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한국에서 인디밴드로 산다는것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어제월급.jpg

+_+

지난 12월에 공연이 끝나고 페이 봉투를 받고 감동받았다.
이게 반년만의 페이인가?
봉투를 열어보자 들어있는 칠만원.
생각보다 많은 액수에 놀라서 멤버들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는 세명으로 나누기 애매한 금액이니까 추후 녹음할때 공금으로 사용하기로 한다.
이후 멤버끼리 주고받은 이야기는
'' 어쩔라고 이렇게 많이줬대. 이거 다 받아도 되는건가..? ''였다.

+_+

우리는 데뷔한지 이년이된 평균연령 28세, 갓 신인을 벗어난 홍대 인디밴드이다.
작년 초에 첫 EP 앨범을 발매했고 300장중에 150장이 연습실에 쌓여있는.
소위 말하는 무명밴드이다.
오늘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멋진내.jpg
(사진은 공연중에 찍힌 멋진 내모습이다 ^^)

+_+

**젠트리피케이션 ( gentrification) **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홍대앞이 볼모지던 시절 온갖 예술가들이 모여들었고 홍대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90년대말, 00년대초엔 소위 이런 '인디'문화가 힙한 문화처럼 여겨졌고 그들만의 인디씬을 형성하고, 그들만의 상권을 형성했다.
사람들이 자주찾는 곳엔 돈이 따르기 마련.
어느 새 특성있던 홍대 가게들, 각종 장르별로 있었던 라이브클럽들, 화방들은 치솟는 월세로인해 변두리로 몰려나고 홍대 중심지엔 체인점이나 계절별로 간판을 갈아대는 업장만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멋진살롱.jpg
(이사진도 공연중에 찍힌 멋진 내모습 ^^)

+_+

언제부터인가 홍대에는 유행하는 복장의 사람들이 많다 .
개성이 아니라 특이한 패션도 유행이되고 듣는 음악도 유행처럼 흘러간다.
소위 '인디뮤지션' 이라고 하는 친구들이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면 우리같은 밴드맨들은 귀를 막는다.
비뚫어진 마음속으로 질문한다.
'자기노래 하나 쓰지 못하면서 무슨 뮤지션..? '
'가사하나 외우지 못해서 악보보고 하려면 그냥 노래방에서나 부르지'
등등

+_+

버스킹에 관한한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나는 버스킹이 현재 상영하는 영화를 만인에게 틀어주고 자율기부 받는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돈내고 영화관에 가서 보고, 음악도 듣고싶으면 공연장에가서 정당한 대가를 주고 듣는게 맞다.
그게 예술의 가치를 존중하고 적게나마 예술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예원이팩터.jpg
(공연장에 들고다니는 나의 장비들)

+_+

밴드들의 생활.
홍대에 있는 소위 인디밴드들은 거의다 생업을 가지고있다.
따로 일을 해서 돈벌이를 하지 않는 잘나가는 분들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정도.
몇년째 옆에 있는 내 짝꿍은 사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의 락스타였다.
짝꿍의 음악을 들으며 나도 락스타의 꿈을 키웠고 지금도 정말 닮고싶은 뮤지션이다.
가끔 공중파도 나온다..(오..오늘도)
홍대에서 인디밴드 생활을 하기 전,당연히 외국처럼 헬기타고다니는 락스타 생활은 못해도 음악으로만 먹고살 수 있을줄 알았는데 .. 짝꿍은 꾸준히 생계유지를 위해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나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이었다.


+_+

예원맥.jpg
(평소 음악작업을 하기위해 구매한 - 맥북에서 밖에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는다- 맥프로 레티나)

+_+

자꾸 돈으로 궁상떠는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지만 문화의 흥망성쇠에 자본의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다.
위에올린 사진 두개는 나의 음악 장비들이다.
정말 인디 of 인디스러운 장비들임에도 불구하고 저것만으로 수백단위이다.
이외에 일주일에 한두번씩 연습실을 빌려 모여서 합주하는것 , 공연장에 이동하고 장비를 바꾸고 앨범을 녹음하고, 발매하고 등등.
옛날부터 집에 예술하는 사람 있으면 기둥뿌리 뽑아먹기 좋다고 어른들이 혀를 끌끌 찼는데 왜그러는지 예술가들 주변에 어슬렁거리면서 깨닫게 되었다.
음악생활? 을 유지하기위해 우리는 본업이 필요하다.
솔직히 직장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별로 한것도 없는데 피곤하다.
그러나 생업마저 포기하고 음악에만 몰두하는 존경스러운 뮤지션들도 많아서 , 같은무대에 설때 피해주고싶지 않아서 틈틈히 연습하고 작업한다.

이게 악순환이 되어서 생업의 피곤함 - 연습의 나태함 이 반복되는 것 같다.


