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가 잠저에 있을 당시 여러 가지 개국의 조짐이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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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잠저(潛邸)에 있을 때, 꿈에 신인(神人)이 금자[金尺]를 가지고 하늘에서 내려와 주면서 말하기를,

"시중(侍中) 경복흥(慶復興)은 청렴하기는 하나 이미 늙었으며, 도통(都統) 최영(崔瑩)은 강직하기는 하나 조금 고지식하니, 이것을 가지고 나라를 바룰 사람은 공(公)이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하였다. 그 뒤에 어떤 사람이 문밖에 이르러 이상한 글을 바치면서 말하기를,

"이것을 지리산(智異山) 바위 속에서 얻었습니다."

하는데, 그 글에,

"목자(木子)005) 가 돼지를 타고 내려와서 다시 삼한(三韓)의 강토를 바로잡을 것이다."

하고, 또,

"비의(非衣)006) ·주초(走肖)007) ·삼전 삼읍(三奠三邑)008) "

등의 말이 있었다. 사람을 시켜 맞이해 들어오게 하니 이미 가버렸으므로, 이를 찾아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고려의 서운관(書雲觀)에 간직한 비기(秘記)에 ‘건목득자(建木得子)’의 설(說)이 있고, 또 ‘왕씨(王氏)가 멸망하고 이씨(李氏)가 일어난다.’는 말이 있는데, 고려의 말년에 이르기까지 숨겨지고 발포(發布)되지 않았더니, 이때에 이르러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다. 또 조명(早明)이란 말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 뜻을 깨닫지 못했더니, 뒤에 국호(國號)를 조선이라 한 뒤에야 조명(早明)이 곧 조선(朝鮮)을 이른 것인 줄을 알게 되었다. 의주(宜州)에 큰 나무가 있는데 말라 썩은 지 여러 해가 되었으나, 개국(開國)하기 전 1년에 다시 가지가 나고 무성하니, 그때 사람들이 개국의 징조라고 말하였다. 또 태조가 잠저(潛邸)에 있을 때 일찍이 시중(侍中) 경복흥(慶復興)의 사제(私第)에 갔더니, 복흥(復興)이 영접해 들이고 그 아내로 하여금 나와 보게 하면서 존경하는 뜻이 매우 지극했으며, 또 그 자손을 부탁하면서 말하기를,

"나의 어리석은 자손을 공(公)께서 장차 비호(庇護)해야 될 것이오니, 공은 행여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하며, 매양 태조를 대접하면서 반드시 특별히 높이었다. 태조가 혹시 정토(征討)로 인하여 밖에 나가면, 복흥(復興)은 매양 고하기를,

"동한(東韓)의 사직(社稷)이 장차 손안[掌握]에 돌아갈 것이니 전쟁의 괴로움을 꺼리지 말고 능히 나라를 지키는 공을 이루게 하시오."

하였다. 일찍이 상명사(相命師)009) 혜징(惠澄)이 사사로이 그 친한 사람에게 이르기를,

"내가 사람들의 운명(運命)을 관찰한 것이 많았으나 이성계(李成桂)와 같은 사람은 없었다."

하였다. 친한 사람이 묻기를,

"타고난 운명이 비록 좋더라도 벼슬이 총재(冢宰)에 그칠 뿐이다."

하니, 혜징이 말하기를,

"총재(冢宰)라면 어찌 말할 것이 있겠는가? 내가 관찰한 것은 군장(君長)의 운명이니, 그가 왕씨(王氏)를 대신하여 반드시 일어나겠지!"

하였다. 또 삼군(三軍)이 신경(新京)010) 땅에서 사냥하는데, 전하(殿下)011) 가 잠저(潛邸)에 있을 때 또한 갔었다. 노루 한 마리가 나오므로, 전하가 달려가서 쏘아 화살 한 개에 죽이니, 여러 왕씨(王氏) 10여 인이 높은 언덕에 모여 서서 이를 보고는 몹시 놀라서 서로 돌아보면서 말하기를,

"사람들이 이씨(李氏)가 장차 일어날 것이라고 많이 말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아닌가?"

하고, 또 상왕(上王)012) 이 잠저(潛邸)에 있을 때에 시중(侍中) 이인임(李仁任)을 그 사제(私第)에 가서 보았는데, 이미 나가고 난 뒤에 인임(仁任)이 다른 사람에게 일렀다.

"국가가 장차는 반드시 이씨(李氏)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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