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 #보라카이 4

2023-03-01-22-46-10-372.jpg

8년 전 보라카이는 매퀘한 매연 냄새로 온 섬이 찌들어 있었다. 해변은 이뻤지만 밤새 술판이 이어진 곳이었다.

지금은 보라카이 툭툭이는 전기로 바뀌었고 해변에서의 음주는 금지 되었다.

과거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면 지금은 필리핀 여행객이 많아졌다.
제주도 여행 붐이 일었던 한국의 성장기와 비슷한 현상일까? 필리핀도 여행 문화가 확산 되는게..

코로나로 인해 페업한 곳들도 많아졌고 밤11시가 되면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기 시작한다.

이것은 한국도 비슷한 것 같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문화가 사라진거 말이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호객행위이다.

2023-03-02-10-27-55-721.jpg

섬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보기로 했다. 로컬 시장에서 해산물을 사면 요리 해주는 곳이 있다길래 왔다.

그러나 난 호객꾼에게 잡혀 호구가 되었다.

'으흐흐..감히 내가..여기까지 와서 ..호구가 되다니..'

사건은 한 녀석이 싸다싸다를 외치며 다가온 것이었다. 세 곳의 해삼물 가게를 소개 하면서 한 집을 빼고 안내한다. 세 곳은 비슷비슷 했고 나머지 가게의 가격이 궁금해서 이 집은 어떠냐고 했더니 시큰둥 하게 니가 물어 보라고 한다.

물어보니 이 곳이 더 싼게 아닌가! 약 20프로 정도.

'에헤이 이놈. 싼가게 소개하면 남는게 없으니 소개를 안한거구만?" 껄껄껄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결국 이 곳에서 새우와 조개류 등을 구매했고 만들어 나온 요리를 보니...
뭔가 이상하다. 양이 반으로 줄었다. 새우 개수도 확실히 적다.

아차! 싶다. 싸게 산게 기뻤고 배고픔이 먼저였다. 사진도 안찍었다. 대충 보니 옆가게 보다 2배쯤 비싸게 산것 같다.
항의 했더니 주문한대로 나온거란다. 아뿔싸!

2023-03-02-10-56-56-671.jpg

다음 날 그곳을 다시 지나다 보니 그 호객꾼과 그 식당이 한 편인걸 알게 됐다. 그 집 카운터를 지키는 모습이 마치 가족같다.
그렇다면 어제 이 집만 소개하지 않은 이유가 소름돋는다.

내가 흥정을 좀 깐깐히 한다고 느낀걸까. 내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서 쎄게 뒷통수 한 대 친꼴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안심시키고 한 집만 안내하지 않으며 나를 확신시키는..

결국 나의 상처는 두 배가 되었지만. 큭큭.



이 감정 쓰레기를 가지고 여행 할 수는 없다. 빨리 털어내야 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화려한 해산물 만찬이 필요하다.'

2023-03-01-19-20-58-866.jpg

그래서 찾은 곳이다. 사실 이 곳의 손님은 대부분 한국인이다. 이미 유명한 곳이라는 얘기다.

주문 후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길게는 50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음식이 정성되고 꽤 만족스럽다.

2023-03-01-20-16-07-160.jpg

2023-03-01-20-16-13-877.jpg

이 크랩은 진짜 속살이 너무 맛있었다. 한 번 드셔보시길 추천드린다.

이렇게 호구 되었던 상처를 치유했다.

Sort: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요즘인데
글과 사진이 많은 위로를 주네요
벌써 네번째 동물친구도 등장하고요^^
호구 되셨을땐 저의 속도 함께 쓰려왔지만
마지막에 치유되심을 축하드립니다 😉
음식이 너무 먹음직스러운데 다른 의미로 속이 쓰려오는...

하하 감사합니다. 네 번째 개님은.. 임신을 하여 배가 빵빵하더라구요. 여기 동물들은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넉넉한 여유가 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땐 가보세요. 저도 이번에 여행을 해 보니 역시 직접 가보는게 피부로, 냄새로, 눈으로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힐링으로 연결되더라구요. '여행은 무엇보다 항상 내 감정이 좋은 상태여야 한다' 는게 제 지론인데요. 여행가서 싸우는 사람도 많다는데 그건 정말 심각한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여행은 플러스가 되어야 하니까요. 좋은 기억만 담아오세요.
let's gogo~!!

넵! 감사합니다 😊

Coin Marketplace

STEEM 0.29
TRX 0.12
JST 0.033
BTC 69788.22
ETH 3727.34
USDT 1.00
SBD 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