중앙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라면 굳이 블록체인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비트코인 입장에서 오히려 블록체인이 껍데기에 속합니다.

결국,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이라서 주목받은 것이고 암호화화폐는 껍데기라는 시각은 지나치게 편협된 사고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암호화 화폐의 핵심이라 주장하는 것도 블록체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탈중앙화입니다.

탈중앙화의 필요성



왜 탈중앙화에 열광하는 이들이 생겨났을까요? 이들이 모두 무정부주의자라서?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라서? 아닙니다.

사실, 여러분도 이미 탈중앙화의 과실을 알게 모르게 누리고 있습니다. 인터넷(World wide web)을 통해서 말입니다.

인터넷 보급 이전의 시대는 정보의 편중이 지금보다 심각했습니다. 정보는 특정 기관(주로 신문사, 방송국이나 각종 국영 정보기관 들)에 집중되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이런 중앙화된 구조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일정부분 완화되었습니다. (당시 언론고시를 패스한 신문기자라는 직업의 위상과 지금 기레기라고 까지 불리는 그들의 위상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보의 불균형이 조금이라도 해소되면 이를 통한 수혜자들이 더 많아집니다. 1%가 독점하던 정보가 20%, 30%, 50%, 99.99% 까지 점차 늘어나겠죠.

기존에 중앙화된 소수가 누리던 힘을 탈중앙화를 통해 더 많은 참여자가 나눠가짐으로써 전체 생태계는 보다 효율적이고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Ethereum)을 통해 중앙화된 증권거래소나 법인 구조 등을 통하지 않고도 효율적인 사업을 벌일 수 있음을 ICO로 확인한 바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라이트닝(Lightning) 기술을 이용하면 중앙화된 신용카드 결제사에 수수료를 3%씩 떼주지 않아도 됩니다.

암호화화폐는 껍데기인가?


한 발 양보해서 블록체인이 아니라 탈중앙화가 핵심이라고 치자, 그러면 암호화화폐는 껍데기니까 규제해도 되잖아?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탈중앙화는 중앙화된 가치 저장수단에서 벗어나야 의미가 있습니다.

가령, 탈중앙화된 신문이 나왔다고 합시다. 누구나 투고하고, 기존의 중앙화된 데스크가 아니라 참여자의 컨센서스를 통해 데스크를 구성하고,이렇게 제작된 신문을 많은 참여자들이 구독한다고 하지요.

이 탈중앙화 신문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당연히 신문구독자의 구독료, 광고 신청자의 광고료, 투고자를 위한 보상 등의 가치 전달, 저장 수단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생태계가 돌아가니까요.

이런 시스템 내에서 가치의 저장과 전달을 기존 중앙화된 법정화폐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기존의 중앙화된 영역의 병폐를 개선하여 탈중앙화된 플랫폼을 도입하게 되면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참여자들이 가치를 교환하고 보상을 받고, 가치를 활용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암호화 화폐는 탈중앙화로 인해 발생된 가치를 참여자들이 누리기 위해 필요합니다. 암호화화폐는 막고 탈중앙화하겠다는 것은 청소는 시키고 보상은 안주겠다는 얘기입니다. 애당초 가능할까요?

네, 신선들만 사는 동네면 가능하겠네요.

무엇이 잘못되었나?


"가상증표는 바다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해 블록체인 산업에 투자해야한다."

언뜻, 두번째 코멘트는 맞는 얘기처럼 보입니다. 물론 전자보다는 낫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이것도 핀트가 엇나갔습니다.

다가올 먹거리는 블록체인이 아닙니다. 탈중앙화의 흐름입니다. 이런 시류에서 떠밀려나지 않도록 보완책, 활용 방안등을 연구해야합니다.

