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ntralized MAP LOCA] 1. 구글맵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네이버나 구글이 지도 서비스를 말끔히 접는다면?
세계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15년이라는데, 이 사랑스런 회사들이 혹여 사라진다면?
외계 침략으로 지도 데이터가 싹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린다면?





본 포스팅은 로플랫(loplat)의 CEO이며 이 계정의 주인인 @ceojohn이 아닌, 그 와 함께 일하고 있는 nayul(@munimuni)이 작성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ceojohn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남겨놓아달라 부탁하면 27년이 걸릴 것 같기도 하고, 안 그래도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 쏘 씨어리어스하고 쏘 디피컬트하게 표현될 수도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이 살짝 느껴졌기 때문에… 종국에 멋지고 무거워지더라도 일단은 제가 깃털처럼 가볍게 제가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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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도 서비스를 향한 감사


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지도앱이 무려 4개 깔려있다.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카카오네비, 구글맵. 아이폰을 쓰던 시절에는 애플맵까지 깔려있었다. (왜 이렇게나 여러 개를 깔아야 했는지 생각해보니 한숨이 좀 나오기도…)

검색이나 소셜미디어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 쓰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지도앱이다.
그렇잖은가?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어떤 장소에 대한 위치 관련 정보를 얻으려면 무조건 지도 앱을 켜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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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갈 곳이 어디인지 지리적 위치를 확인하고,
어떻게 갈 수 있는지 경로를 확인하고,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정보를 확인하고,
어떤 평판이 있는지 리뷰도 확인한다.

의무 교육 과정에 지도 보는 법 커리큘럼이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길치이며 방향치인 필자의 특성을 끈기있게 참아주는 지도앱이 안내하는 방법을 잘 따르면, 웬만하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지도와의 대화 중 서로를 똥멍청이라 여기며 불화를 겪을 때도 있지만...)

우리는 뛰어난 회사들이 수 년간 이룩해놓은 지도 사용 시스템에 푹 젖어 살고있다.
10년 전만 해도 지도책을 들고 여행을 다니며 말도 안되게 북극성을 찾아보려 하거나, 수줍게 길을 물어 그 곳에 가는 방법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대 토론회가 열리게 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찔할 지경이다.



2. 지도 서비스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상상해보았다.



(그럴 일이야 있겠느냐마는)

네이버나 구글이 지도 서비스를 말끔히 접는다면?

세계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15년이라는데, 이 사랑스런 회사들이 혹여 사라진다면?

외계 침략으로 지도 데이터가 싹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린다면?


  • 제 2의 네이버, 구글이 쓸만한 지도 서비스를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리며 패닉에 빠져 있어야 하는 것일까?

  • 이름도 몰랐던 다른 지도 서비스를 찾아내어 ‘너라도 있어 감사해’ 하며 묵묵히 사용해나가야 할까?

  • 쓸만한 지도가 손에 꼽을 정도인 세상을 보아 넘기고 있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국가가 나서주기를 바라야 할까?

지금 당장 어느 작은 회사가 엄청나게 쿨한 지도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다. 구글맵보다 잘 만들 수 있어? 얼마나 걸리는데? 10년? 100년?

지도를 서비스하는 회사들이 다수 운영되기 힘든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할 지도 모른다. 복잡한 기술력이나 서비스의 참신함이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허나 문제의 9할은 현실세계의 위치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으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지도를 제작하고 쓸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일은

엄청난 규모의 자본과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특히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지도를 만들어 수준있게 운영하려면, 그 회사는 고산자 김정호같은 분들 몇 명의 능력을 대체 얼마나 갈아넣어야 할까? 감도 안잡힌다.

그러니 지금 지도 서비스를 잘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은 정말이지 대단한 것이고, 소수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우리는 대체로 그들이 사라지는 것 따위 상상도 하지 않으며, 그들을 믿고, 그들이 만든 세상에 완벽히 의존한다.

'정말이지 진심으로, 당장은 외계 침략이 없기를 바란다.'



3. 지도 서비스는 무료가 아니고, 무료가 될 수 없다.


회사는 존속할 의무가 있고, 존속하려면 영리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표면적으로는 지도를 무료로 쓰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내심, 내가 써주니까 그 회사는 뭐 어찌저찌해서 돈을 벌 것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내 삶의 편리함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며 짐짓 너그럽게 그들의 영리행위를 보아 넘긴다.

위치정보는 돈이 된다.



무엇이 지금 어디에 어떤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
그 데이터에 대한 니즈는 언제나 존재하고 그 데이터를 많이 가진 회사는 돈을 많이 번다. 사람도 그 데이터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위치를 파악하고 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사람에게 24시간 들러붙어 있으니까.

