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황혼 XXIII] 탈 중앙화는 비효율적인가?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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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일종의 핫 이슈가 되고나서, 중앙화와 탈 중앙화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핵심이 탈 중앙화냐, 검열저항성이냐에 대한 토론도 많이 벌어지는 거 같고. 그렇다면 왜 탈 중앙화가 중요하냐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입장을 말씀드리면, 뭐지?? 싶습니다.

사실 중앙화 vs 탈-중앙화에 대한 논쟁은 굉장히 고리타분하고 오래된 논쟁입니다. 홉스와 로크의 논쟁, 미국과 영국의 전쟁, 링컨과 더글라스의 분쟁. 뵘바베르크와 마르크스의 논쟁 그리고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논쟁, 그리고 롤스와 노직의 논쟁까지. 인류는 계몽주의시대 이후로, 또는 그 이전부터 끊임없이 중앙화와 탈 중앙화의 논쟁을 해왔습니다. 적어도 블록체인이 세상에 소개되면서 시작된 논쟁은 아닙니다.

1900년대 초반에 자유지선주의(Libertarianism)라는 철학이 고전적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에서 따로 분리되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자유지선주의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방법론으로 탈 중앙화(정치철학적으로는 자유라고 하죠)를 옹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지선주의는 대표적으로 두가지 방법론이 있는데요. 의무론적(Deontological)방법론과, 결과론적(Consequentialist)방법론이 존재합니다. 그럼 이 방법론들이 어떻게 다른지 한 번 알아볼까요?

의무론적 자유주의(Deontological Libertarianism)

제가 설명하는 것 보다도 전문가의 입을 빌려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이번에도 역시 전문가의 입을 빌려서 의무론적 자유주의를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리버테리어니즘을 강의하는 제프리 미론(Jeffery Miron)교수에 따르면, 의무론적 자유주의란 탈 중앙 사회야말로 개인의 자연권(Natural Rights)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탈-중앙화 되어있는 사회(자유사회)를 꿈꾸는 사상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무론적 자유주의자는 비-침해성의 공리(Non-aggression Principle)를 따르는데요. 비 침해성의 공리란, 상대방의 신체나 재산에 폭력을 가하지 않는 원칙을 이야기 합니다.

사실, 이러한 공리는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내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의무론적 자유주의자가 일반인과 다른 건, 이러한 공리를 정부에도 적용한다는는 점이죠.

즉 의무론적 자유주의자에겐 탈 중앙화 사회가 가지는 효율성(Utility)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효율적이면 좋겠지만, 이들에겐 자신들의 권리가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탈-중앙 사회를 구현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죠.

제가 바로 의무론적 자유주의자입니다(제 커버만 보셔도 아시겠죠?). 하지만 전 이러한 방법론이 남들을 설득하는데엔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꽤 많이 효용을 보거든요. 아니, 요즘 사회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효용을 중요시 합니다. 그러면에서 의무론적 방법론은 남들을 설득하기엔 그다지 효율적인전략은 아닌듯 합니다.

그렇다면 결과론적 자유주의는 어떨까요?

결과론적 자유주의(Consequentialist Libertarianism)

일반적으로 이 양반(?)으로 대표되는 결과론적 자유주의는 권리보다 효용을 중시합니다. 시카고 학파의 대부인 밀튼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시카고 학파는 자유시장이 가지는 효용을 설파하고 다녔던 학파인데요. 제가 앞서서 언급했듯 효용을 중심으로 남들을 설득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시카고 학파가 여타 다른 학파들 보다도 더 주목을 받았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프리드먼에 의하면, 탈-중앙화 사회는 중앙화 사회보다 비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탈 중앙화 사회야말로 중앙화 사회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 프리드먼의 주장입니다. 사실 전 의무론적 자유주의자를 자처하지만, 프리드먼의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탈-중앙화가 사회를 좀 더 효율적이게 바꾸어준 것은 경제적인 지표가 증명하는 사실이기 때문이죠.

시장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출간하고 그 이후에 한계효용학파들이 들어서면서 사회는 보다 더 부유해진 것이 사실이고, 눈에 띄는 발전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경제의 주체가 국가에서, 개인으로 변화했을 때 사회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었죠.

물론 탈 중앙 사회는 귀찮습니다.

