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ballet] 발레 지젤 Giselle (part 2)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번에 못다한 발레 작품 지젤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떠오르는 다른 포스팅거리가 생겨도 전에 마무리 안 된게 찜찜해서 이걸 끝내기 전까진 아무 것도 못 적겠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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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https://goo.gl/images/MUAXdW

지난번에 지젤 1막 내용 말씀드린 것은 기억하시나요? 우리 가여운 지젤이 결국 알브레히트에게 처참히 배신당해서 문자 그대로 심장이 아파 듀금...으로 끝났는데요.

2막 내용은 1막에 비하면 좀더 단순합니다. 하지만 발레의 아름다움으로 치면 2막이야말로 정말 그 아름다움의 정수...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발레 블랑(ballet blanc)', 혹은 '백색 발레'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발레 블랑은 화이트 발레, 말 그대로 백색 발레라는 뜻인데요. 말 그대로 흰색의 튜튜를 입은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운 군무가 나오는 발레 작품을 가리킨답니다. 발레 블랑에 해당하는 작품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3대 발레 블랑에는 <백조의 호수>, <지젤>, <라 바야데르>가 꼽힙니다.

이쯤 되면 지난번 지젤 1막 포스팅에 첨부한 영상을 보신 분들은 이상하게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영상은 아름답긴 했지만 대체 뭐가 백색이고 화이트란건지..말입니다. 지젤이 발레 블랑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지젤 2막 때문입니다. 위에 3대 발레 블랑 작품으로 꼽힌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조의 호수>에도 여러분들이 흔히 생각하시는 백조들이 나와서 군무를 보여주는 발레블랑의 장면도 있지만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드레스 의상을 입고 나와서 궁전에서 무도회를 하는 장면도 있고, <라 바야데르>라는 작품에도 또한 발레블랑의 장면이 있지만 또 다른 장면에서는 인도 궁전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도 있답니다.

그리고 지젤 2막의 발레 블랑은 정말... 너무 아름다워요ㅠㅠ 아니 백조의 호수도... 아니 라 바야데르도.. 그냥 다.. 다 정말 너무너무 아름다워요ㅠㅠ 괜히 3대 발레 블랑으로 손꼽히는게 아니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가 없네요.ㅠㅠ 오늘 본문과 함께 소개해드릴 부분의 영상을 찾다가... 도저히 부분 부분만 나와있는 영상에서 고를 수가 없어서 그냥 2막 전체 영상을 들고와버렸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지젤 2막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장면은 어두운 밤 스산한 무덤가로 바뀝니다. 1막에서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지젤의 무덤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흰 그림자들이 어른어른 나타납니다. 윌리(wili)들과 그 여왕 미르타입니다. 윌리들은 다들 지젤처럼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상처받아 죽은 처녀들의 령입니다. 한마디로 처녀귀신;;;들인 것이지요. 남자들에게 한을 품고 죽은 이들은 그 숲속 무덤가를 지나는 남자들을 홀려서 밤새 춤을 추게 만들어 지쳐 쓰러져 죽게 만듭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이들은 신입 윌리가 된 지젤을 맞이합니다. 이 때 지젤이 윌리로 다시 태어나는(?) 장면이 아주 짧게 지나가는데 전 개인적으로 그 부분 아주 좋아한답니다...(아래 영상에서 1:11:28부터)

그리고 알브레히트가 지젤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며, 또 뒤늦게 본인이 지젤을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깨닫고 지젤의 무덤가에 꽃을 들고 나타납니다. 여기에서 알브레히트는 지젤의 환영을 보게 되지만 그녀는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알브레히트는 계속 지젤을 쫓아갑니다.

