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4- 16 한미일 재무장관회담과 제2차 플라자협의의 우려, 그리고 미국의 패권상실

미국은 크게 두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국제정치적 도전이다. 미국 단극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중국과 러시아, 이란을 중심으로한 서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 및 아세안 일부 국가들의 도전이다. 국제정치적 도전에 대한 미국의 응전은 강력한 군사력을 중심으로 한 압도적인 힘의 우위와 함께 미국의 체제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국제정치적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 대신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는 듯 하지만 유럽은 이미 그럴 수 있는 실력이 되지 못한다. 유럽은 독자적으로 생존하기도 급급한 실정이다.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 폭격과 이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국제정치질서가 완전하게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란이 이스라엘에 이렇게 폭격을 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은 이란의 이스라엘 폭격을 사실상 묵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란의 이번 폭격으로 미국은 서아시아지역에서 패권적 지위를 완전하게 상실하고 말았다.

미국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위상을 상실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한 나름의 전략이 동맹의 ‘격자형 네트워크’인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미국은 중심에서 각각의 국가들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형태의 우산살과 같은 방식의 동맹체제를 유지해왔다. 미국이 동맹체제의 변모를 꾀하는 것은 더 이상 미국이 모든 국가들을 상대로한 동맹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미국 국력의 약화로 인해 과거와 같은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격자형 동맹방식’은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동맹체제가 비슷하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들은 각국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방식이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글로벌 사우스에 참가한 국가들이 미국의 지배적 지위를 배척한다는 의미에서 유사한 국제정치적 입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관계가 상하의 관계가 아닌 수평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격자형 동맹관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호존중과 호혜적 이익추구라는 기본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문제는 미국을 중심으로한 동맹관계를 상호 대응한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현재의 동맹체제를 격자형 동맹체제로 바꾸려면 동맹국가에 대한 자율권을 대폭 넘겨주어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미국과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지 못하면 말만 격자형 동맹관계가 될 뿐 실질적으로는 상하수직적 위계관계의 동맹관계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수직적 위계관계의 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힘이 약해졌다고 하는 것은 미국의 채무규모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은 34조 6천7백억 달러가 넘는 채무가 있다. 이 채무는 점점 더 늘어난다. 채무의 이자만 해도 8000만 달러가 넘으며 미국 군사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내년 정도면 채무이자가 미국 군사비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직면한 두번째 도전은 바로 미국 경제인 것이다. 최근 미국 주식가격이 올라가면서 미국 경기가 호황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사실 그것은 화장을 잘한 것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미국 국채금리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승하고 있다. 달러 인덱스가 상승하는데 금가격이 올라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도 더 이상 올라가기 위한 상승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직면한 국제정치적 위기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경제다. 미국은 경제체질을 바꾸려고 하지만 실제 그것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이 경제체질을 바꾸기위해서는 동맹국과 주변국의 경제를 붕괴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맹국에게 위기를 초래하면서 동맹국의 자율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격자형 동맹관계의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17일 워싱턴 DC 에서 한미일 3개국 재무장관회의가 개최된다. 미국은 자신의 문제를 한국과 일본에 떠넘기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제2의 플라자 합의가 될 수도 있다고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언론은 이번에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일 재무장관회담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알 수 없으나 한국에게 가장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게 미국 국채의 매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현재 한국은 원달러 환율이 위기상황을 넘어섰다. 그동안 일부 경제관측자들에 의하면 원달러 환율이 1360원이 넘으면 상방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오늘은 1398원이 넘고 있다. 한국이 미국채의 매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한국의 경제학자들의 분석과 전망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회담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이 자신들의 위기를 한국과 일본에 전가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아마도 앞으로 한국은 미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제정치적 도전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위기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런 위기는 미국이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자본주의의 본원적 위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1929년의 공황처럼 붕괴되거나 아니면 미국을 제외한 전동맹국의 붕괴를 바탕으로 현재의 위기를 완화시킬 것이나 하는 선택만 있을 뿐이다.

미국이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과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브릭스 국가들은 다가오는 위기에 그리 취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의 패권붕괴는 국제정치적 도전보다 경제위기로 초래될 가능성이 더 높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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