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40. 흔들릴 때마다 한 잔 | 중년을 위한 에세이

in #kr-boo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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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827116

저도 이제 불혹입니다. 만나이 40.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합니다. 내가 벌써 40이라니... 40부터는 중년입니다. 아~~ 벌써 저도 중년이군요. 26개월이 언제 가냐고 암울하게 보낸 군 생활, 이때 놀지 언제 노냐며 화려하게 놀아버린 20대를 지나, 도저히 기억이 떠오르질 않는 30대 초중반을 암울하게 보냈고, 정신 차리고 보니 38. 그리고 이제 40입니다. 38이라는 늦은 나이에 아빠가 됐고 27개월 둘째가 있습니다. 아내까지 4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돼버렸습니다. 꿈은 접어두고 생계를 위해 살아야 하는 나이입니다.

나이 40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불혹이라고 합니다. 유혹되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저는 매일 유혹에 빠집니다. 늦은 퇴근시간으로 인한 체력 저하는 둘째 치고라도, 평일엔 도저히 육아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고 슬픕니다. 연봉이 적더라도 6시면 퇴근하는 회사로 옮기고 싶다는 유혹에 매일 시달립니다. 그렇다고 흔들릴 때마다 한 잔 하기엔 너무 갈 길이 멉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중년의 모습이 아닐까요. 생계를 위해 꿈을 접어야 하는 중년.

대한민국의 노동 강도는 세계 최고다. 직장인들의 연평군 근로시간은 2011년 2090시간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다시 올라 2013년에 2163시간을 기록했다.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회원국 가운데 평균 근로시간인 1770시간은 커녕 2천 시간 벽을 허물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이 책을 접하며 가장 눈에 띈 게 바로 '월화수목금금금'입니다. 직장인의 비애죠. 저출산이 아무리 문제라고 떠들어봐야 퇴근시간 당기지 못하면 출산율 못 올립니다. 절대 올리지 못 합니다. 저출산을 극복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는 아예 야근을 못하도록 법을 고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일본보다 더 출산율이 낮은 우리나라는 쓸모없는 정책만 내놓고는 출산율 안 오른다고 이상해합니다. 머리에 똥이 들은 것이죠. 저출산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양육 시간 부족, 양육비 부족. 그런데 정부는 양육비 부족에만 몰두합니다. 부부가 함께 양육하기 위해선 남편을 일찍 퇴근시켜야 한다는 건 선진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의 아빠들은 저녁 5시면 퇴근해서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여가를 보낸다고 합니다. 한국의 윗대가리들은 머리에 똥만 들은 게 아니라 벌레까지 들었나 봅니다.

갑(甲)으로 태어나 자랐지만 결혼하면서 을(乙)이 되었고, 아이가 태어나자 병(丙)으로 내쳐지더니, 급기야 개한테 밀려 정(丁)으로 추락했다면, 어느 그룹 임원의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가 어디 그만의 사연일까.

정말 웃을 일이 아닙니다. 한국의 모든 중년 남자들 파이팅 해야 합니다. 저는 아직 아이가 어려서 병(丙)이지만 정(丁)이 된 아빠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예전 직장 부장님이 그러더군요. '바쁘지 않으면 어서들 퇴근해. 나는 일찍 가봐야 집에 아무도 없고 저녁도 혼자 차려먹어야 해. 나는 야근할 테니까 너희들은 친구도 만나고 연애도 하고 그래.' 모든 부장님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제가 중소기업에서만 일해봐서 그런지 자식들이 고등학생 이상인 부장님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하더군요. 할 일이 없으면 야구라도 보려고 저녁을 먹고 야근을 하는 부장님들이 엄청 많습니다. 바둑이나 두고 고스톱이나 치면서 시간 때우다가 퇴근하는 모습이 설마 내 미래의 모습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저녁 안 먹고 퇴근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부장님을 누가 저렇게 만든 걸까요. 젊었을 때 늘 저녁 먹고 퇴근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그러니 젊을 때 잘 해야 합니다. 그래야 늙어서 대접받지요. 하하하.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잡스가 어려서부터 코딩, 즉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했다는 행적은 듣도 보도 못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어린 시절 밥 먹듯이 책을 읽으며 인문학적인 교양을 쌓았고 코딩은 열세 살 이후로 시작했다지 않는가.