ICO 막아서 어떻게 되었죠? 스위스에 가서 법인들 세웁니다. 그곳에는 법인 임원을 세우기 위해 스위스 현지인이 품귀입니다.
지금이야 정비가 되지 않아 급하게 막았다고 하더라도, 탈중앙화의 흐름에 대해 인지하고 연구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부작용을 막고 국가도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탈중앙화는 막기 어렵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해보셨나요? 마진 10%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신용카드 결제대행사(PG)는 3.x%를 그냥 떼어가고. 온라인 마켓 입점이라도 하면 판매 수수료만 10%~20% 입니다. 광고비는 더하죠, 키워드 광고는 아예 입찰 경매식으로 유명한 키워드는 몇 만원도 훌쩍 넘어갑니다.

왜 이런 상황이 생겨났나요? 권한이 PG사에 몰리고, 온라인 마켓 제공자에 몰리고, 포털 사이트에 몰려서 입니다. Centralize가 문제에요. 뭘로 풀리겠습니까? Decentralize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탈중앙화 흐름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그럼 정부가 할일은 무엇인가요?

막을 수 있을때까지 끝까지 막아보자

가 정답일까요?

마침,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의 점진적 퇴출을 언급했더군요, 이건 어떻습니까?

중앙화로 생긴 병폐를 탈중앙화의 도입으로 점진적으로 퇴출시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이게 지금 당신들이 해야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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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이네요. 업보팅에 더하여 리스팀하고 가겠습니다.

가상화폐의 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글은 심지어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도 압도적입니다. 저는 다음(Daum)을 메인으로 애용하고 있는데 그나마 진보적인 곳에서도 비난 일색이더군요. 이거 풀어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유시민이 암호화폐에 대해서 혹평하는데 대한 반박글로 뇌과학자 정재승씨가 그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하니 거기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이 '너는 비트코인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는 식으로 매도하더군요. 박영선 의원의 트위터글 댓글에도 박영선 의원을 그런식으로 비판하는 댓글이 많더군요.

암호화폐 투자자로서 투기꾼, 도박꾼으로 매도당하니 씁쓸하기만 하네요.

그리고 지금의 상황도 참으로 웃기는것 같습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보수가 암호화폐에 대해서 반대하고 진보가 찬성해야 할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거꾸로 된 광경을 보고 있네요. 물론 한국의 보수가 진짜 보수가 아닌 자기의 이익만 챙기는 보수의 탈을 쓴 친일, 매국 세력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요.

매번 정부와 여당 발목잡기하고 공격하다가 씨알도 안먹혔던 것 같은데 이번에 법무부 장관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을 통해 정략적으로 야당이 이용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깜깜합니다. 이번엔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 있을것도 같네요. 심히 우려됩니다.

대한민국 정당은 여당/야당으로는 구분 가능한데, 진보/보수로 구분하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청군과 백군은 어떻습니까 ㅎㅎ

청군과 백군이라... 참신한데요? ㅋㅋ

적절한 비유인것 같습니다.

제가 국민학교(초등학교 세대가 아닙니다..쿨럭) 다닐 때 운동회를 하면 청군, 백군으로 나눴었죠.
근데, 그 모자가 양면으로 한쪽은 백군모자, 뒤집어쓰면 청군모자였습니다.

신념이 아닌 정치논리에 따라 양쪽 잘도 오가는 청군, 백군 맞네요.

좋은 지적인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진보/보수로 구분하기보다는 여당/야당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한국에 진보가 어디 있습니까.. 전부 기득권층이지.

동의합니다.

이게 참 현상을 있는 그대로 봐야되는데 정치 성향별로 다르게 본다는 부분이 안타까운 부분이죠. 정치인 욕하고 방어하는데 국가경쟁력이 소모된다는 느낌?

그런 것 같습니다. 그저 소모적이기만 한 논쟁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생산적인 논쟁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랄까요.

비트코인은 이용하지말고 블록체인을 이용해야한다는 뉴스들이 얼마나 기가막히고 코가 막히던지...전혀 내용파악이 안되나보다 했습니다. 덕분에 아직 기회는 있겠네요ㅎㅎ

비트코인의 97프로를 4프로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금융세력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는 말에는 어떻게 박박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독과점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독과점 소유자의 횡포가 무섭다는 것인가요?

