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길 여행기, Pamplona에서 Puente la Reina까지 25km --1편

in #esteem6 years ago (edited)

오늘 걷는 거리는 25km, 산티아고길 첫날이다.
지도를 보니 중간에 산을 하나 넘는다. 첫날부터 강행군이다.
잠은 잔듯 만듯 했다. 커다란 체육관 한가운데서 누워있는데 주변에서 코고는 소리, 뒤척이는 소리, 침대 삐걱이는 소리, 온갖 소리가 체육관을 울리는 가운데 겨우 잠을 잤다. 화장실을 가려면 이층침대를 오르내려야 하고 침대 삐걱대는 소리가 엄청 신경쓰인다.
새벽이 되니 어느새 사람들은 소리도 없이 짐을 챙겨 나갔다. 우리는 씻고 화장실 볼일 보고 여유있게 나왔다. 그때까지 옆 침대의 한국 부부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대단하군.
조식을 먹으러 알베르게 건너편 카페로 갔다. 조식은 간단했다. 커피와 오렌지주스와 크로와상이다.
카페는 한가하다. 사람들은 조식을 먹지 않고 가는 듯했다. 아마 가다가 중간에 쉬는 때에 식사를 해결하는 모양이다. 끝 테이블에 한국사람인 듯한 아저씨가 보인다. 합석을 했다. 인사를 건넸다. 한국사람이다. 60대 중반의 김씨 아저씨, 정년 퇴직하고 혼자 여행을 왔다고 한다. 김씨 아저씨는 식사를 끝내자 곧 바로 출발했다. 우리는 천천히 식사를 즐겼다. 몇사람 더 카페에 식사를 하러 들어왔다. 카페는 새벽 6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우리도 그때쯤 들어와서 6시30분 쯤 카페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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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쁠로나 시내를 벗어나는데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 토요일이라 시내도 한적했다. 공원도 지나고, 나의 긴 그림자를 보면서 천천히 걷는다. 이건 서쪽으로 걷는다는 뜻이고 새벽 해를 등지고 걷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게 시내를 벗어나면 시골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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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만 잘 쫓아가면 된다. 윗 사진의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넘어가게 된다. 대단하지 않은가? 걸어서 멀리 보이는 산을 넘어 가다니, 난 정말 첫날 놀라움을 느꼈다. 하루종일 걸어서 내 앞에 있던 먼 산이 어느새 내 뒤의 먼 산으로 바뀌는 경험을 한다. 느리게 걸어서도 아주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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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보리밭, 감탄하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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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한국 사람을 또 만났다. 큰 배낭을 멘 젊은 여자였는데 매우 힘겨워 보였다. 하루에 걸을 수 있는 만큼만 걷는다고 한다. 하루에 대략 10~15km만 걷는다고. 그래서 아주 천천히 간다고 했다. 그녀는 더 쉬겠다고 해서 우리는 먼저 길을 떠났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사람을 또 만났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냥 인사만 하고 급히 우리를 앞질러 갔다. 걸음이 매우 빨랐다. 우리가 쫓아갈 수 없는 속도였다. 이 사람은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고 밥도 같이 먹게 된다.
산티아고길을 걷다가 한국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간혹 한국 사람과는 말도 섞기 싫다는 듯이 인사만 하고 급히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땐 좀 서운하기도 하다. 반대로 만나면 정말 반가워서 한참을 수다를 떨고 먹을 것을 나눠 주기도 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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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오르막, 드디어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쉴 곳을 찾아야 할 텐데...
나무 그늘이 있는 쉼터 발견, 쉬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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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만난 또 한 사람의 한국인 동규씨, 그리고 프랑스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온 할아버지. 유쾌한 웃음이 매력적인 동규씨와는 다음 마을에서 다시 만나서 같이 얼굴 인증샷. 동규씨 혹시 이 사진보게 되면 연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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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계속 올라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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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땅만 보고 걷게 된다. 풍경을 볼 여유가 없다. 그래도 잠시 숨 한번 돌리고 먼 산 한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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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록색으로 덜 익은 것은 밀밭이다. 보리는 밀보다 먼저 익어서 누렇고 추수하기 직전이다.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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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걸음이란 참 신비한 거지요.

한 걸음은 얼마 안 되지만
걷고 또 걸으면 어디든 가니 ...

걸어서 세계여행도 할 수 있겠더군요

다시봐도 대단한 모험이에요!
여기도 한국사람끼리 인사도 건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저도 처음에 참 이상 했는데, 뭐 이제는 익숙한;;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일이에요. 전 한번 더 해보고싶어요.

Chicken chow mein is my fav.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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