그러던 중 이번엔 지젤을 짝사랑하던 사냥꾼 힐라리온까지 이 곳에 나타납니다.(너네 여기서 정모하니) 그리고 힐라리온은 결국 윌리들에 의해 저주에 걸려 쉬지 못하고 계속 춤만 추다가 지쳐 쓰러져 사망.....합니다. (춤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자, 이제 알브레히트 차례입니다. 윌리들과 그들의 여왕 미르타는 알브레히트에게도 죽으라며 저주를 내립니다.(영상 속에서 미르타가 양 손을 주먹 쥐고 손목을 교차하여 아래로 향하게 하는 마임이 바로 죽음을 의미하는 동작입니다) 하지만 우리 착한 지젤은 알브레히트가 사실 본인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를 차마 죽게 내버려둘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미르타에게 간청도 하고, 알브레히트를 보호하며 함께 춤을 춥니다. 그렇게 지젤이 밤새 알브레히트를 보호하려 노력한 끝에, 시간은 흐르고 새벽이 밝아오며 멀리서 아침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들립니다. 결국 윌리들은 날이 밝아오자 사라지고, 지젤 또한 사라집니다. 그리고 알브레히트만이 무덤가에 홀로 남아 애통해하며 막이 내립니다.


어쩌면 알브레히트 때문에 죽은 지젤이 다른 윌리들처럼 원한을 품고 알브레히트에게 복수하는 내용이었다면 그저 흔한 막장극 중 하나로 끝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 지젤은 자신을 죽게 만든 사람임에도 그를 용서하고, 또 본인의 사랑을 지키며 그 사람의 목숨까지 살려냅니다. 범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숭고한 사랑의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막도 사실 이야기가 복잡하지는 않았는데 2막은 그보다도 더 단순하지요. 하지만 2막은 정말로 다른 군더더기 없이 발레의 아름다움을 집약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위에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오늘 영상은 부분 부분 편집된 것이 아닌 전막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2막은 **52분 40초**부터 시작됩니다.

지난번 편에서 소개해드린 지젤 매드씬 공연의 전체 편인데요, 마찬가지로 최고의 발레리나, 발레리노인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로베르토 볼레 주역의 이탈리아 라스칼라 공연입니다.

지젤과 미르타, 윌리들은 모두 령입니다. 이 땅의 존재가 아니지요. 그래서 그들의 춤을 보면 정말로 마치 이 땅의 존재가 아닌 듯, 정말 그냥 허공을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특히 주역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표현은 정말...하.. 뭐라 말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파트너인 로베르토 볼레 또한 정말 최고의 파트너링을 보여주지요. 그 어떤 부분에서든지 자하로바가 편안하게 발란스를 잡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발란스를 넘어가서 표현할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본인 또한 완벽한 라인을 단 한순간도 흐트러트리지 않고 보여줍니다. 볼레 덕분에 자하로바는 정말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진정한 윌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군무 또한 정말 문자 그대로 예술입니다. 저는 보다가 숨이 막히더라고요. 내용과 별개로 오직 그 아름다움만으로도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은 극한의 아름다움과 절제와 컨트롤입니다. 믿기지가 않네요.

1:22:35 부터 시작되는 부분은 정말 그 중에서도 백미입니다. 알브레히트를 향해 죽음의 저주를 내리는 미르타, 살려달라며 간청하는 알브레히트와 그를 보호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지젤인데요.
특히 1:24:23부터 나오는 지젤의 춤은 음악과 함께 아주 유명한 장면입니다. 그 중에서도 1:25:12~15초까지 나오는 포즈는 일명 '지젤 라인'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선의 대명사입니다.

또한 ** 1:28:43** 부터는 점프가 많이 들어간 동작들로 춤이 넘어가는데, 특히 ** 1:29:55** 부터 지젤이 보여주는 연속 앙트르샤는 정말 너무 힘든 동작인데 너무 쉬워보이게 정말 중력과는 상관 없는 존재인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춤을 춥니다.

1:31:11부터 나오는 알브레히트의 솔로는 콩쿠르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바리에이션입니다. 돈키호테의 바질 바리에이션 같은 화려함은 덜하지만 귀공자의 품위가 흐르는 춤이지요.

