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0의 일기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3주가 너무 빨리 지나갔다. 지난 3주간 나는 다른 사람들이 1년동안 이동할 거리를 여행했다. 마닐라-부산-합천-안성-서울-부산-양산-부산-경주-부산... 그리고 내일 밤이면 마닐라로 복귀한다. 시댁에 간 나흘간은 나의 못됨으로 인해 위염으로 고생했고, 부산에서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말로 할 수 없을만큼 행복했다.

내 포스팅을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부모님과 그닥 가깝지가 않다. 이제와서 또 무슨 감성팔이겠냐만, 부모님께 받은 사랑이 거의 없는만큼, 나는 내 위로 네살, 일곱살 언니들에게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결핍과 불우함으로 점철되었던 내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를, 그나마 잘 이겨낸 언니들의 사랑으로 빗나가지 않고 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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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모님들을 사랑한다. 그분들은 그분들의 삶을 살기위해 고군분투 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켰으니, 그분들은 그분들의 책임을 다 하신거다. 나도 이제 자식을 키우고 남편과 살며 그분들이 겪었을 그 모든 것을 겪고 있지 않나. 이제는 그분들을 이해하고, 얼마 남지 않은 그분들의 인생에, 잘 살고 있는 막내딸로서의 역할을 해야 마땅할, 그런 나이이고 그런 위치에 있다... 경주의 한 왕릉 앞에서 내 사랑하는 언니들이 나에게 해 준 말의 일부이다. 나는 이제와서, 이 모든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마... 약속했다. 더이상 그분들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적어도, 그분들은 나를 사랑했으니까.......

이번 여행은, 괜히 슬프다. 나이드신 어른들을 보는게 너무 가슴아프다. 내 아이들을, 이제는 품에 안기 힘들만큼 큰 아이들을, 그 늙은 품으로 끌어안는, 어른들을 보는 것이 서글프다.

나만 오면 모임을 주선하는 쌍둥이 엄마, 내친구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동아리 동기모임은 이 아이 때문에 모든 기수들 중 독보적으로 활성화 되었다. 나말고 호주로 간 친구도 영상통화를 한다. 정말 고맙다. 잊지않고 나를 기억해줘서. 부산와서 두번이나 만나고, 나는 두번이나 만취해서 동아리방에서 노래를 불렀다. 행복했다.

정말 많은 맛집들을 돌아다녔다. 그 흔한 tasteem 한 번 못했다ㅜ 항상 허겁지겁 다 먹고 나면 생각나는 ㅜ 아깝다 아까워 그 맛있는 음식들 사진을 하나도 못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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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oyant 님 네잎 클로버 이벤트에 당첨되서 오늘 예쁘기 그지없는 클로버를 두개나 받았다. 고이고이 싸서 보내온 상자를 개봉하는 내내, 울언니는 뭔데 뭔데...?를 외치다가, 고운 빛깔의 네 잎 클로버가 나오자 마자 눈시울을 붉힌다. 이게 뭐니... 이런 사람이, 너 왔다고 이걸 보내주니? 누구니 대체... 나도 갑자기 울컥한다... 이게 뭐라고... 타지에서 사는동안 감성만 자라고 터졌나보다. 울언니가 빛의 속도로 그중 하나를 가지고 자기 지갑에 넣는다. 그래서 사진이 하나뿐이다. 하필... 가기 전날 바쁜데 이걸 받았다. 주소를 보니 울언니 집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거리다. 주소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제라도 연락해서 만나고 싶은데... 용기가 안난다. 그저... 내 가까운 곳에, 이다지도 따듯한 분이 계시다는 것만 느끼자... 정말 감사합니다 levoyant 님!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아... 가기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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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늘~ 감사드려요

네잎 클로버 멋지네요 담긴 마음도 멋지고 ^^
1998년 6월 23일의 뒷모습은 누구인가요? ㅎ

아하하~ 2018년이에요. 딸아이가 필름(?) 버젼으로 나오는 앱으로 찍었구요 ㅎㅎ 우리 둘째의 뒷태입니다 ㅎㅎ

우어 진짜 많이 돌아다니셨네요.ㅎㅎ 피곤하셔도 많이 행복하셨을 듯.ㅎ
귀국하시면 한동안 여독을 푸셔야겠는데요?ㅎㅎㅎ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보고싶었던 사람들 보고 행복한 선물까지.
기억에 오래 남는 3주가 되실 거 같아요~~
조심히 귀국하세요 북키퍼님~~ 남은 하루 잘 보내시구 ^^

진짜 많이 돌아다녔는데 힘들지 않았어요. 기쁘게 행복하게... 정말 많이 행복했어요

누님, 다음 번에 한국 오시면 꼭 얼굴 한 번 뵙고 싶습니다! 한국 일정이 매우 빡빡하신 것을 알기에 지금 미리 만남 희망 의사를 밝힙니다!! ㅋㅋㅋ ^@^

다음에 오면 만나기보다 가든님이 마닐라로 오시는게 빠를듯여 ㅎㅎ

형제간의 우애가 좋으셨으니, 그런 유년시절의 아픔도 꺼내어 얘기할 수 있으셨던 거군요~
저도 한번은 한국에 갔는데, 한번의 수술만에 수척해진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털컥 내려앉았던 기억이 나네요~ 다시 또 방문한 때 어떤 모습이실지 벌써부터 두근거립니다~
마무리 잘 하시고~ 잘 귀국하시길~

곧 가서 뵐께요 ㅎㅎ

네잎클로버와 글이 잘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ㅎㅎ

글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울컥해버렸네요. 왜 만취하셔서 노래를 부르셨다는데서 참았던 눈물이 고이는지...ㅠㅠㅎㅎㅎ
돌아오시면 할 일이 계시잖아요!힘내세요 ㅎㅎㅎ

ㅋㅋ 원래 써클실은 만취해서 가서 노래 부르는 곳이지요ㅎㅎ 아마 재학생들은 너무 싫었을듯ㅎ 늙은것들이ㅜ밤마다 찾아와서

우와...이동거리보고 ㅋㅋ제가 다 피곤한데요? 대단하심! 그리고 모임분들 진짜 최고네여 ㅋㅋ 아기있으면 모이기 쉽지 않은데 다들 북키퍼님을 많이 아끼는듯!^^

우리 동기 중, 연탄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있어요 ㅎㅎ 이 아이가 그렇게 동기들을 챙기고 잘 모여요. 우리 기수가 독보적으로 많이 만나고 친하고 해요 ㅎㅎ

클로버 보니까 예쁜 사람들 참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이는 사람을 누그러뜨리는 필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힘드셨겠지만 보람있는 여행이었겠네요..ㅎㅎ

맞아요~ 예쁜 사람 너무 많아요 ㅎㅎ 역시, 표현이 멋져요. 사람을 누그러 뜨리는 필살기=나이. ㅎㅎ

감동적이고 즐거운 여행에...
더 많은 감사가 있어서 읽은 저도 행복했습니다.^^

감사해요~ 가서 또 뵈어요 우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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