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비트코인 제국주의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 검색

저자 : 한중섭

증권사 IT 산업 담당하는 에널리스트에서 블록체인 산업으로 이직했다.

책 출간 당시, 유튜브와 SNS에서 <21세기 살롱>이라는 채널을 운영했다.




2023년 저자가 출간한 <어바웃 머니>란 책을 읽었는데, 마음에 들었다.

특별하게 새로운 내용이 아니더라도, 읽는 사람 눈에 쏙쏙 들어오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다.

한중섭 저자가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가 이전에 출간한 이 책 <비트코인 제국주의>와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를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고 수령했다.




초창기 인터넷 산업에 참여했던 사람들 또한 대부분 반권위주의, 무정부주의 가치관을 지녔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사람들은 인터넷 혁명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진심으로 믿었고, 중앙 기관의 검열을 거치지 않고 지위, 인종,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다 보면 세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 다음에는 상업화, 규제, 정경유착이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법.

이처럼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초창기 모습과 2024년 현재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과거 인터넷이 걸어온 모습이 겹쳐지면서, 결국 저자가 말한 것처럼 상업화, 규제 등이 뒤따라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제국주의의 역사, 인터넷의 역사, 화폐의 역사,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역사 등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언급한다.

역사 인문학 서적에 가깝다.

코로나 펜데믹 후 파멸적 상승이 일어나기 1년 전인, 2019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저자는 비트코인/블록체인의 발전에 대해 확신을 갖고 말했다.

몇 년이 지나진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저자의 말대로 세상은 비트코인 제국주의로 향해가고 있는 듯 하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중 일부



탈중앙화, 분권화 등 블록체인의 특성을 나타내는 수식어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가치의 인터넷'이라는 표현이었다.

우리가 정보를 주고받는 TCP/IP 기반의 인터넷이 '정보의 인터넷'이라면 이중 지불 문제를 방지하는 블록체인은 중개 기관 없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치의 인터넷'이라 할 수 있다.

가치의 인터넷이 미래 금융 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 생각했다.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철학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그리고 각국의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 상업화의 유혹, 강화되는 규제, 글로벌 기업들의 블록체인 사업 진출로 인해 탈중앙화라는 가치는 더욱 희석될 것이다.




우리가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듯, 은행은 이자로 돈에 생명을 불어넣고 더 풍족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고객이 예치한 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다른 고객에게 대출해 주고, 장부상의 돈으로 이윤을 내는 은행은 얼핏 거대한 피라미드 사기단 같아 보인다.

그러나 종교와 더불어 신용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최고의 개념 중 하나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은행이 발달하기 이전, 제국의 경제 성장 동력은 주로 인구 증가와 식민지 확대였다.

그러나 은행이 제공하는 신용과 신뢰는 경제의 파이를 기존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팽창시켰다.




세계화를 주도한 미국은 역사상 최초로 전 지구를 대상으로 단일한 문화적 양식을 전파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본인의 자유 의지에 의해 돈을 벌거나 쓴다고 착각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상인들이 구축한 돈의 질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역사가 주는 교훈 중 하나는,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는 언제나 대중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원대한 이상을 향해 순수한 열정을 원동력 삼아 자율적으로 발전한 인터넷 산업은 상업화의 과정을 거치며 철저히 변질되었다.

이번에도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역사의 진리는 증명되었다.




디지털 제국의 지배는 결코 폭력성을 띠지 않는다.

다만 편리함을 앞세워 우리의 뇌를 마취시킬 뿐이다.

우리는 기꺼이 제국의 신민이 된다.




디지털 제국들은 편리함을 미끼로 전 세계 시민들을 제국의 신민으로 동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디지털 제국의 지배 하에 우리는 광고주들에게 팔리는 상품이 되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생성하는 일종의 노드로 기능한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전으로 인터넷 기업을 일궈 낸, 한때 순수했던 괴짜들은 대부분 상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권위적인(표면적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주창하지만) 황제로 변했다.

디지털 제국의 황제들이 각국의 정치인들과 결탁함으로써 인터넷은 이제 완벽한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프라이버시는 전자 시대의 공개된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

프라이버시는 비밀이 아니다.

프라이버시는 온 세상이 알기를 원치 않는 것이고, 비밀은 어떤 누구도 알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프라이버시는 세상에 자신을 선택적으로 노출하는 힘이다. - 사이버펑크 선언




버블은 자본과 인재를 순식간에 빨아들여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순기능이 있다.

튤립 버블이 없었다면 네덜란드의 화훼 산업이 이토록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철도 버블은 영국의 산업화를 촉진했고 운송 시장을 개혁하는 데 기여했다.

닷컴 버블이 없었다면 인터넷 인프라가 그렇게 빨리 깔리지 못했을 것이고 스마트폰의 탄생 역시 훨씬 더뎌졌을지도 모른다.

혁신은 항상 기어가지 않고 튀어 오르는 법인데, 이때 버블이 도약을 돕는 받침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명심해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 위대한 개츠비




국가가 어려움에 빠지면 개인의 재산 보전 가능성은 극도로 불확실해진다.

과도한 세금, 재산 몰수, 인플레이션 등으로 개인의 재산이 허무하게 증발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비트코인은 훌륭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말했다.

"1000명의 사람이 어떤 조작된 이야기를 한 달 동안 믿으면 그것은 가짜 뉴스다. 반면에 10억 명의 사람이 1000년 동안 믿으면 그것은 종교다."

이를 조금 변형해 보자면, "비트코인을 100명이 믿으면 바다이야기지만 1억 명이 믿으면 돈이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이 미디어 산업에 지각 변동을 초래했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가치의 바다 블록체인은 금융 산업의 헤게모니를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다.

뉴스를 생산하는 미디어가 구글과 페이스북의 하청 업체가 되어버린 것처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및 전통 금융 기관인 미국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 하에 놓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알고리즘을 장착한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일을 대신 수행함에 따라 우리는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엄청난 여가를 얻게 될 것이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사람들이 차분히 명상과 독서를 하거나 이웃과 교류하며 시간을 활용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신 사람들은 권태롭고 암담한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가상 현실에 골몰할 확률이 높다.

사람들이 현실보다 가상 현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가상 현실 속 자아가 개인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의미 역시 중요해질 수 있다.




과연 사용자들이 프라이버시를 진정으로 원하느냐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프라이버시를 포기한 대가로 디지털 제국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한다.

유튜브와 넷플리스는 취향에 맞는 동영상을 추천해 주고, 아마존은 구매 패턴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해 주며,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관심사와 연관된 콘텐츠와 온라인 지인을 추천해 준다.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모든 맞춤형 서비스가 주는 편의성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맞춤형 서비스에 길들여진 우리가 과연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려 들까?

이는 마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마차를 탈 것이라고 믿는 것만큼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자.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수준의 금융 서비스가 제공되는 반면, 적극적으로 디지털 제국에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에게는 더 낮은 대출 금리, 보다 높은 기대 수익률을 제시하는 투자 상품과 같은 맞춤형 금융 서비스가 제공된다.

사람들은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 기꺼이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려 들지 않을까?




비트코인은 인습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피라미드 사기가 아니다.

또한, 순진한 이상주의자들이 기대하는 낭만적인 사이버 유토피아를 약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상업화와 규제의 단계를 거쳐 제국주의의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2024.04.26.

Coin Marketplace

STEEM 0.28
TRX 0.12
JST 0.032
BTC 61191.20
ETH 2972.28
USDT 1.00
SBD 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