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 한 편

in #dblog5 years ago

승무 /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참 좋습니다
Sort:  
  • 스팀 코인판 커뮤니티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9년 10월 15일부터는 스팀코인판에서 작성한 글만 SCT 토큰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 스팀 코인판 이외의 곳에서 작성된 글은 SCT 보상에서 제외되니 주의 바랍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4
BTC 63750.99
ETH 3130.22
USDT 1.00
SBD 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