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무지에 대한 통증//이것은 병일까?

in #dclick6 years ago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에 대해 참 고통스러워한다.

나만 지식을 독점해야 한다 나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남이 이해했으면 나도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란 생각을 자주 한다.

나는 학창시절 대부분의 공부를 수업시간에 해결했다. 대학교 저학년 까지는 이런 방식이 먹혔다. 수업 열심히 듣고 필기하고 그것 가지고 한두번 읽고 이해하고 넘어갔다.

이런 나에게 첫번째 충격을, 첫번째 고통을 준 것은 아마 대한수학회의 정기학회(봄? 가을? )에 처음 참가 했을 때이다. 멋 모르고 참석한 학회, 기하학 세션에 들어가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가 앉아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듣는 것으로만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고학년이 되고 각종 전공 수업부터 이런 고통들이 지속되었다. 그래도 학과 수업들은 사정이 좋았다. 그나마 여러가지 배경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공부할 수 있었다. 교과서 등을 찾아가며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각종 세미나나 학회에 참석하면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고 그것은 나에게 참 고초였다.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였다. 화학, 생물, 수학, 물리 관련 세미나도 들어가보고 콜로퀴움도 듣고.. 저학년 때보다 더 많은 단어들이 친숙하지만, 그 talk 들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것들을 다 아는걸까? 적당히 알고 뭉등그려 말하는 걸까?

이후 나의 관심사는 이러 저러한 다양한 분야로 바뀌었고, 관계가 없어도 해당 학회나 세미나에 참석해 죽치고 앉아 있는 일이 잦아졌다. 그 때마다 나는 항상 생각하곤 했다. 말하는 연사들은 그들이 말하고 있는 바를 100프로 이해하고 있을까?

아무튼 말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글로 이해하자고 글로 내 방향을 바꾸었다.
성미가 급한 나로써는 어떤 글은 한번 대충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만 어떤 글들은 꼼꼼이 읽어도, 그것을 꼼꼼이 여러번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점점 그런 것들이 많아지면서 나의 좌절감 상승과 동시에 오기도 생겼다.

가능한 많은 배경지식을 쌓자, 모든 분야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강연보다 글은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내가 관심있는 몇가지 분야로 또 그것의 세부분야로 쪼겠다. 쉬운 책부터 전공서, 여러 강연들을 수집하고 익히려고 노력했다.

또 그런 지식들을 잊어먹지 않기 위해 심심할 때마다 복습을 하곤 했다. [사실 내가 아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지 않은가? 알고 있는 것이 틀렸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 이런 것들이 나에게 고통을 준다.]

한동안 내가 너무 자만했는지 아니면 무관심했는지 이 통증이 너무 무뎌져 있었나 보다.

오랜만에 온 이 통증들로 인해 나는 각성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런 고통들은 나의 편집증적인 심리적/정신적 질병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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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학회라니...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옵니다! ㅋㅋ
지식에 대한 갈증이야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수도 있겠지만... 세상 모든 지식을 다 알수는 없는 법이죠!!
심리적 질병입니다!!

으아닠... 다른 세계에 사는 분!

모르면 지식인서 찾으면 되죠 ^ 넘 심각하지만 않으면살아가는덴 문제없지않나요^

박사졸업해도 자기가 모르는 게 뭔지 확실히 알게 됐을 뿐 뭘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농담반진담반 섞인 말도 있잖아요. 강연하는 사람이나 그걸 듣는 사람이나 인간인 이상 모르는 게 있을 수밖에 없고,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이 공부함에 있어 기능적인 동기가 되고 있는지 역기능적 심리적 방해물인지는 beoped님이 젤 잘 알지 않을까 합니다. 책이나 논문 보다가, 이해하고 싶지만 이해가 안 될 때 전 어쩔 수 없다며 넘기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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