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의대 정원확대 사태, 앞으로의 예측

in Korea • 한국 • KR • KO2 months ago





클라우제비츠가 말했듯, 전쟁은 "자국의 의지를 상대 국가에 강요하기 위한 폭력적인 행위이며,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 즉, 전쟁은 정치적 행위다. 전쟁은 하찮은 이유로, 어떤 문제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해, 안이한 상황 인식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 전 절묘한 시기에, 일반 대중에 시기를 받는 소수집단에, 기습적으로 전쟁을 걸었다. 그 정치적 목적은 명확하다. 소수집단을 때려 다수집단을 집결하고, 손쉽게 표를 얻고, 어떤 문제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 시점에서 해결해야 할 수많은 국가적 과제를 미뤄두고 의사 집단을 도발할 이유 따윈 없었다.


어떤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니라 이성이 필요하다. 동물은 경험과 이성에 근거하여 상황을 객관화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만 앞세워 우~하고 몰려다니는 우중(愚衆)을 짐승에 비유하는 이유다.

일부 개념을 상실한 의사가 일반 대중을 일어 “개돼지들 특성을 바꾸긴 힘들고 교묘하게 잘 이용해야 한다”는 글을 쓴 것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다. 국민을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짐승으로 상정하고 시작한 전쟁이 이번 의대 정원 확대 사태이기 때문이다.

어떤 전문인의 역할이 대단히 전문적이라 양성에 6년에서 8년의 기초교육, 이후에도 4~6년의 수련 과정이 필요하다고 치자. 이런 전문가를 교육하는 기관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이런 전문가의 선발 정원을 갑자기 70% 가까이 올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서울대 입학정원을 3,000명에서 5,000명으로 갑자기 올려도 난리가 난다. 하물며 훨씬 비탄력적인 교육 시스템을 가진 의대 정원을 이렇게 하는 게 가능한가?

이틀 전 발표된 의대 교수 성명서에는 "현재 발표된 2,000명의 입학정원의 증원이 이루어질 경우, 적절한 교육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게 직접 교육을 담당할 교수들의 입장이다.

하다못해 택시 기사를 증원하는 계획을 세우더라도 면밀한 추계와 지역에 따른 인원 할당,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는 밑도 끝도 없이 의과대학에 일방적으로 3월 4일까지 확대 가능한 인원을 신청하라고 통보했다. 대학 학장들도 기가 막혔는지 이런 일방적인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을 고려해 보더라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대단히 졸속으로 처리된 것이다. 아무도 왜 2,000명이 증원돼야 하는지, 그게 가능한지 따져보지 않았다.



인간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징역형을 받은 인간을 제외하고 어떤 일을 강제로 수행하라고 강요당할 수 없다. 의사라고 다를 리 없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냈다고 언론을 이용한 광범위한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은 유치하다.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구속수사를 하겠다고 이들을 협박하는 것은 북한, 중국이나 가능한 짓이다. 여기에 다른 의견이 있는 인간은 당신이 퇴사하면 구속하겠다고 국가가 협박한다고 생각해 보라.

의사의 업무가 워낙 중요해 강제로라도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의료계에 산적한 저수가 문제, 기초 의료 붕괴, 건강보험제도의 모순, 이런 모든 문제에 의사들의 수십 년간의 주장을 귓등으로도 안 들은 이유가 뭔가? 중요한 일은 하지만, 그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럼 의사 증원은 불필요하냐고?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 증원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5~10년에 걸쳐 매년 정원의 5% 정도에서 서서히 증가시켜 목표 인원에 도달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의사가 퇴직도 불법화할 정도로 중요한 일을 한다면, 의료계 전반에 대한 이들의 의견도 최소한 경청해야 한다. 동네 필부라도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을 안다.


한국 국뽕 컨텐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한국 의료제도의 신속함과 효율성이다. 이건 어느 정도 환상이다. 이미 안 보이는 분야에서 커진 암 덩어리가 한국의 의료제도를 확실히 무너뜨리고 있다. 이것에 대한 경고는 최소 30년 전부터 의사들이 해 왔다. 그리고 국뽕 컨텐츠로서 한국 의료제도 말고, 의료제도에 진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

물이 여기저기서 새는 배를 어떻게든 틀어막고 고쳐서 지금까지 그나마 부끄럽지 않게 운영해 왔던 것이 의사다. 당신이 기분이 나쁘더라도 이는 진실이다. 말도 안 되는 저수가에도 기초 의료를 유지하고 있던 것은 정치인도, 시간이 남아 방구석에서 악플 달 시간이 있는 인간들도 아닌 의사들이다. 한국 의료 수가를 선진국 어떤 나라에라도 적용한다면 그 나라 의료는 즉시 파괴된다.