독과점 자체는 도덕적인 잣대를 들기 전에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럼 이들이 시스템을 악용하는 횡포가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요? 비트코인은 trustless 시스템입니다. 보유량이 많을 수록 시스템을 망가뜨릴 경우 손해가 커집니다. 게다가 채굴자와 노드의 합의가 없이 시스템 자체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무엇이 걱정인가요? BCH처럼 채굴자까지 다 끼어들어도 고작 저번 정도의 장난질이 전부입니다. 이런 장난은 규모가 커질수록 힘들어집니다.

굳이 이런 구조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가치와 효용으로 생기는 파급효과는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아마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한국 내 항공기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찌보면 두 회사가 국내 항공 산업에선 독점적인 세력입니다.

그렇다고 그 두 회사가 우리 삶에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있나요?

가치의 보유와 그를 이용하여 발생하는 편의는 별개입니다. 비트코인 마켓캡이 2천억불 이라고 비트코인이 2천억불의 효용만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구분해서 봐야죠.

물론, 분배 문제가 균등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입니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대량의 코인을 재단에 기부하기도 하고, ICO 단계에서 이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점진적으로 이런 불균형은 나아가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전체 마켓 점유율도 많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암호화화폐 쪽은 나아질거란 기대라도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각종 유무형 자산들은 나아질 기대도 하기 어렵지 않나요?

지금 현재 금융시스템도 FRB 알고 계시면 독점인데요 문제있나요 경제불황을 만들어내는 그들에 비해 비트코인은 참 민주적인 시스템이라 봅니다. 금리도 자기네 마음대로 올리면 왜 우리가 이자를 더 내야하는지 불만은 없으셨는지..? 채굴독점도 세력이 빠지면 다른사람이 결국 들어오게 되니 마음대로 장난 못치는 구조입니다.

그래도 국회의원들이 위원회 같은데서 질의하는거보면 확실히 국회의원들이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는게 (혹은 그 아래 보좌관이 뛰어나거나) 질문이 꽤나 날카로운 경우가 많더군요. 특히 가상화폐라는 표현때문에 헷갈리지 말고 금융쪽에서 다룰게 아니라 IT 계통의 신기술, 즉 과학기술부 등이 다뤄야할 이슈라고 본다는 말을 들었을때는(위원회장을 맡으신 나이 지긋하신 국회의원분이시니) 그래도 저렇게 요지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만 좀 더 정신차리면 좋겠네요. 크기가 너무 커서 방만한 탓일까요, 아니면 고질적인 공무원 특유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일까요. 대응방식이 너무 구차합니다.

훌륭한 글입니다. 그래서 자고로 내가 어느 한 분야에서 부족하면 그 분야 사람 의견을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지요. 지식이든 지혜든 아는 만큼 보이는 건 불변의 진리인듯 합니다.

거래소가 pg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니 그걸 폐쇄해야 오히려 탈중앙화로 나아가는 진일보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기존 레거시 pg사나 금융사의 역할은 사실상 금융거래의 공증인이 아닌가요? 거래소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앙발급 화폐와 탈중앙화를 외치는 코인을 잇는 모순의 시발점일텐데...

저는 기존 제도나 틀 등 모든 것이 탈중앙화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법정화폐를 암호화화폐가 100%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국가도 필요하고 기존 금융시스템도 필요하다는 쪽입니다. 일정 부분 약화는 될지언정 말이죠.

당연히 거래소도 탈중앙화된 거래소로 가는 것은 맞지만 법정화폐와 연계된 환전소 역할로서의 거래소 기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제 eos 밋업에서도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결국 중앙화시스템을 이길 것이다를 강조하더군요.
통찰력 있는 글 감사하며 팔로우 합니다^^

굿굿굿!!!!!!!!!

좋은 글 입니다. 좀 읽어봤으면 하는 사람이 많네요...

Verry good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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