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우비 입고 달린날 ...

in #il-diary6 years ago (edited)

어제 들어오는 길에 성당에 들렀습니다. 저는 佛. 

다레살렘 카페에서 두시간 동안 비가 그치길 기다려서 출발했습니다.

원래 다니던 길은 너무 진창 이기도하고 마침 구글지도에서 찍어둔 성당도 들릴겸 먼 길을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길가에 뿔이 멋진 소가 저를 바라보네요. 잠시 멈춰서 뿔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나오는 상아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은근 무서버요..

조금더 달리니 이번엔 낙타까지 키우는 한무리의 소 떼가 다가왔습니다. 낙타가 다가오니 크기가 엄청납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건 처음인데, 제 옆을 지나가면서 눈동자를 돌리며 바라보더라고요...흠칫..

뿔달린 소가 의심의 눈초리로 저를 바라볼 땐 떠받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어렸을적 소 키울 때 보면 소가 화나면 뿔로 막 사람한테 들이댔거든요. 직접 들여받진 않지만 그래도 앞에서 들이대는 시늉을 하면 무섭습니다.

오토바이를 멈추고 지나가는 소들과 눈맞추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소들도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와 호기심가득한 눈으로 바로 앞에까지 다가오다가 돌아가네요. 너무 순진해 보였습니다.

처음가는 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보니 학교를 마치고 집에가는 아이들이 '음치나' '음치나' 합니다. 중국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음코레아'라고 답하니 잼있다고 깔깔거리네요. 얼마나 귀여운지...ㅎ 주변에 성당을 물어보니 가던길로 더 가라고 알려줬습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길이 물에 완전히 잠겼습니다. 너무 넓고 길게 물이 잠겨있어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다시 돌아가라네요. 지나왔다고...ㅠㅠ 

해는 떴는데 우비를 계속 입고 있었더니 덥더라구요. 에고고...하며 돌아오는데 아까 그 꼬마들이 막 뛰어오더니 다른 셋길을 알려줍니다.  그 샛길로 산비탈을 오르듯 올라갔습니다. 언덕위에 교회같은 건물이 있길래 물어보니 이 사람이 저건 무슬림 모스크라고 더 올라가래요...ㅠㅠ 거의 산속으로 들어가다가 물어보니 이곳엔 아무것도 없다고...ㅠㅠ 

다시 내려오는데 아까 길 알려준 그 아이들이 막 뛰어오더니 이 집으로 안내를 해줬습니다.

흑 정말이지 포기하고 내려가는 중이었는데, 마침 수녀님들 사는 곳 앞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아이들이 저를 수녀님께 소개해줬습니다. ㅎㅎ 근데 말이 안통해서리...ㅋㅋ 파더는 어디 나갔다고 담에 오라네요.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정말 정갈하게 정원을 가꾸셨습니다. 주변에서 이렇게 이쁘고 정갈하게 가꾸는 정원을 보지 못했습니다. 현지인 수녀님인데 이렇게 깔끔하시네요. 국화같이 생긴 보라색 꽃이 이쁩니다. 예전에 아주 작은 초가집 앞에 심어져 있던 꽃과 같았습니다. 당시 땡볕에서 두시간을 걸었을 때인데 눈에 뛰게 쓰러질듯 작은 집이었습니다.  그집 마당은 깔끔하게 빗질이 되어있었고  마당 한곳에 이 꽃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곳 사람들도 집안에  꽃을 가꾸는 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앞뒤로 깔끔하게 가꾸시는 수녀님께 다시 들리겠다고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조금 전에 올라가면서 봤던 언덕위에 건물이 성당이라고 합니다. 일요일에 미사 본다고... 제가 있는 곳과는 한시간 조금 더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담에 갈 땐 몇 문장 외우고 준비를해서 다시한번 파더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성당 마당 한곳에 있는 오래되 보이는 종이 이뻤습니다. 건물 외부의 구멍난 벽돌은 새가 못들어가게 철망으로 둘러놨습니다.  작은 야생원숭이 세마리가 주변에서 재밌게 놀다가 저를 보고 나무위에 올라가 신기한듯이 바라보네요...

내려오다 야자열매로 목을 축였습니다. 

저 속살보이시죠~~ 이 하얀 과육을 잘 꺼내주시네요....엄청 고소하고 느끼한맛...너무 맛있어서 집에 가져와서 과자먹듯이 먹었습니다. 코코넛 기름이 이래서 많이 나오는구나 이해가 가네요.  코코넛 기름에 관한 책도 읽었었는데 심장에 좋답니다. ㅎ 그래서 저는 코코넛 기름으로 아침에 빵을 꿉어요.

노란색 우비를 입고 다닌 긴 하루였습니다.


시내를 나갈땐 트럭이 다니는 한 시간 짜리 길과  트럭이 안 다니는 두시간 짜리 돌아가는 길이 있는데 둘다 비슷한 길을 달립니다. 그래야 아스팔트가 나옵니다. 그리고 또 달려야 합니다. 배도 타야 됩니다.ㅎㅎ

시내 나가면서 찍은 거라... 

비올 때 비 맞고 바이크타면 ㅋㅋ 장난아닙니다. 진창진창이 ..가끔 발목 위로 물이 올라오는 곳도 자주 지나갑니다. 

@gaeteul 님이 궁금하신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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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생생 아프리카 풍경이네요!

제가 있는 다레사렘근처는 풀과 나무가 잘 자랍니다. 땅파면 물도 잘나오고 비오면 물바다가 됩니다. 바닷가라 습하고 습합니다. ㅎ

궁금했습니다.^^ 너무 귀하고 좋은 포스팅입니다. 감사히 잘봤습니다. 낙타와 소를 만나면 인사해 주세요. "안녕! 반가워 나 음꼬레아야" 하면 안심하며 보내(?) 줄겁니다.^^ 저 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요.

ㅎㅎ음코레아~
주변을 다녀볼려고 휘발유 20리터 사왔습니다. ㅋㅋ

대박입니다. 20리터면 꽤 오래 달릴듯 한데 말입니다.^^

오래전에 탄자니아에 관련하여 조금 관여한 적이있어서 그런지 항상 친근감이 갑니다.

자연이 참 아름다운 곳에 계시네요.^_^
자연과 함께라니 거기는 미세먼지는 없겠어요~
전 미세먼지 때문인지 기침이 떠나질 않습니다.ㅠㅠ

소도 그렇고 성당도 그렇고 비슷하지만 정말 이국적인 풍경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보셨음 좋겠어요ㅎㅎㅎ 리스팀 해갈게요!

이토록 생생한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 오동댕님 덕분에 아프리카를 일상처럼 읽을 수 있게 되었네요. :-) 만나서 반가워요!!!

와.. 우선 저런 동물보게되면 저는 냅다 줄행랑 칠 것같은데...
겁나네요... 아프리카의 풍경이 너무 잘 담겨있어서
생동감느껴집니다 ㅎㅎ

소뿔 저도. 순간 사진으로지만 흠칫했답니다. ㅋㅋ 탄자니아의 풍경을 제대로 전해주시는군요^^ 멋진 사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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