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고 싶니?

in #kr-overseas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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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니?
어릴 때 흔히 듣는 이 질문에 무엇이 되고 싶다고 꿈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말하는 친구들이 신기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해서 이 질문에는 항상 대답을 못 했다. 왜? 라는 물음이 이어서 생기게 되고 그 왜? 라는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으니 되고 싶은 꿈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은 '화가' 였다. 그 어린 나이에 무엇을 알까?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 좋았고,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화가라고 부르고...

왜 그랬을까? 나는 내가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꼭 화가가 되는 것으로 여겼다. 예를 들면, A라는 친구가 ‘나는 의사가 꿈이야. 커서 의사가 될 거야’ 라고 말을 하면 나는 내 친구 A가 의사가 되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내가 ‘화가가 꿈이야’라고 말을 하면 꼭 화가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겼기에 그 말을 쉽게 하지 못하고 가슴에 두고, 계속 생각해 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정말 화가가 될 것인지 그 어린 나이에 내가 할 수 있는 고민이란 고민을 다 끌어다가 하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고민과 생각들을 거쳐 내 가슴에 깊게 새겨져서 더 이상 빼어낼 수 없을 때쯤 드디어 그 말은 내 마음에서 내 목을 타고 입으로 나왔다.

상당히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따뜻한 햇볕이 마당 가득 내리쬐던 초여름 어느 날, 나는 푸른 나무가 가득한 숲속에 하얀 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던 수채화를 보며 마룻바닥을 닦고 계시던 엄마에게,
"엄마, 저 크면 화가가 될래요. 화가가 꿈이에요" 라고....
그래, 어쩌면 나는 그 말을 그때 하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니다. 더 오래 가슴에 두지 않고 그때 말 한 것이 잘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내가 들은 말은 ‘여자가 무슨 그림이냐' 였다. 그 뒤에 이어지는 말씀은 '아니 우리 집 딸들은 왜 하나같이 다 그림을 그리겠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네 큰 언니도 너만 할 때 그림 그리겠다고 해서 아빠가 얼마나 말린 줄 아니. 여자가 그림 그려서 굶어 죽지. 어떻게 살겠다는 거니'. 그 말씀에 나는 큰 언니가 나와 같은 것을 원했다는 사실과 여자가 그림을 그리면 굶어 죽을 정도로 가난하게 산다는 것, 그리고 그런 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부모님이었다.

따스한 햇볕이 갑자기 얼음처럼 너무 차갑다고 느꼈다. 내가 그린 수채화 속 폭포가 나를 대신해 폭풍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방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은 언니가 나와서 그림 그린다고 아빠에게 혼이 난 이야기들을 했다.

그 후로, 학교에서 부득이하게 그려야 하는 과제 이외에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쳐다보지도 않으려 했다. 학교 과제 또한 영혼 없는 그냥 빵점을 면하기 위한 과제 제출만 했을 뿐이었고, 자발적인 스케치조차 더 이상하지 않았다. 마치 ‘그림이 뭔지 몰라’ 그런 아이처럼...
화가가 꿈이라고 말하기 전에 사랑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전기를 읽고 며칠을 울며 책을 안고 잠이 들었었던 나는 그 책을 눈에 띄지 않는 다락방 짐 속에 깊숙이 숨겼다. 내가 화가가 되고 싶었다는 기억조차 완벽하게 잊으려고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던 거 같다. 그때는 그게 아픈 건지 뭔지도 몰랐다. 한참 지나서 그림을 보면 전혀 슬픈 그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 가슴 한쪽이 묵직해진다고 해야 할까? 마치 시퍼렇고 검게 멍이든 부분을 누르면 아프듯이 그런 아픔이 내 심장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거 같았다. 그래서 계속 더 피했다. 꽤 오랜 세월 아프지 않을 때까지...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 지금은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림을 보는 것이 하나의 행복이고 즐거움이죠. :)

그동안 대문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면서 스팀잇을 했으니 저도 참 답답하죠. 처음 쓰는 대문 이미지에 그동안 한 번도 자세히 꺼내 보지 않았던 어릴 적 꿈을 꺼내 보고 이제는 그리고 싶어도 그릴 줄을 몰라 못 그리는 저의 그림 이야기를 놓고 싶었나 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아름다운 대문 만들어주신 @kyunga님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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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가 경우에 따라선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하고 있는 대화를 으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난 다른건 몰라도 자연 과목은 너무 재미있어..." 그 말이 뭐라고, 저는 "자연...? 재미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자연시간에 집중을 하게 되었는데, 고등학교때까지, 과학과목은 줄곧 만점을 받았고, 전공도 과학분야로 했네요.(대학와서는 논다고 공부는 안녕이었지만..ㅋ) 어려운 시절, 생존이 우선이었던 부모님 세대들은 취업잘되고 돈잘벌고 출세하는직업이 우선이었던 시절의 영향이 컸던것 같습니다. 외교관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 저에게 커서 외교관 되라는 저의 부모님 말씀이 떠오르네요...외교관이라...전 공무원체질이 아니어서 안 한걸로..ㅋㅋㅋ (실은 실력이 없어 못한거지만요...^^;;;)