의사들 수가 부족하여 돈을 많이 번다고? 정말 의사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여 소아과, 중증 응급의학과에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이게 아니라는 것을 윤석열도 알고, 이재명도 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해 보자. 나는 이 문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대단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한다.

이 문제가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풀릴 가능성은 없다. 즉, 의사들이 정부에 숙이고 들어오고, 이번 일로 정부의 지지율과 신뢰가 올라가 총선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이번 일의 본질을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국가의 중대사를 다룰 능력이 없는 윤석열이 손쉽게 총선에서 표를 얻으려다 벌집을 잘못 건드린 사건이라고 파악한다.

아마 윤석열 정부는 행정력을 남용하여 전공의들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것이다. 예를 들어 경찰에 소환하거나 수사를 하는 것,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전임의(펠로우)와 대학교수들도 즉시 파업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개원의들과 2차 의료 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들도 파업에 동참한다.


어떻게 확신하냐고? 지금 의사들, 특히 전공의와 의대생, 의사 전반을 몰아세우는 감정은 단순한 이익 상실에 대한 염려나 분노가 아니라, 자신의 존엄성을 침해한 것에 대한 분노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돈 조금 빼앗기는 것보다 인격이 침해 당했을 때 더 분노한다.

당신은 일주일에 100시간 가까이 잠도 못 자면서 일을 했다. 이 일이 너무 중요하여 당신은 엄격한 선발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사회는 당신의 서비스를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며, 일을 조금만 잘못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당신이 볼 때, 이 일이 수행되는 방식은 당신을 착취할 뿐 아니라 지속될 수도 없다. 이것에 대해 정부에 이야기 했지만, 정부는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다 난데없이 당신 일에 상의도 없이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에 항의하며 퇴사하겠다고 하자 "앞으로 이 바닥에 일을 못하게 해버리겠다. 경찰에 고소할테니 구속될 각오를 하라"라고 협박 당했다. "언제 까지 돌아와서 군말 없이 하던데로 일하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라고 구워삶기를 당하기도 했다.

이게 전공의들이 당한 일이다. 당신 같으면 가만있겠는가?



더 참혹한 일은, 이런 일이 사회 일각에서 버젓이 일어나는데도 대중은 오히려 피해자를 멍석말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열등감이다. 자신이 정의나 어떤 도덕적 잣대에 의거하여 의사를 비난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얕은 정당화 밑에는 꿈틀거리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드난다. 윤석열 정부도 이걸 잘 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것이 이번 정책이다. 소수 집단을 고립시켜 모욕하고 멍석말이하여 대중의 쾌감을 유발하는 것 말이다.

이 일은 정부가 유야무야 자신의 정책을 철회하면서 끝날 것이다. 겉으로는 의사의 견해를 듣는 협의체를 만들어 더 논의해 보겠다는 헛소리를 하겠지만 결국은 백기로 항복할 것이다.

정부는 자기가 강하게 나오면 의사 집단이 사분오열 하다가 백기를 내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익이 아니라 존엄성이 걸린 문제에서 강경대응은 의사집단 전체에 훨씬 큰 분노와 단결을 불러올 것이다. 
이미 예고했던 대로, 전공의나 의대생이 불이익을 받으면 전임의와 교수들도 현장을 떠난다. 전임의, 교수도 현장을 떠나면 최소한의 응급 의료도 멈춘다. 정말 의료 서비스가 멈춘다면 이를 견딜 수 있는 정부는 없다. 처음 멍석말이 할 때는 좋았지만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온다면 대중은 이를 견딜 수 없다. 처음에는 의사를 비난했지만 이제 정부를 원망할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했냐면서 말이다.


이번 일로 윤석열 정부의 민낯이 드러 것이다. 이자가 아직도 확실한 레임덕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이재명이 반대편에서 열심히 삽질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의 삽질은 국민을 짜증 나게 할 뿐, 체감되는 피해를 주기는 힘들다. 윤석열 정부의 삽질은 국민 피부에 와 을 것이다. 윤석열이 친미 정책으로 국익을 해친 것은 국민이 체감하기 힘들다. 부동산 거품을 키워 집 없는 서민을 고통스럽게 한 것도 국민 모두가 체감하기 힘들다. 그러나 의료 대란은 다르다.


윤석열이 정상적인 판단력을 되찾아 부동산과 경제와 같은 시급한 내치에 전념하고, 마누라를 용산 관저에 잘 가둬두고, 외국에 무의미한 환호를 받으러 놀러 다니지 않는다 해도 그의 잔여 임기는 가시밭길이다. 지금처럼 하면 아마 두 번째로 탄핵당하는 대통령이나, 퇴임 후 구속되는 전통을 이어갈 것이다.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이 이번 의료대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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