그리고 1:34:24부터는 알브레히트가 저주에 걸려 계속 춤을 추는 것을 나타내는 앙트르샤 씨스 부분인데요. 몸을 꼿꼿하게 세운 채로 공중에서 발을 세번이나 교차해서 바꾸는 점프동작입니다. 발레리노마다 다르긴 한데, 여기서 볼레는 심지어 팔은 이용하지도 않았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그 부분이 길게 이어지자 관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오네요.

이쯤하면 대략 핵심적인 부분들은 짚어드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되신다면 전체 영상을 한번 쯤 보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그리고 여유가 되신다면 이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실제 공연장을 찾아서 그 생생한 감동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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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원더리나님! 덕분에 지젤 발레에 대한 상식이 생겼어요~ 유후! 발레 블랑이 뭔지도 알게 되고 ㅎㅎ 동영상 부분마다 설명도 자세히 넣어주셔서 진짜 편하게 봤어요! 그런 게 생각보다 정말 일인데 글 작성하는데 시간 오래 걸렸을 것 같네요ㅜ 어릴 때 발레 배울 때 백조의 호수의 가장 유명한 부분 있죠 그 부분을 배웠었는데 ㅎㅎ 아직도 조금 생각나요. 원더리나님 언제 한 번 백조의 호수도 소개해주세요~!

우와 백조의 호수를 직접 배우셨군요! 어떤 부분을 배우신건지 궁금하네요! 솔로작품 부분이었나요 아니면 군무나 그룹작품 부분이셨나요? 솔로면 오데뜨 아다지오 아니면 흑조 솔로바리에이션이었을 것 같구.. 아님 네마리 백조 (네 명이 일렬로 서서 손 잡고 발맞추는 작품)이었을까요? 아니면 아예 여러명이 줄맞춰 아름다운 군무를...? 전 백조의 호수도 너무 너무 너무 좋아해서 어떤 한 부분만 콕 집어서 못 찾겠어요! ㅠ 정말 다음에 백조도 소개 해드려야겠어요 아마 지젤보다 더 길어질 것 같긴 해요.. 소개해 드릴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요.....ㅋㅋㅋㅋ 동영상도 봐주시고 역시 앤소피님은 사랑입니다...♡

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ㅠ 제가 발알못이라.... ㅠ 그래도 보팅은 하고 가요~ ^^

아이고 제가 글을 너무 어렵게 적었나 봅니다 ㅠㅠ 더 쉽게 적지 못해 죄송하고 보팅 감사해요! 다음 번 글부터는 조금이라도 더 쉽게 읽으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

정말 아름다워요 ㅜㅜ 그리고 저정도로 아름답게 표현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연습을 했을까 생각하면...!
저는 발레보다는 클래식 연주회를 주로 보는 편인데, 이렇게 설명해주신 걸 읽으니 발레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

아 그리고 제가 원더리나 님을 7일간의 흑백사진 챌린지에 지명했어요! 괜찮으시면 같이 해요 ㅎㅎ

어머나 셀레스텔님 감사합니다! 한 분이라도 제 글을 보시고 발레공연을 보러가실 맘이 드셨다면 제가 쓴 글은 성공인걸로....ㅎㅎㅎ 저도 연주회도 좋아해요! 전 사실 다 좋아해요 연주회도 오페라도 발레도...ㅎㅎㅎ 클래식을 좋아해서요! ㅎㅎ
챌린지 지명도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저도 열심히 동참하겠습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의 아름다움을 느끼실 수 있다는 게 부럽네요...
발레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ㅎㅎ
설명을 읽는 것만으로도 없던 감정이 솟아날 것 같아요!

앗 제가 너무 티를 냈나봐요... 발레에 대한 제 덕심을.......... ㅎㅎㅎ

불금이 기다립니다!
짱짱한 불금!

감사합니다 오치님~(꾸벅)

읔 진짜 대단합니다!!!!!
자신을 죽게만든 사람을 용서하다니 지젤은 어떤 마음씨를 가진거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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