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일지] 11282018

in #kr-diary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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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가는 스튜디오. 거창한 준비도 아니고 별 건 없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스튜디오까지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의 과정의 멘탈 관리는 중요하기에 매번 기분 좋은 정도의 긴장감은 유지하는 편이다.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제어하진 못하겠지만, 매일 생활 속 각자의 루틴이 조금씩은 존재하듯이 흐트러지면 그날 하루를 완성하는 데 있어서 방해 요소가 되는 몇 가지 루틴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는 물인데, 늘 가방 또는 손에 들고 다니는 필수 아이템이 바로 물통이다. 아주 뜨거운 차는 피하고 있고, 카페에 갈 일이 없다면 커피도 자제하는 편. 프랑스에선 대부분 물이 필터를 거치지 않은 석회물 (Tab water 또는 Carafe d’eau) 이라 웬만하면 사 먹거나 정수해서 마신다.

    두 번째로는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있고 아직도 자신과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부분인데, Stress-free 스트레스 프리 상태인 몸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는 집중력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도 없고 사실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내 스트레스 지수는 얼마인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바로 무대에 설 수 있을 만큼의 상태로 몸의 텐션이 올라가기 때문.

    다른 멤버들과의 지도, 즉흥 연주, 밸런스 등이 복합적으로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시간 반에서 두시간의 시간 동안의 모든 움직임과 연주를 모두 낱낱히 머리에 입력해야 한다. 실제 한달 전의 수업때 교수님이 몇시 몇분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실제 시간은 길지 않더라도 스튜디오에 다녀오는 날이면 몸져 누울 정도로 정신이 피로해진다. 일주일 내내 매일같이 연락하는 친구들도 이날만큼은 내게서 답장을 재촉하지 않는데, 실제로 핸드폰을 들여다볼 정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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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 때와는 달리 심화 과정에서는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뭘 공부해야 하는지 교수님이 일일이 알려주지 않기에 각자 알아서 기록하고 노트를 만들어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프로페셔널로 뛰는 연주자 과정이기 때문에 본인의 단점을 드러내고 배우는 데 있어서 주저하지도 않고. 수업 자체에 동기부여는 확실한 편인 듯 하다. 문제는 대부분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장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나, 형편이 넉넉지 않은 유학생들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연주만으로 100% 생활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

    실제 생업 때문에 수업을 격주로밖에 나올 수 없는 연주자도 있고, 음악과 관련 없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공부하는 이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도 꿋꿋이 재즈를 공부하고, 역사를 듣고, 연주하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노래를 한다는 것… 그저 기부니즘 때문에 음악을 억지로 한다는 생각으로는 절대 버틸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학위 취득만을 위해 넘어오거나 본인이 상상한 화려한 유럽 생활을 ‘경험’ 해본다는 마음으로 건너오는 연주자들이 중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으로는 거의 모든 연습, 연주, 리허설을 녹음해두는 편인데 그 파일을 스튜디오로 향하는 길에 계속해서 듣는다. 아직 덜 깬 뇌를 각성시키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전에 했던 실수들, 호흡, 발성을 오늘은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한 가장 효과적. 같이 출근하는 친구들과 대화 한 톨 없이 삭막하게 가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지하철을 탈 때부터 도착해서 아틀리에에 도착 할 때까지 집중력을 올려놓기엔 이만한 방법이 없다.

    이 ‘집중’ 모드를 종일 유지할 순 없으니 약간 누스르는(?) 순간에 하는 일들도 나중에 기록해볼 예정이다. 내가 쉬는 시간동안 얼마나 쓸데없지만, 꼭 필요 있기도 한 일들을 하는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쉬고 또다시 집중모드를 켤 수 있는 지도 연구를 해야지. 뇌가 쉬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신을 잠깐 놓으면 하루를 통째로 쉬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가장 오래 해온 일이기도 하지만, 가장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또 가장 익숙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누구인지 상기시켜주는 일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오늘도 감사. 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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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상은 일반인과는 좀 다른것 같네요
laylador님의 일상을 같이 치험한 기분이네요

안녕하세요. 모든 분야가 각자 고유한 모습을 가지고 있겠죠 🙂 제 일상을 같이 느껴주셨다니 감사하네요 ㅎㅎ

엄청 치열한 세상이네요. 저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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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죠. 그래서 쉬고 싶은날은 아예 통째로 쉬어버리기도 합니다. ㅎㅎ 계속 일정 긴장을 유지하는것이 가끔은 버거울때가 있더라구요.

넘 멋진거아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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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갈고 닦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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