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3(토)] 새벽 맨공 후기....

in #kr-life6 years ago

☆ 326일차.... ♬♪♩~^^

새벽 맨공 132분(05:29~07:41)

주말 새벽이다. 하늘의 구름 조각이 예쁘다. 어두워 카메라로 담을 수 없어 아쉽다. 눈으로 직접 바라보며 마음속에 곱게 담아둔다. 어제 새벽과는 기온이 다르다. 풀벌레 소리도 간간이 들려오고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느낌도 확연히 다르다. 매일 기온이 오르내리는 폭도 다르다.

우리는 늘 변화의 중심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예뻤던 구름이 지금은 검고 거대한 고래가 되어 동녘 하늘을 삼키려 하고 있다. 맨발로 흙길 위를 걷고 있는 지금 어제 새벽보다는 분명 편안한 느낌이지만 곳에 따라 부드럽기도 하고 발바닥을 아프게 찌르기도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변화를 느낀다.

오늘 새벽 생각 줄기의 뿌리는 '변화'이다.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가 늘 일어나고 있다. 세상도 나도 마찬가지다. 작은 변화들은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저항하며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쉽게 변화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일어나면 생존을 위해 변화의 물결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 계속 저항만 하다가 에너지가 소진되면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변화에 적응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변화를 이겨낸다는 말과 같은가. 갑자기 생각이 꼬이기 시작하고 있다. 흐름을 따라 받아쓰기를 하려 하지 않고 논리를 따지고 있다. 이렇게 쓰면 논리적으로 말이 앞뒤가 맞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힘이 잔뜩 들어가고 있다. 그러니 글이 편안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생각 줄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놓쳐버린 생각 줄기를 애써 다시 붙잡으려 한다고 붙잡힐 생각 줄기가 아니다. 애를 쓰면 쓸수록 어디론가 꼭꼭 숨어버릴 뿐이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걷기만 해라. 달리 방법이 없다. 시간이 제법 흘렀는지 공원이 환하게 밝아지고 있다. 산자락에서 비비새 가족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지 분주하다.

생각 줄기도 자취를 감추었으니 시나 한 수 암송해보자. 오늘의 시는 정이랑 시인의 '닭'이란 제목의 시다. 3연으로 되어 있고 각 연마다 4행으로 총 12행이다. 만만찮은 길이지만 도전해보기로 한다.

'양지 바른 곳에 모여 있다'

1연의 1행이다. 어릴 적 집에서 기르던 닭의 모습이 떠오른다. 닭의 일반적인 습성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이 정도는 쉽게 외울 수 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는 여유를 가지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그 다음 행으로 넘어간다.

'반쯤 눈 감고 있는 것은,'

역시나 닭의 일반적인 습성 중 하나이니 쉽게 그려지는 모습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쉼표를 떡하니 찍어놓았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뭔가 가볍지 않은 내용이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다음 행으로 가보자.

'맨 처음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날아보려고 한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다'

역시나 바로 앞 행에서 마지막에 쉼표를 찍어놓은 이유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쉽게 넘어갈 내용이 아니다. 자신의 근원을, 자신이 누구인지 자아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근원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정신을 차려야겠다.

일단 1연을 완성해보자.

양지 바른 곳에 모여 있다
반쯤 눈 감은 것은,
맨 처음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날아보려고 한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은 것이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반드시 진지하게 묻고 답해보아야 하는 물음이다. 또한 날개가 있으니 날아보려고 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알아보고 싶은 것이다.

2연으로 가보자.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꾸우욱 꾸욱,
목청에서 밀어올리는 소리,'

또다시 닭의 일반적인 모습을 먼저 묘사하기 시작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꾸우욱 꾸욱' 소리 내는 닭을 본 적이 있다. 시인이 어떤 화두를 던지려는 것인지 계속 이어가보기로 한다.

'사람들에게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닭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양태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시인만의 깊은 사색에서 얻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 미물이라 여기는 닭조차도 이런 심오한 성찰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2연을 묶어보자.

꾸우욱 꾸욱,
목청에서 밀어올리는 소리,
사람들에게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완전히 암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마지막 연으로 달려가본다.

'붉은 벼슬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자신이 당당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해주고 있다.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인식하라는 말이다. 마지막 2행을 보자.

'나를 향해 부리를 겨누는 것은
아프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마지막 2행에서 말하는 '나'는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닭' 자신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시인을, 그것도 아니면 이 시를 읽는 독자를 의미하는 것인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은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을 허투루 살지 말라는 의미가 아닐까. 매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고 채찍질하며 바른 삶을,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위한 홍익하는 삶을 살아가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며 마지막 3연을 다시 떠올려본다.

붉은 벼슬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고,
나를 향해 부리를 겨누는 것은
아프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되어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홍익하는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시를 다시 한 번 되뇌어보기로 한다.

  • 정 이 랑 -

양지 바른 곳에 모여 있다
반쯤 눈 감은 것은,
맨 처음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날아보려고 한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다

꾸우욱 꾸욱,
목청 밀어올리는 소리,
사람들에게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붉은 벼슬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고,
나를 향해 부리를 겨누는 것은
아프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주말의 여유로운 시간 덕분에 오늘도 시 한 편을 암송했다. 조사 한두 곳이 틀리긴 했지만 이만하면 멋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변화'에 관한 생각 줄기를 놓치는 바람에 얻은 큰 선물이다.

변화는 늘 일어난다. 변화를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고 내가 그 변화의 선봉에 서는 것이 결국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고 변화를 이기는 것이다. 수동적인 변화는 진정한 변화가 아니다. 능동적으로 내가 먼저 변화하는 것이 진정한 변화다. 이것이 정답이며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주말 새벽 일찍 일어나 여유로운 시간 누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화에 관한 생각 줄기가 돋아나 글을 이어가다가 줄기가 사라졌지만 마지막에 다시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쪽 길이 막히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는 진리를 체험했습니다. 생각 줄기가 끊어진 덕분에 시를 암송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흐름을 따르는 것의 중요성도 오늘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변화에 관한 생각 줄기를 다시 붙잡으려 애쓰지 않고 흐름을 따른 덕분에 뜻밖의 선물을 얻게 되어 감사합니다.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맨발 걷기와 글쓰기 그리고 맨발 달리기까지 덤으로 시 한 편을 암송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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