럭스.jpg
(10여년전. 공중파에서 바지를 벗은 밴드를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_+

문제는 수요와 노출이다.
홍대의 음악이 흥했을 시절만 해도 '인기가요' 같은 공중파 순위프로그램에서도 인디 음악들을 다뤘었다. 밴드아이돌이 아니라 진짜 밴드가 음악프로그램에서 공연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매체에 노출되는 정도가 수요를 결정하는 . 수동적인 문화소비국가에서 티비와 멜론 차트가 아이돌과 힙합음악으로 가득 차있다는건 그만큼 수요가 적어진다는 의미이다.
아이돌과 힙합음악이 음악성이 뛰어나서 흥행하느냐..
는 위험하므로 함구한다.
이는 '닭이먼저나 달걀이 먼저냐' 라서 수요가 적어서 공급이 없는 것일수도... 무튼.
밴드음악을 듣고 감동받아서 음악을 시작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적어지는 것은 수요뿐만이 아니라 인디밴드의 '공급 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대중성이 있는 잔잔한 음악을 하는 밴드는 간간히 명맥을 이어가지만 내가하는 PUNK 같은 장르는 더이상 어린 친구들이 밴드를 시작하지 않는다.
아까 말했듯 평균연령 28의 우리밴드가 소위 '영맨'으로 불리는걸 보고 갓 밴드를 시작했던 나는 깜~짝 놀랐다.

+_+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ㅠㅠ
다음편으로 넘겨야겠다.
링크는 이런 인디음악계 상황을 개탄하는
WHATEVER THAT MEANS 라는 밴드의 Our Scene 이라는 곡이다.

가사에선 이렇게 노래한다.
**
Look around the show on Saturday night.

토요일 밤 공연에서 봐봐.

There's no one under 23.

23살 이하 아무도 없음.

Take another look and start to realize

또한번 보고 깨닫지.

That everyone's as old as me.

모두들 내 나이대야 (이분들 현재 서른 중반후반.. )

Asking all around
Why aren't there any kids.

왜 애들이 없냐고 이리저리 물어봐.

And no one really seems to know

아무도 모르는것 같아.

Probably just sitting at home feeding off the junk on the radio.

아마 라디오에서 나오는 정크 음악 들으며 집에 앉아있겠지.

And i know sometimes I wonder
IF its time to throw it all away.

가끔 난 고민해 . 이제 다 그만둬야할 때인가.

And i know sometimes I wonder.
How we'll keep our scene alive. ...

가끔 난 고민됨. 우리가 이 씬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

+_+
발해석에 대해서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_+

힘내라는 글이 많아서 추가합니다. ㅠㅋ
저는 밴드로는 안될것 같아서(?!) 본업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잘먹고 잘살고... 지내요
(또르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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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cat님 안녕하세요. 아리 입니다. @umkin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핫 진짜 감사합니다.!!!! 강아지 귀여워요..

음악하시는 분이셨군요.
예전에 밴드하던 아이들(?)을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삽니다.. 이젠 아이들이 아니고 결혼하고 가장들이 됐지요.

가정이 생기고 책임질게 생기면 솔직히 지속하기는 어렵죠 ㅠㅠㅋㅋ

꿈을 응원합니다..! 공연 전에 스티밋에 포스터올려주시고 단체밋업 및 공연후원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하하 그건 제가 부끄러워서 안됩니당...ㅋㅋ

친구가 인디밴드를 매우 좋아하는데 그 영향인지 요즘은 최신곡 인기곡을 듣는것보다 인디밴드분들의 노래를 찾아서 듣는 게 더 좋더라구요
꿈을 좇는 모습이 멋있으세요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ㅋㅋㅋ 좋은 노래 많이많이있어용

헬캣님 응원합니다!!!!
스팀잇이라는 창구가 배고픈 예술하시는분들에게 작은소통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생각이 드네요..(물론 물직적으로도요..)
인디밴드 참 좋아하는데..
앞으로 자주 들리겠습니다. !!

인대밴드 흥해라 !!!!!

저는 항상 배부른 돼지쪽에 속하지만...... 다른 진정한 음악인들 이야기를 써 놓은건데 막상 저라고 오해받으니 부끄럽네여 헤헤

응원합니다.
예전 홍대의 분위기와 클럽과 밴드를 좋아했었죠.
헬캣님 보러 언젠가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

캬캬 오시면 부끄럽지만 최선을 다할거에요

이야. 음악 하시는 분은 여기서 처음 뵙네요^^ 앞으로 자주 소통하길 바랍니다. 팔로우할게요. 지금 200팔로워 이벤트중입니다. 오셔서 퀴즈하나 풀고가세요ㅎ

퀴...퀴즈는 .... 오며가며 자주봬요

맨 위의 사진으로 밴드이름의 등 단초를 찾았군요 흐음 - 명탐정 포와르 - :) 언제인가 스팀잇에 음악 한곡 올려주시겠지요?
좋아하는거 하면서 잘먹고잘살면 좋겠는데요... 쉽지 않은 부분인가 봅니다..

ㄷ ㄷ ..... 명탐정이시네요!!

아니...!헬캣님 정말 너무나도 멋지십니다!!기회가되면 꼭 공연하시는모습 보러가보고싶네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ㅋㅋ감사합니다.!!! 사실 멋지진 않습니다. 쿰척

다음공연 언제죠??

비밀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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