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제가 만든 노래가 어떤가요? (질문 아님)

in #dclic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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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제 첫인상이 어떠신가요? (질문 아님) 이어지는 글입니다.

    과제 때문에 자신의 첫인상 변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남학생과 약속을 잡은 뒤에 소화도 시킬겸 교내 산책을 했다. 대낮임에도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빠른 걸음으로 자취방에 돌아가기로 했다. 타고난 발목이 약한 탓에 내리막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고 있었다. 저멀리 맞은편에서 여학생과 기타를 매고 있는 남학생이 보였다. 그들은 무언가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과 내가 서로 스쳐 지나가려고 할 때, 남학생이 나를 불러세웠다.

    "실례합니다. 제가 자작곡 앨범을 내려고 만든 곡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보시고 어떠신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1절만이라도 들어주세요!"
    그동안 길거리에서 들어봤던 질문 중에서 단연 기억에 남을 질문이었다. 이미 몇 분 전에도 초면에 과제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기에 거절하려고 했지만 워낙 독특한 부탁이라서 흔쾌히 수락했다.
    "자작곡이요? 좋아요. 일단 자리를 옮기죠."

    좁은 인도 위에서 멈춰있으면 다른 행인의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에 노래가 들리지 않을테니 근처 건물의 계단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가 건네주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작곡을 듣기 시작했다. 노래는 어쿠스틱 계열인 것 같았다. 잔잔하게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사실 악동뮤지션 처럼 노래는 여학생이 부르고, 기타는 남학생이 연주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기타와 보컬 모두 남학생이 하고 있었다.

    "이제 1절이 끝난 것 같아요."
    "평소에 어떤 장르를 좋아하세요?"
    "저는 락발라드 혹은 발라드를 자주 들어요."
    "아, 그러면 제 노래가 취향에 맞지 않으셨겠네요."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예전에는 어쿠스틱에 빠졌던 적이 있거든요. 혹시 'DEPAPEPE'라는 일본 어쿠스틱 그룹 아세요?"
    "아! 당연히 알죠!"

    "음.... 평가를 해달라고 하셨죠? 그럼 장점은 스스로 아실테니, 까드리는게 더 좋겠죠? 보통 자기가 잘하는 부분은 알아도 잘하지 못하는 부분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 뭐, 상관없습니다. 하하."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제 생각에는 몇 가지를 더 보완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먼저 숨소리 활용이 아쉬워요. 이런 장르에서는 보컬의 호흡까지 다 듣게 되는데, 그것을 감정표현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노래를 부르다가 힘이 빠져서 턱 내려놓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듣는 입장에서도 호흡을 턱 내려놓을 때 같이 힘이 빠져버리는 기분이에요."
    "우와!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은 처음 봐요."
    그동안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던 여학생이 반응을 보였다.

    "숨소리라니...생각도 못했던 부분이네요. 알겠습니다. 또 다른 평가도 해주세요."
    "노래 자체는 오전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듣기에 좋아요. 그런데 멜로디 라인에 특색이 없어요. 물론 장르의 특성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제가 노래를 듣고나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어요. 유행가들을 들어보면 기억에 남는 한 두 마디 구절이 있잖아요? 지금 자작곡은 그냥 듣기에는 편안한 노래지만, 기억에는 전혀 남지 않을 노래거든요. 짧게라도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파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신기하다! 혹시 음악 관련해서 전공하셨어요? 이렇게 자세하게 평가해주시는 분은 처음 봤어요."
    "그렇지는 않구요. 노래를 자주 들으면서 이것저것 주워들었던 것을 말했을 뿐이에요. 깊게 들어가면 저도 잘 모르고,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해요. 하하하."
    "저는 얘가 자작곡 평가해달라고 하면 '좋다'고 말하는게 끝이거든요. 큭큭."
    "혹시 다음에 다른 노래들도 평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미 '첫인상 과제남'에게 연락처를 주었던 것 때문에 이번에는 거절하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했을 뿐인데, 상대방이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다. 그들의 외모와 옷차림, 행동 등을 봤을 때, 대학교 1학년 정도인 것 같았다. 어떤 분들은 "요즘 대학생들은~ . 우리 때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비난을 하시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대학생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는 태도를 갖추었을 때 가장 빛나는 것 같다. 언젠가 그 남학생이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길거리에서 만났던 분의 자작곡 평가가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상상을 해보면서 잠자리에 누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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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보면 불러세우고 머 물어보고 싶은가? ㅋㅋㅋ
어제 오늘 두 에피소드가 하루에 일어난게 더 신기하네 나는ㅋㅋㅋㅋ

대학가, 전철역 주변 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죠. :D

한손님이 편안한 느낌은 주시는 분이실 듯^^
까칠하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람들에겐 부탁하지 않을테니까요.
한손님의 음악평에 깜짝 놀랐답니다.
숨소리 부분은 호흡이 끝까지 받처주지 못해서 끝처리가 되지 않는건데... 프로로 보이기엔 아쉬움이 많을 것 같네요.ㅎㅎ
낯선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시는 모습...인상적이네요^^

길거리에서 이런저런 부탁을 받는 경우에는 보통 여유로워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ㅎㅎ

전 아무리 열심히 걸어다녀도 말거는 사람은 도를 아십니까? 뿐인데^^ 평소에 대답을 달 해주시니 그런 느낌이 다른사람에게도 느껴지나 봅니다. 신기하네요^^ 아님 혹시 남자들에게 호감형??? ㅎㅎ

으어억ㅋㅋㅋㅋ

한손님이 음악에 대해서도 잘 아시는줄은 몰랐네요 호흡이라니...
예체능쪽으로 너무 능력치가 높으신거 아닌가요!
그나저나 그 짧은 새 두번이나 인터뷰를 받으섰군요ㅋㅋ 같은 과목 과제 두 명이었으려나요

대학가라서 그런 것 같아요.ㅋㅋ

'길거리에서 만났던 분의 자작곡 평가가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상상을 해보면서 잠자리에 누웠다. ㅋㅋㅋ

좋은 꿀잠을 청하셨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네요

잘 보고 갑니다.

꿀잠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ㅠㅠ

저기..인상이 너무 좋으세요..
도를 아시나요? ㅋㅋㅋ

아주 잘 알죠! 제 얘기부터 들어보실래요?ㅋㅋㅋ

오오오오 소설같은 이야기네요ㅋㅋㅋ

그런가요?ㅎㅎ

금손님 거의 박진영급이시네여 숨소리 호흡까지 체크해주시그 ~~~ 멋지심~~ 처음본 사람의 질문에도 정성스럽게 대답해주는 사람!!

감사합니다.ㅎㅎ

한손님은 정말 신기하게도 등에 서있는지 “저 잘들어 줘요” 하고^^
자꾸 불러 세우네요.
그러시다 나중에 길도 잘 못가시는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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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쩌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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