문제는,
무엇이 지금 어디에 어떤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계속 변화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났다 죽고, 살아 있는 인간은 자꾸 움직이고, 상점들은 밥먹듯 개점과 폐점을 반복하고, 길이 생겼다 없어지고, 논 밭이었던 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산에 구멍이 뚫리고, 바다가 메꾸어지고, 강줄기가 바뀌고, 국경이 다시 그어지고,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덮치고, 섬이 가라앉는다.

지도에는 인간에 대한 단서가 녹아있고, 인류의 역사가 표기되며, 권력의 속성과 경제의 흐름이 반영된다. 지도는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완성되어 바뀌지 않는 지도를 우리는 사용하지 않는다. 공부할 뿐.

지도를 운영하는 회사는 하는 수 없이 다시 굴러떨어질 바위를 끝도 없이 밀어올리듯 지도를 업데이트 해야 한다. 이 작업은 정말이지 고난의 연속인데, 이에 대해서는 우리(로플랫)가 좀...아니 아주 많이 알고 있으니 나중에 상세히 이야기하기로 하자.

어찌됐든 동시에 전세상을 업데이트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 돈의 힘이 작용한다. 돈이 되는 장소와 사람들이 있고, 돈이 안되는 장소와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회사의 선택은?

지방 출신인 필자는, 서울 중심가에서 신기할 정도로 귀신같이 업데이트되는 아름다운 지도를 사용하다가 집에 내려갈 때마다 쓴맛을 다신다. 어디 놀러 가려고 로드뷰만 좀 봐도 버려진 지방을 발견할 수 있다. 맛집이라 소문난 곳의 로드뷰를 보면 5년 전 공터라든지, 3년 전 가게 간판이 있다든지 그런 것 말이다.

보다 더 작은 도시에,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대도시 지하상가나 멀티플렉스는 칸칸이 층층이 다 지도에 표시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월드와이드로 생각해보면 훨씬 심각하겠지만, 국내만 살펴보아도 차별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며 결과다.
그 회사들이 운영하는 그 회사들의 서비스이니까.
좀 아쉽긴 하지만 무어라 할 것도 없다.
우린 그저 돈이 되거나 돈이 되지 않는 사용자일 뿐이다.
그리고 오늘도 좀 더 편리한 지도 사용을 위해
그 회사들에게 알게 모르게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4. GPS, 그 아쉽게 훌륭한 기능


이렇다 저렇다 구시렁거리면서도 마약같은 지도 서비스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일까?
실시간으로 내 위치를 지도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지도책을 들고 가장 먼저 하는 일, 거리에 세워진 지도판을 보고 가장 먼저 하는 일,

"내가 지금 어디야?"

그게 스마트폰 지도앱에서는 너무나 나이쓰하게 터치 한 번으로 표현된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기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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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어디서나 충분한 개수의 GPS 위성이 수신됨을 나타내는 애니메이션(출처: El pak at en.wikipedia)

GPS는 오차범위 5미터 내로 내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정말이지 훌륭한 기술이며, 민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천만 다행인 기술이다.
이 기술이 지도를 사용하는 방법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우리는 더 이상 내 위치를 친구에게 알릴 때 어느 동네 어느 건물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에 있는지 서술할 필요가 없다. 지도에서 내 위치를 찾아 그 정보를 그대로 공유하면 된다. 네비게이션은 더 말 할 것도 없다. 운전의 경험을 완벽히 바꾸었다.

그런데 이 GPS라는 기술이 컨텍스트에 따라 심히 훌륭하기도 하지만 퍽 아쉽기도 하다. 좋게 말해 아쉬운 것이고, 평소의 내 말투로 하자면… 자제해야겠다.

아무튼, 지형지물의 밀도가 낮은 곳에서나 이동 속도가 빠른 때에는 5미터 오차쯤 큰 이슈가 아니겠지만, 위치 정보의 밀도가 엄청나서 몇 걸음 사이에 위치의 정의가 바뀌는 곳에서 맨몸으로 걷고 있을 때에 5미터는 엄청난 거리다. 게다가 2층 이상이 기본인 도시에서 살다 보니 내 머리 속에는 위치의 개념에 층 정보가 탑제되었는데 GPS는 내가 몇 층에 있는지를 모른다. 빌딩 많은 곳이나 고층, 지하에서는 평면적인 위치조차 뾰족하게 인식하는 꼴을 못봤고, 택시를 부르려고 집에서 내 위치를 찾으면 항상 옆 뒷건물 정도 되는 주민센터 화장실이라고 한단 말이다.

좋은 것 만들어서 잘 써먹더니 몇 년 사이에 그 새를 못 참고 투덜대고, ‘불편해! 난 더 많은 걸 원해! 뭐 더 좋은 것 없나?’ 하며 방법을 찾아다니는... 그것이 인간이다.