와~ 쟈니님 자연 과학 잘 하셨군요!!! 전공이 과학분야 이신 줄 몰랐습니다.
한국의 과학계가 또 아까운 인재를 놓쳤군요.
외교관도 잘 하셨을 것 같은데요. ^^ 인기 많으셨을 것 같아요 ㅋㅋ

꿈은 꿈이고, 나는 그것을 공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꿈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림 잘 그리시는 분들 너무 부러워요 :)

저도요 ㅠㅠ 그림 잘 그리시는 분들보면 대단하다 싶어요. ^^
@nosubtitle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그런아픈기억이 있는듯 해요 아마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컸을꺼에요 어쩜 가려진 커튼뒤로 숨겨졌을 마음에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 할수있는건 시간이란 세월때문이겠죠 자주소통해용

@suran님 안녕하세요?
시간이 오래 지나서 이젠 꺼내볼 수 있는 건 같아요. 여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네요 ㅎㅎ
방문해 주시고 긴 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저는 꿈이 고고학자였어요. 근데 주변에서 겁을 많이 줬어요. 먹고 살기 힘들다. 그래서 흔한 직장인이 되었고, 먹고만 살 정도로 살아갑니다.

@machellin님 안녕하세요? 크... 고고학자 너무 멋있는데 말이죠. ㅠㅠ
저도 그냥 평범한 직장인 입니다. :)

지금도 늦지 않은거 같은데요? 행복동그라미님??

생각해보니 저도 꿈이없네요 하하하

꿈이라면 그저 돈 많이벌고 제 사람들이 행복한거 ?? 캬캬캬

저도 지금은 꿈이 없어요. 그냥 저도 제 사람들이 행복하면 좋겠어요. ^^

@whynotdoit님 사람들은 이미 행복할 것 같아요. ^^ 할머니이야기 감동이었거든요. 행복하실 것 같아요. ^^

마추픽추에 가니까 저희 할머니보다 나이 많으신분들도 많이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할머니 대리고 다시 동남아 여행 가볼려고 합니다 해해

비트코인이 올라줘야할텐데 말이죠 ㅠㅠ

@whynotdoit 님 할머니랑 꼭 다시 여행 갈 수 있으시게~~
기를 모아모아서 비트코인 가즈앗!!!!! :)

저 달그림 좋네요.
투 더 문~

@bumblebee2018님 안녕하세요. 저도 달 좋아해요.:)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전에 한 번 언급하셨던 그 얘기군요. 지금 아프지 않으시다니 다행입니다. 해피서클님이 사랑하는 반 고흐도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으니 혹여 다시 꿈을 꾸신다 하면 전력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보는 것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찾는 걸로 남겨두신다 해도 괜찮습니다. 언제나 해피서클님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 :)

반장님~~ 언제나 제 삶을 응원해 주신다니 기분이 좋아요. ^^ 너무 즐겁습니다~
이렇게 꺼내 놓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마음이 떠났기 때문에 그런거 같아요. ^^ 그래도 조금이라도 그려 보고 싶은데 ㅋㅋ 백지를 보면 두려움이 먼저 앞서서 그냥 보는 걸로 만족해요. ㅎㅎ
감사합니다~ 펜 반장님~^^~

부모님의 한마디가 치명적이군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글 읽는 맛이 나네요. 그림뿐만 아니라 글에도 소질이 있으신가봐요~

꺅!!!!!!!!!!!!!!! @etainclub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뵙는 거 같아요. 아 ^^ 어제 저도 피라미드 에너지를 읽고 왔군요. 저는 만들 줄을 몰라서 ㅠㅠ 못하겠어요. ㅠㅠ 나무젓가락으로 해 볼까 하고 보니 크기가 안 맞네요.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림 다음에 꾸었던 다음 꿈이... ^^

꿈에는 나이가 없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취미로라도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팔로잉하고 갑니다.

@puberty님 안녕하세요? :)
방문해 주시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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