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E, Intro] 의공학 연구를 하면서 느꼈던 점들 #1

in #kr-med6 years ago (edited)


그림의 출처는 Pixabay이고, CC0 Creative Commons가 걸려있습니다.


안녕하세요 @doctorbme 입니다. 매번 논문 소개를 하다가, 이번에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의공학 연구를 하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조금 풀어놓아볼까 합니다. 사실 마음으로는 이게 더 무거울수도 있겠군요 (...) 제가 의공학 분야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라서, 제 연구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1. 생각보다 두마리 토끼를 잡기 쉽지 않다.

의공학의 경우 의학과 공학의 융합적인 성격이 큽니다. 그래서 의학, 특히 임상의학에서 어떠한 필요(needs)가 있으면 이를 공학적 방법론으로 구현하여, 다시 의학이나 의료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니 의학에서 생각하는 개념이나 사고방식과, 공학에서 추구하는 방법론에 대해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래와 같은 대화가 발생합니다. (약간의 과장이 있습니다.)

  • 시나리오 A
    의사: 뇌의 일부분을 인공 신경망으로 대체해서 치매 환자에게 도움을 주면 어떨까요?
    공학자: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 시나리오 B
    공학자: 환자가 집에서부터 외래를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외골격 로봇을 만들겠습니다.
    의사: 그냥 차타고 오면 될거 같은데요?

임상적 필요 혹은 아이디어에 대해 현재의 공학적 방법 구현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공학적 (복잡한) 방법론이 실제 임상에서는 굳이 필요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임상적 필요에 적절한 공학적 방법론이 결부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약물간 상호작용(drug-drug interaction)과 관련하여 처방 시에 경고를 주는 것은, 실제로 사용된 기술은 간단하지만, 유의미한 효과가 있습니다. (더불어 어떻게하면 이러한 기술이 잘 융화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의공학을 중개연구 혹은 중개의학의 한갈래로 보기도 합니다.


2. 참여하는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자. Do No Harm

어떠한 임상시험의 경우에는, 환자의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침습적인(invasive) 프로토콜을 수행할 때가 있습니다. 주사를 맞거나, 일정 시간 피를 뽑거나, 심지어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 머리뼈를 열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우선적으로 고찰해야하는 것은, 과연 이러한 프로토콜이 구현하고자 하는 공학적 방법론과 의학적 목표 아래 필수적인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주 예전 사건이지만 터스키기 매독 실험의 경우, 매독의 진행 경과를 알기위해, 피험자들을 방치해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켰고, 결국 벨몬트 보고서 : 인간 피험자 보호를 위한 윤리 원칙과 지침 작성의 계기가 됩니다.


출처: https://cia-mind-control-experiments.wikispaces.com/Effects+on+Current+Research
저작권: CC - BY -SA 3.0

특히 취약한 피험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3. 닭 잡는데에 소 잡는 칼을 쓰지 말것

앞서 1,2번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최근 딥러닝(deeplearning) 등의 최신 머신러닝 혹은 AI 기법들이 대두되고 있는데, 사실 추구해야할 목표는, 최신 기법의 의학적 적용 자체가 아니라, 의학적 혹은 임상적 문제를 얼마나 제대로/효율적으로/효과적으로 풀 수 있을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특히나 어떠한 기법의 경우, 영역 지식(domain knowledge)의 문제에 있어서, 그 기법을 적용하면 제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딥러닝의 경우에는 (간단히게 뭉뚱그려 지칭합니다)사실 상당히 많은 수의 데이터들이 필요하고 학습 시간도 오래걸리며 해석하기도 어렵지만, 예를 들어 의사결정나무의 경우에는 (그리고 랜덤포레스트 등의 경우에는) 적은 데이터수를 극복하며 꽤 괜찮은 결과와 해석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출처: 랜덤포레스트 - 위키코리아
저작권: CC BY-SA 4.0

의학/의료에서는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 자체만 해도 자원의 소모이자 복잡한 프로토콜을 거치는 경우가 있어서, 대안적 방법 혹은 가성비가 좋은 방법을 구성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4. 적절한 협력 동료를 찾을 것. 다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개념을 습득할 것.

현대의 연구는 혼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 의공학의 경우, 다양한 분야 혹은 분과 학문들이 모여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만큼,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이 협력합니다.

1번의 맥락과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토론 혹은 소통을 통해 연구의 길을 다듬어야하는데, 상대방이 어떠한 개념을 이야기 할 때 잘 모르고 넘어가다보면, 결국 서로 다른 이해도를 가지고 방향의 통일을 이루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합니다. 결국 서로 다른 분야의 이야기에 대해 해석을 잘 해야하는데, 이는 관심있는/추구하고자 하는 분야의 개념을 틈틈히 익히고 배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는 연구자들 간의 소통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 혹은 펀딩을 주는 주체를 설득하거나 사람들에게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에도 중요할 것입니다.

의공학에서는 특히, 의학과 공학 모두를 포괄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종 노력이 배로 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5. 최신 지견 중 일부는 preprint server 를 활용

저도 종종 들러보는 arXivbioRxiv는 학회 혹은 저널 제출전 논문들이 올라옵니다. 피어 리뷰가 없다는 단점 (그래서 필터링해서 봐야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애초에 각자 연구 그룹의 credit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올려놓을 뿐더러, 지식의 공유 입장에서는 최신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합니다. 최근 어떤 논문들은 arXiv의 페이퍼를 참고문헌으로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학회나 저널에 올려진 - 그리고 인용이 많이 된 페이퍼들의 경우는 안전합니다만, 그 결과가 대체로 6개월 - 1년 6개월 정도 전의 결과임을 감안해야할 것입니다.


출처: GigaScience principles for reproducible research
저작권: CC BY-SA 4.0


오늘은 조금 가볍게 적어보았습니다.
다음번에는 다시 논문에 대한 간략한 소개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명배경.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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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늘 글도 잘 읽었습니다. 대문 그림이 인상적이에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연구자들 역시 점점 배워야할 지식들이 많아지게되고 결국 다양한 인력들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해야하는 것같습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이 점차 사회는 개인주의화되어져 가는데 정작 필요한 인력들(비단 연구뿐만이 아니라)은 모두 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이군요. :) 이런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해야겟네요.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Scientific Communication 관련해서는 이 책 추천드립니다. 결국 각 연구 개발 분야가 깊고 복잡해져서, 핵심을 간파하지 못하면 서로 간의 소통이 참 어렵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니 한사람이 모두 다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연구나 개발에 있어서 권한 위임 혹은 일정부분의 연구/개발 부분의 위임이 일어나야합니다. 사실 이게다 소통 비용이기는 하죠.

@yourwisedentist님이 당신의 글을 번역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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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23KO → EN19.56 STEEM042088fbeeb00874188cab253fbbec0e2018-5-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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