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한 동그라미- 나2

in #kr-overseas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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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용서해, 고마워, 사랑해)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가득히 내 눈으로 들어와 눈을 감으면 난 마치 해 중앙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했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는 아주 따뜻한 볕이 사르르 내 눈을 통과해 나에게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넣어주는 것 같았다. 꼭 그 시간이어야만 하는 그런 온도의 햇볕. 그 시간의 그 볕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거다. 그 볕을 받으며 창문을 열고 시작하는 식물들과의 눈 맞춤. 그리고 속삭이던 말 사랑해. 고마워

망고, 감, 금귤, 레몬, 오렌지...많은 식물이 씨앗에서부터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식물들과 함께 있으면서 서서히 정신이 들었을 때 나를 찾아오는 건 칼날 같은 기억이라는 고통이었다. '차라리 미치기라도 하지.' 미치지도 않고 나에게 찾아오는 수류탄 파편들. 피하고 싶어도 피해지지 않는 살아 숨 쉬어 나오는 기억들...

나의 정성에도 죽어가는 식물들이 나왔다. 그 식물들을 보며 '제발 살아다오' 라는 간절함에 나도 모르게 '미안해' '용서해' 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멍하니 넋이 나갔다.

나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부터 나를 용서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빠는 왜 그렇게 가셔야 했는지...
왜 나는 여기에 있어야 했는지... 나는 왜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를 못 했는지... 나를 어디에 놓고 용서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그저 내가 미웠다. 전부다.
식물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나왔던 그 한마디를 왜 나에게는 못하는 걸까? 나도 죽어가고 있는 거 같은데...
바뀔 수 없는 사실들... 왜 아픈지, 어떤 상황에서 왜 내가 힘들었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바뀔 가능성 비록 지금은 아프지만, 내일은 아파지고 싶지 않다는 거.

살아 숨 쉬며 날까로운 칼날로 나를 찌르며 난도질을 하는 기억들이 살아 나올 때마다 나는 식물에 했던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용서해'.
기억에 대한 용서. 그리고 나를 그 아픈 상황에 두어야만 했던 나에 대한 용서. 나를 먼저 용서해야 너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먼저 용서해야 아빠를 그리워하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아픈 기억이 떠올려질 때 마다 반복했다. 아픔이 사라지지는 않아도 흐려질 수 있을 때까지...
미안하다고. 용서하라고.
안 괜찮은 것이 당연하니까 아주 아프고 일어나자고... 그리고 내가 다시 일어났을 때는 절대 더는 지금 아픈 일들로 나를 괴롭히며 아파하지는 않을 거라고...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과연 나는 아픔의 시간을 얼마를 줘야 하는 걸까? 내가 주려고 하지 않아도 어차피 내 시간을 가져가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 이번에는 나의 이름까지 넣어 말하기 시작했다.
'나의 행복한 동그라미' 미안해. 그동안 너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인제 그만 용서해. 고마워. 아주 많이 사랑해' 라고...
그리고 아빠에게... 아빠 죄송해요. 용서해요. 사랑해요. 많이 감사해요.
그러다가 이제는 두 팔로 나 자신을 안으며 말하기도 했다. 미안해. 용서해. 그리고 고마워. 사랑해

나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다. 아니 어쩌면 지독히 자기애가 강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기 위해 끝없이 미워한 나를 용서해야 했고, 내가 살기 위해 너를 용서했고, 내가 살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닫아야 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 시간 속에서 무너져 버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과정이었을 거다.

내가 숨을 쉬게 되었다 생각했을 때... 나는 다시 건강을 잃었고, 그 상실감은 나를 다시 서서히 미치게 했었다. 그리고 건강을 비롯해 소중한 사람들을 함께 잃었다.
행복하기에도 인생이 너무 짧다고 느낀 것은 내가 지독하게 아프고 소중했던 많은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잃고 나서였던 거 같다. 보이고,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 그것들이 없을 때 내 삶이 얼마나 황폐해지는지 내 삶이 얼마나 슬퍼지는지 알게 되는 길고 긴 시간들이었는지도....

어느날 내가 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바람처럼 사라지게 되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하루를 살고 싶어서 마음과 정성을 나에게, 또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또 내 주변 사람에게 쏟는 것이 어쩌면 나의 이기심이라 해도 조금이라도 후회를 줄이려 애쓰는 거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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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사이클님 오랜만이예요!
간만에 와서 정말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연애중이라 바쁘신데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진심 감사해요~
이쁜 사랑 이어가시고요~ 많이 많이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0^

myhappycircle님 오랜만이네요. ㅎㅎㅎ
1편부터 보고 왔습니다. 동그라미 안에 있던 미움과 아픔들은 다 내보내신거죠? 가끔 동그라미를 끊어놓고 비워내고 다시 묶어 채워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동그라미안에 행복만 가득하시길.

