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에 위대한 여성작가들이 졸라 많은가?

in #kr-art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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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청주를 찾았다. 청주시립미술관의 기획전 <부드러운 권력> 오프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청주시립미술관에 당도했을 당시 미술관 로비에서 임은수 작가의 오프닝 퍼포먼스 ‘파종’이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파랑 의상을 입은 임은수가 두 손에 파랑 비단 천을 흔든다. 펄럭이는 파랑 천과 함께 파랑색 꽃잎들이 휘날렸다. 파랑 비단천은 마치 끝없는 수평선처럼 길게 늘어난다. 그리고 그녀의 반대편에 어르신께서 비단천을 두 손으로 잡고 작가와 함께 흔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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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바다의 물결을 연상케 한다. 그녀들은 그 기다란 비단천을 파도가 치는 것처럼 흔들면서 점차 가까워지면서 결국 만난다. 그녀들은 두 손을 맞잡고 서로 인사를 한다. 그 어르신은 임은수 작가를 파종시키신 그녀의 어머니이시다.

“왜 지금까지 위대한 여성미술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는가?(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s?)”

흥미롭게도 포항시립미술관의 <우리시대 여성작가들>과 청주시립미술관의 <부드러운 권력>은 보도자료를 통해 1971년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의 논문(‘제목’)을 전시기획의 시발점으로 삼은 것으로 밝혔다.

따라서 포미와 청미의 기획전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포미는 위대한 여성미술가들로 김은주, 문혜경, 서옥순, 이정옥, 정은주, 차계남을 내걸었고, 청미는 김주연, 김희라, 박영숙, 윤지선, 임은수, 정정엽, 조영주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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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의 <금하는 것을 금하라>에 초대된 박영숙, 손정은, 윤정미, 장지아, 정은영, 주황, 흑표범 역시 위대한 여성미술가들에 포함시킬 수 있겠다.

덧붙여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여성미술가들’도 적잖다. 내가 최근 이곳에 포스팅한 작가들로만 국한시킨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금 기억나는 작가들 이름만 나열해 본다면)

고사리, 강영순, 김령문, 김민애, 김세진, 김은진, 김진희, 남영희, 류제비, 린케이, 문주영, 박지나, 송유림, 송은영, 신미정, 이순종, 이유미, 이유진, 이효연, 정정희, 최고은, 표영실, 황연주 등 열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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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맘먹고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성미술가들’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난 “왜 지금까지 위대한 여성미술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질문)하겠다.

왜 우리나라에 위대한 여성미술가들이 졸라 많은가?

자,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원점? 청미의 <부드러운 권력> 말이다. 난 지나가면서 이번 청미 기획전에 초대된 작가들 명단을 표기해 놓았다. 그들은 다양한 지역출신의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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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기로 박영숙과 윤지선 그리고 조영주는 서울출신이다. 반면에 김주연은 전남 광주이고, 정정엽은 전남 강진출신이다. 물론 그들 중 충청지역 출신도 있다. 김희라는 대전이고, 임은수는 청주출신이다.

수아미가 수원 출신을 한 명도 선정하지 못했던/않았던 반면에, 포미는 영남지역출신 작가들만 선정했다. 청미는 충청지역과 함께 타지역출신의 작가들도 초대했다.

흥미롭게도 포미가 영남지역 출신 작가들만 선정한 반면, 청미는 영남출신 작가만 제외했다. 우연인지 아니면 이미 서로의 기획전에 대한 정보가 있어서인지 포미와 청미의 작가들은 겹치지 않는다. 그러나 수아미와 청미에서 유일하게 박영숙이 겹친다.

청미의 이윤희 학예팀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드러운 권력전>에 관해 다음과 같은 진술을 했다.

“민중미술의 한 양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던 여성주의 미술은 태생적으로 성차별의 문제와 더불어 계급의 문제 등을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성을 바라보는 기존의 틀을 불안정하게 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며 오히려 기존의 방식으로 바라본 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가진 모순점을 열어 보이기 위한 작품의 내용을 구성하기도 한다. ‘부드러운 권력전’은 이러한 내용을 가진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이 전하는 새롭고 유쾌하고 부드러운 힘을 보여주고자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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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청미의 기획전 <부드러운 권력>은 1980년대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 ‘이후’의 여성미술가의 작품에 주목한 셈이다.

그런데 청미는 <부드러운 권력>에 초대한 작가들을 40대 초반에서 70대에 이르는 작가들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그들 중 “우리나라 페미니즘 미술 초기부터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활동했던 작가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페미니즘의 개념 아래 한 번도 묶이지 않았던 작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만약 내가 청미의 진술을 고려한다면, 전자의 작가는 박영숙과 정정엽이 될 것 같다. 따라서 후자의 작가는 그녀들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작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청미의 <부드러운 권력>에 전시된 작품들 중에 성차별의 문제와 더불어 계급의 문제 등을 함께 다루는 민중미술의 한 양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던 여성주의 미술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미의 <부드러운 권력>에 초대된 7인방의 작품들은 이 팀장의 말대로 ‘새롭고 유쾌하고 부드러운 힘’을 보여준다. 그렇다! 그녀들의 작품들은 한 마디로 ‘유쾌·상쾌·통쾌’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청주시립미술관의 <부드러운 권력>은 지난 5월 6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걱정 안한다.

왜냐하면 내가 4차례에 걸쳐 포스팅 했던 여성미술전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개별적 전시들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 그녀들의 신작전들을 미리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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