정부가 연신 헛다리를 짚는 사이 '대한민국은 낙타가 있는 나라보다 메르스 환자가 더 많은 유일한 나라의 반열에 올랐다. 그 와중에 대통령은 또다시 유체이탈 화법을 들려주고.
... 중략 ...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신음해야 하나.

산다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이민 가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칩니다. 그깟 52시간 하겠다고 했다가 양보하고,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내겠다고 해놓고는 말을 바꿨습니다. 52시간 때문에 회사 망한다고 천왕폐하 만세 신문은 연일 기사를 써댑니다. 최저임금 때문에 사업하는 사람들 망한다고 역시나 대일본제국 신문들이 기사를 써댑니다. 그냥 니네나라 가서 기사 쓰라고 하고 싶네요. 시대가 어떤 시댄데 계엄군 투입 준비까지 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생명보다 더 귀한 자식 죽은 부모들을 감시나 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여왕폐하님께서 탄핵 안 당하시고 계엄 선포한 다음 '대한민국과 일본을 합치기로 했습니다.'라고 발표하면 만세를 부를 사람들이 살아 있는 한 이 나라는 바뀌기 힘든가 봅니다. 이런 나라에서 중년으로 살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다 읽고 보니 딱히 주제가 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글쓰기를 했더군요. '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직장생활, 자녀들 이야기 그리고 시사까지 다양한 글쓰기를 한 작가의 글솜씨가 부럽습니다. 이 혼돈의 시대에 정신 차리고 살아가기 위해 저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흔들릴 때마다 타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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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건만 된다면 이민가고 싶습니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참 슬픈일입니다.

혼자라면 진작에 이민갔을 것 같아요. 참 살기 힘든 나랍니다.

불혹하고도 저는 한살 더 먹었습니다.시간이 정말 빠르더라구요..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기보다 그냥 저냥 살아 가고 있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니... ㅠㅠ

황당할것도... 웃길것도 없습니다! 곧 익숙해 지십니다~ ㅠ

52시간 때문에 회사 망한다고 천왕폐하 만세 신문은 연일 기사를 써댑니다

얼마전 전경련에서 뭔 행사가 있어던 모양입니다... 유명한 외국 교수분이었던것 같은데...
52시간 근무로 바뀐다고 하니 놀라면서 그렇게 근무를 오래하냐고? ㅎㅎ 다른나라는 벌써 다 망했어야죠^^

진작에 다 망했어야 할 나라들이 우리보다 더 잘살고 있지요. 52시간도 많아요.

늦게까지 일하는 게 힘들죠 ㅠ 정말 고민 많이 되시겠어요 조금 돈 덜받더라도 퇴근이 빠른 곳으로 가려니 돈 때문에...그래도 한번 사는 인생 돈에 얽매이기 보다는 재밌게 사셨으면 좋겠네요 ㅎㅎ

돈에 얽매이지 않고 살고 싶은 마음은 모든 직장인들의 바람일 것 같아요. 하~~~ 어렵다. ^^

글쓰기 응원합니다^^저도 부끄럽지만 쓰다보니 재밌을때가 많아요~

응원 고마워요. ^^ 와우~~~

과도기에 살아가는 허리들입니다~

후손들에게 부끄럽지나 말아야 할 텐데요. ㅠㅠ

ghdcks10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glory7님의 무상임대 기간 종료 + 북스팀 큐레이션 지원 계획

무 멋지십니다 글로리님 !!! naha님 얼른오셔서 좋은 소식 가져가세요~!!!! ㅎㅎ
스팀잇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계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너무너무 좋네요.
북스팀큐레이팅은 제가 큐레이팅을 할 수 있는 짬은 아니라 ㅠ ㅎㅎ...

너무나 공감되네요.
저도 돈 있으면 이민간다는 말을 가끔 합니다.
어른도 어른이지만 애들도 참 팍팍할 거 같네요.

저는 언어만 통한다면 이민가고 싶은... ^^

불혹인것이 부럽습니다...ㅋㅋ

앗...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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