이터널라이트님 안녕하세요? 1편 부터 보아 주시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도 동그라미 안에 행복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 그렇겠지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댓글이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스스로를 이기적이라고 여기며, 자책하시는 분들중 대다수는 좀 더 이기적이실 필요가 있으신 분들일거라고 생각해요.
더더군다나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챙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0

마법 소금님 따뜻한 위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인생이 가끔 참.... 잘 모르겠어요 ^^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댓글이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영화, 이 장면, 이 대사....그리고 로빈이 떠오르네요...
로빈 아저씨도 보고 싶어집니다...

저에게도 저렇게 말해 줄 수 있었던 사람이 필요했을 거에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들으니 울컥 ㅠㅠㅜㅜㅜㅜㅜㅜ
정말 큰 위로가....ㅜㅜ 감사합니다. 쟈니님.
편안한 밤 되시고요. 행복한 내일 되세요.

생과사를 겪으면 마음이 아프지만 배우는게 있죠.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ㅎㅎ

울곰님 안녕하세요?
인생이 그런가 봅니다...

지난 글에 분명 지금은 행복하다고 하셨기에..
더이상 글을 보며 걱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
흐음 저를 안아주며 다독거려준 게 언제였는지 전 기억도 나지 않네요.
저도 참 이기적인 사람인데..ㅎ
이런 글들이 아마 마이해피서클님을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이겠죠? ^^

미술관니이임~ 호주 여행에서 다독거려주시고 안아 주신거 아니셨나요?
호주 여행기 읽으면서 많은 위로들은 미술관님에게 하시는 위로 같던데... ^^ 제가 주제넘게 ^^ 죄송합니다. :)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주제 넘기는요 ㅎ 호주여행으로 얻은게 많긴 한데 제대로 안아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ㅋ
마이해피서클님두 감기 조심하세요~ 바쁘신데 아프시기까지 하면 아니되옵니다 ㅎ

나를 위해서라면 조금은 이기적이 되어도 좋을 거 같아요. 나를 위해서라면요.
너무 많이 아프지 않기를. 너무 많은 시간 아파하지 않기를. 너무 후회하지 않기를. 그만큼 더 큰 사랑 하시기를.

쵸코님!!!!!!!!!!!!!!!!!!
건강하시죠? 잘 지내시는 거죠?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따뜻한 위로의 말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충분히 아팠으니 앞으로 더 많이 행복하겠습니다.
감사해요. 한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건강하세요~

해피써클님. 조금 늦게 찾아왔죠 ..
전 포스팅에서 지금은 행복하시다고 하셔서 글을 읽고 느낀점만 이야기 하려구요.
많이 이기적이셔도 괜찮아요. 우리 모두는 날 사랑할수 있는 자격이 있잖아요.^^
식물을 접한건 해피써클님에게 좋은 계기였던것 같아요. 식물을 통해 나를 보고, 나에게 사랑과 용서를 구하는 교감의 모습을 보면서 해피써클님은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걸 알았어요 :)
해피써클님은 그 식물과 햇빛처럼 따뜻한 사람이에요:)

늦으시기는요. 제가 오히려 매번 너무 늦는데 ㅠㅠ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라나님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게 부끄럽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라나님도 언제나 행복하시고요~ 건강 꼭 잘 챙기세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동그라미 안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 흘러넘치길 바랄게요. 그래서 주변까지 환하게 비춰주길.
사랑해요, 고마워요. :)

와락!!!!!!!!!!!!!!!!!!!!!!!!!!!!
브리님!!!!! 안녕하시죠? 잘 지내시죠? 에고 제가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ㅠㅠ 건강하시죠?
감사해요 브리님. 브리님도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건강 잘 챙기세요. ^^

자기 자신과 온전히 마주 보는 건
사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예요
하지만 꼭 해야할 일이지요

내가 나를 끌어 안고 다독여주는 시간
나의 잘못된 것들을 반성하고 용서하는 시간.......그리고 나를 정말로 사랑해줘야 하는 시간.....내가 나와의 관계를 풀지 않으면 진실로 행복해지기는 어려우니까요

잘 하셨어요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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