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의 마법

in #daily6 years ago (edited)

연휴 마직막 날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캐리어도 현관앞에 내 던지고 그대로 내일까지 잤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그럼에도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달려가 본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베란다에 자리를 잡은 초록이들입니다. 몇일 전 모종을 옮겨 심고는 자리를 잡았는지 확인도 못하고 집을 비워 내내 궁금하고 걱정이었답니다.

와우~~ 멀리서 봐도 토마토가 힘있게 서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A5378E86-5448-4A8E-A880-68AB4EB6782F.jpeg

모종을 사 두고 바로 옮겨 심지 못해 힘없이 누워 있던 녀석이었는데... 세상에 그 녀석이 하늘을 향해 바로 서 있는 것을 보니 쏴악~~마음이 놓입니다. 뿌리를 잘 내리고 있단 신호이니 다른 아이들도 잘 자라고 있다는 거니까요.

달려가 하나씩 살펴보다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중간에 있는 것이 깻잎입니다. 모종이 손톱만해서 마음 쓰이던 녀석인데 상추들 사이에서 당당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CAE027A1-2F9B-48E6-981C-1E8E3AFAB847.jpeg

미리 심었던 허브들도 잎이 무성해졌습니다.
38883ADF-C32E-439E-8B06-1B1E9783D789.jpeg

아이가 학교에서 싹을 틔워 온 강남콩에는 꽃망울이 맺혔습니다. 요렇게 생겼군요.
4F07B60D-8B90-4331-A82A-915BCC9398AF.jpeg

마지막으로 탄성을 지르게 한 것은 바로 딜입니다. 모종을 구하 수 없어 씨를 뿌려 놓았는데 글쎄 뾰족하게 싹이 올라와 있는 겁니다.
31F501D9-1F31-4B98-B3F9-C7E133514FB5.jpeg

바라만 보고 있을 때는 감감 무소식이더니 오늘 깜짝 이벤트처럼 싹을 보여주네요. 몇가닥만 올라온 것을 보니 힘겹게 운좋게 싹을 틔운 모양입니다.

대체 초록이들이 뭐라고 이러고 있는 것일까요?

어제보다 얼마나 자랐나를 찾는 재미는 정말 쏙~ 혼을 뺍니다. 달리 해준 것 없는데 매일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줄 때면 과잉노동에 지친 우리를 위로해 주는 듯 합니다. 아마도 현실에서는 거져 얻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 일 것입니다.

오래된 잎을 정리하며 토마토 곁순도 찾아 따 주다보면 저마다의 풀냄새가 올라옵니다. 그 시간이 몇 분 또는 몇 십분인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생각을 멈추게 됩니다. 그제서야 팽팽했던 신경줄이 이완됩니다.

식물은 말없이 보는 이에게 회복의 마법을 겁니다.

보이시나요?
233E6556-0727-41C6-B4D2-3567F8F88A75.jpeg
아침에 보니 강남콩에 꽃이 피었습니다.
큰 잎 밑에 꽃망울이 맺혀 어제는 보지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Sort:  

전 저 모종들을 심어놓은 푸대자루로 땅을 만들어 놓은(?) 거네요.
저렇게 하면 흙 때문에 지저분해지지도 않고, 잡초도 올라오지 않겠네요.
저런 걸 화원 같은데서 파나봐요.
아이디어 좋네요^^

식물은 계절을 절대로 거스르지 않습니다^^

맞아도 정말 작물이 때 맞춰 쑤욱~~ 크는 것 같아요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4
BTC 64038.60
ETH 3148.89
USDT 1.00
SBD 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