5.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로플랫은 GPS보다 훨씬 더 정확한 위치를 인식하고, 지도에 표현되는 위치 정보의 업데이트를 좀 더 스마트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험하고 실행하고 있다. 우리는 실내 위치측위 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3년여 시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위치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보았고, 정보를 모으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b2c 앱서비스도 만들어 운영중이다.

사실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길어지는데, 그것은 기술적 서술 담당에게 넘기기로 하겠다.

요는, 우리는 GPS보다 훨씬 쿨한 위치측정 기술을 가지고 있고 위치 정보를 모으고 다루어보았으며 우리의 기술을 가져다 훌륭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술을 사용해서

리니어블 사용자는 백화점에서 잃어버린 내 아이가 5층 신발가게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진에어 사용자는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하는 즉시 앱으로 e-ticket을 열 수 있으며,

쉐어엣은 사용자가 식사한 매장 이름을 정확히 인식해서 그 매장에게 결제하게 하고,

지하철 종결자는 예약해놓은 지하철 역에 도착하면 알람이 울리는 기능을 개발했다.



6. 해 보니 너무나 어려운 일, 쓰레기같은 세상


그런데, 이 기능이 정말 잘 작동하게 하려면
기존의 지도 정보와 우리가 수집한 위치정보가
딱 들어맞는 동시에
최대한 촘촘하게 위치 정보가 수집되어야 하고
이 모든 것이 아주 재빠르게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이걸 우리끼리 100% 완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특정 회사의 지도 정보가 적어도 지금은 정확하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사실 그렇지 않다. 앞에서도 말했듯 지도 운영 회사의 업데이트 업무 속도는 세상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그 지도의 위치정보와 우리가 수집한 실내/외 위치정보를 쓸만하게 매칭시키려면 현장수집과 더불어 복잡 다단한 검증의 검증의 검증을 반복해야 한다. 물론 우리 회사에는 엄청난 능력자와 천재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잘 해 나가고 있지만, 그들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찾아서 분류하고 매칭하고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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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은 인간의 영역이다.
인간은 컴퓨터처럼 사고하지 않는다.
같은 것에 대해서도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실수도 존재하고,
대충 이정도… 하는 개념도 허용되고,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지 하는 결론도 허용되고,
이거랑 그거랑 다르지만 사실은 같은 거야 하는 판단도 가능하다.

당장 인스타그램에 위치 관련 해시태그 하나를 달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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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위치에 대한 표현 방식이 수십개 존재한다.
이는 0과 1로 사고하는 디지털세계의 지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정보다.
쓰레기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만든 세상을 깨끗하게 정제해서 디지털화 해놓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려면, 모든 경우에 인간의 참여와 판단력과 합의와 동의와 결정이 필요하다. 로플랫도 구글도 네이버도 카카오도 못하는 일이다.
못하는 일이다...
못하는...


여기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김정호가 70억명이라면?

70억을 고용해서 먹여살릴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70억명이 지속적으로 실시간 위치정보를 업데이트 및 공유할 수 있고, 대단위 정보 사용자가 70억이 수집하고 갱신하는 데이터에 대한 대가를 직접 지불할 방법이 있다면... 이상적인 지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더 많은 인류가 평등한 품질의 위치 정보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 회사에게 이 어려운 ‘지도 서비스 하기’를 맡겨놓고 절대 망하지 말고 절대 중단하지 말고 쓸만하게 잘 해달라고 요구하고 허락할 필요가 있을까?



7. 자, 답은 나왔다. Blockchain based Decentralized map을 만들어보자!


우리는 blockchain 기술과 token economy를 이용하여 현 인류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사용하게 될 decentralized map platform을 만들어 혹시 있을지 모를 외계 침략에 대응하기로 했다.

우리는 지난 3년동안 오프라인데이터의 더미 속에서 사업을 유지하고 기술을 개발해왔다.

우리는 허황되거나 아직 없는 기술로 푸른 꿈을 꾸지 않는다.

바로 지금부터 우리의 기술로 모두가 함께 만들기 시작할 수 있는 제3세대 지도를 설계하고 있다.


[Decentralized MAP LOCA] 시리즈에서 우리의 고민과 질문, 해법과 진행사항을 기록해나갈 것이며, 여정이 완료되는 순간 포스팅이 모여 우리의 백서가 될 것이다.


어떻게 시작하고 있는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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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yul님의 엄청난 필역이네요!

업보트 해드렸습니다. ㅎㅎ

완전 흥미진진 하네요! 풀보팅+리스팀+팔로우 3종 세트 넣어드리고 갑니다.

로플랫,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

멋지고 기대됩니다~

우왕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입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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