사실입니다. 매우 귀찮죠. 지금 스팀잇의 UI만 봐도 아시지 않습니까? 불편하죠. 귀찮습니다. 국가주도경제와 시장주의 경제의 차이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독재자가 들어와서 모든 생산과 임금을 정해주고 시키는대로만 한다면, 굳이 능동적인 생각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시키는대로 하고, 임금만 받아가면 됩니다. 하지만 시장주의 사회에선 내가 내 인생에 책임을 져야합니다. 평생동안 모은돈을 잘못해서 과오투자(Malinvestment)를 한다면, 전 재산이 날아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귀찮음과 효율은 다릅니다. 우리의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은 사회가 좀 더 자유로워졌고, 이에 따라 우리가 삶에 대해서 책임을 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능동적으로 생각하고, 경쟁하고 하면서 발전하고 성장하죠)

예전에 중국의 경제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중국의 작은거인 등소평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에게 "어떻게 하면 중국 경제가 성장하겠느냐"라는 질문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에 하이에크는

"농민들로 하여금 땅을 소유하게 하시오." 라고 답했다고 하죠. 결국 경제의 성장(효율)은 탈 중앙화로부터 온다는 인사이트인 것이죠.

누군가는 중앙화가 효율적이라서 인류가 중앙화를 택했다고 하는데.

별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계몽주의 이전에는 중앙화와 탈-중앙화를 결정하는 주체들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글 조차 읽지 못하는 이들이 무슨 중앙화와 탈-중앙화를 주장합니까. 글이 보편화 되고, 사유하기 시작한 계몽주의 이후의 시대부터 탈 중앙화를 주창했죠.

계몽주의 이전의 시대엔 반기를 드는 사람도 중앙화로 득을 보는 사람들이었고, 생각하고 사유할 줄 아는 사람들도 중앙화로 득을 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중앙화가 유지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중앙화가 만들어낸 문제를, 더 큰 중앙화로 해결하려는 일들이 반복된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미제스가 말했듯 국가 개입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야기하고, 이 결과는 더 많은 국가 개입을 부축이고 있는 것이죠. 지금 한국 대통령이 그짓거리를 하고있죠 절대로 중앙화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인류가 택한것이 아닙니다. 개소리죠.

오히려 생각해보면 탈 중앙화 사회가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국가보단 시장이. 집단보단 개인이. 항상 세상에 새로운 인사이트를 던져줬던 건, 시장이었고 기업가였습니다. 만약 핸드폰 시장을 중앙화 했다면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을 쓰고 있을까요?

사실 블록체인이 다른 DB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저는 납득이 안갑니다. 아직 나온지 10년밖에 안된 기술을 효율성만 가지고 다른 기술들과 비교하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 입니다. 유튜브와 기존 방송을 비교해봅시다. 유튜브 초창기에는 기존 방송보다 훨씬 더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던데다가, 광고 유입도 적었죠. 그런데 유튜브의 파이가 커지고, 유저들도 많아지니 이제는 기존 방송보다 더 경쟁력있는 방송 플렛폼이 되었죠.

이와 같습니다. 반드시 블록체인 기술은 더 효율적인 것들을 만들어나갈 것이고요. 블록체인 기술이 탈 중앙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탈 중앙화는 분명히 새로운 효율을 만들어 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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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공부가 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너무 오랜만에 올렸나요 ㅎㅎ

탈중앙화로 날개를 달고 하늘높이 날아갈날을 기대합니다.

원래 인류는 점점 더 탈 중앙화의 날개를 달고 올라가는 중이었습니다.ㅎㅎ

좋은글 감사해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탈중앙화 이슈가 경제사와 깊이 연관되어 있었군요. ㅎㅎ 글에서 효율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효율은 어떻게 측정하나요?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때 어떤 기준점으로 효율과 비효율을 나눌 수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제 기준에서의 효율은 기술적인 진보, 삶의 질 향상, 보편적인 이득 증가겠죠? 효율이라는 것은, 내가 들인 노동대비 얼마만큼의 결과가 나오느냐이겠죠. ㅎㅎ

그렇군요. 상대적인 효율성을 따지려면 수치화를 해야할 것 같은데 말씀하신 지표들을 경제학에서는 어떻게 수치화하는건가요?

GDP(오스트리아 학파는 좋아하지 않는 지표지만, 총 생산), 또는 GDP에서 정부의 지출만을 뺀 수치, 인구 평균 수명의 증가, 물가 상승대비 실질임금 상승률 등이 있겠죠?

답변 감사합니다. 경제적 효율성을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지표가 있군요. 그렇다면, 중앙화된 시스템과 탈중앙화된 시스템 간의 효율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표를 사용하고 있는지요? 혹은 어떤 지표를 가지고 평가하는것이 좋을까요?

위의 지표들을 국가 개입이 높은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을 비교하는 것도 방법이겠고. 과거 왕정시대와 지금 시장주의 민주주의 시대와 비교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중앙화가 가져다 주는 효율도 분명 존재하지만, 현대의 정치체계에서는 중앙화가 주는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목적이 국민들의 행복에 있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에 있으니 중앙화의 이점을 하나도 살리지 못하고 있죠.

동감입니다 선생님. 잘 계시죠? ㅎㅎ

예. 병 없이 잘 지내면 잘 지내는거겠죠 ㅎㅎ

스팀잇에 자주 들러야 하는데 정신이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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