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한 동그라미 - 나 I

in #kr-overseas6 years ago (edited)

myhappycircle_01.png

(몸부림)

어쩌면 울어야 했을 그날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연락을 받고 같이 살던 희야가 나를 데리러 왔을 때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고, 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황을 대충 눈치채고, 룸메이트는 제발 울기라도 하라고 나에게 말했지만, 눈물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울면 혹여 출근 날짜를 정하고 귀국하는 정든 친동생 같은 희야가 걱정이라도 할까 봐 그랬을까? 괜한 책임감은 여기에서도 나오는 걸까? 잘 모르겠다. 잘 우는 나는 또 이상하게 책임감이 얹혀지면 울지 않는 거 같기도 하다. (그래... 그래서 우리가 사고가 났었을 때 응급실에서도 나는 울지 않았고, 내 속을 모르는 너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나를 보고 너무 서운해했었지. 내가 울면 그 모습을 보고 네가 더 힘들고 걱정할까 봐... 내가 겁에 질려 무너져 내리면, 너는 더 겁이 나고 두려울까 봐, 놀란 심장을 꽉 부여잡고 나오려는 눈물을 어금니 꽉 깨물고 꾹꾹 참은 거였는데...)

그날도 같은 경우였을까? 아니... 그건 전혀 아닌 거 같다.
시도 때도 없이 잘 웃고, 울던 나였는데 왜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는지... 그 당시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왜였을까? 견디기 위해서였을까? 울기라도 하면 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견디기 위해 울지도 못한 것일까? 아니면 소리 내 울어버릴 힘도 없었던 것이었을까? 그래, 아빠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일어난 일에 눈물을 흘릴 힘조차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대신 마음을 닫았던 거 같다. 세상으로부터...

희야를 무사히 한국으로 보내고 쓸쓸히 혼자 이사를 했다. '사람' 과는 거의 말도 하지 않았고, (아니 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 몇 년 동안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가지 않았다. 일만 했다. 24시간 일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그렇게 나 홀로 있는 미국 땅에서 세상과 나를 최대한 단절시켰던 행위는 스스로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내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을까? 아니 그 이전부터였겠지...언제부터였는지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저 숨을 쉬기 위해 정신을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일하지 않을 때는 꾸준히 읽어오던 작가의 글을 찾아 읽었다. 어떤 계기로 그녀와 연결이 되었는지 그것이 기억나지 않는다. 미국에 살고 있었던 그녀와 우연히 이메일이 오갔다. 한국에서부터 이미 수년 동안 그녀의 수필를 읽고 있어서였는지 그녀가 너무 친근했고 전혀 어색함이 없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서로의 이메일 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출판 준비를 하고 있던 그녀는 매일매일 이메일로 나에게 글을 보내왔고, 나는 온 마음과 정성으로 매일 그녀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밤을 새웠다. 많은 어려움을 거쳐 그녀의 글이 무사히 출판되었고, 우리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귀국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소원도 이루었다. 나는 여전히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닫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한 채,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하루 말라 갔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완전 또라이가 따로 없었던 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듣지도 않는 나에게 끊임없이 와서 말을 걸던 조. 내가 듣든 안 듣든 유일하게 나에게 와서 말을 하고 가던 친구. 어느 날조는 그때 분명 물고기 이야기를 시작으로 낚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에 나오는 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아빠와 함께 마당에 나무를 심던 시절이 떠올랐다. 대추나무, 감나무, 밤나무... 아빠가 보여준 밤송이를 보고 기뻐 날뛰던 때... 내 숨으로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대신에 밤송이들이 심장에 마구 박혀 심장이 피를 흘리는 것 같았다.

아.버.지.

그리고, 그날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식물들과 함께 작은 흙 그리고 빈 화분이 나에게로 왔다.



  • 다 올리자니 너무 긴 거 같고... 자르자니 조금 짧은 거 같고... 그냥 여기서 자르고 다음 글 써서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밝은 글로 찾아오고 싶었는데 죄송하네요. ^^
    아주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금 아주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대문 만들어주신 @kyunga님 너무 감사해요~

Sort:  

지금의 슬픔이 아니라니 참 다행입니다. 오랜만의 글을 보는 반가움과 긴 터널 같은 아픔을 건너왔을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 양가의 감정이 드네요. 부디 그 아픔이 지금 더 단단한 해피서클님을 만드는 거름이 되었길요!

솔메님 안녕하세요?
제가 다음글을 다 쓰지를 못해서 엉뚱한 곳에서 자르는 바람에 ㅠㅠ 죄송합니다. 사건은 쓰지 못하고 감정만 전달을 해 드려서 죄송하고요. ^^ 지금은 아주 잘 살고 있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써클님!!~ 지금은 행복하시단 말씀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휴우~~~ ^^

감사합니다. 로사리아님~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곧 이어서 글 올릴꼐요. 쫌만 기다려주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해피서클님 글 너무나 오랜만이에요.
잘은 모르겠지만, (설사 그 당시의 일을 제가 안다해도 해피서클님이 얼마나 힘드셨을지를 알기 힘들겠지요) 그래도 힘든일을 견뎌내시고 지금 아주 행복하다고 말씀하실수 있는 상황이 되셔서 다행이라고,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바래요 :'0

소금님 ^^ 안녕하세요?
걱정끼쳐드려서 죄송해요. ^^ 지금은 잘 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 입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 글 곧 올릴께요. 마법소금님도 좋은 일이 항상 가득 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빈화분이랑 말이 뭔가 찡한 느낌이네요. 해피써클님 오랜만에 보네요. 무지 반가움요^^ ㅎㅎ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키는 동안 힘들었을것도 같고 외로웠을 것도 같고 뭔가 정리를 위한것 같기도 하고~ 타국이었기에 더 철저히 혼자가 가능했을거 같기도 하네요.
한편으로는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해피써클님이 과거를 회상할수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2기대하겠습니다!!!

집사님 안녕하세요. 그랬나봐요.... 타국이어서 더 저를 혼자 분리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정말 길고 긴 시간들 이었는데.... 다 지나 텅 빈 마음으로 이렇게 회상하며 글을 쓸 수 있으니 것도 너무 감사하네요...
그때의 제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따뜻한 위로의 말씀 진심 감사합니다.

힘들 때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늘 잊곤 하지만요.

펜반장님~ 안녕하세요?
그런가 봅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 인거 같아요. ^^

늘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무슨일이죠 동그라미님 ??????????

당장 당장 말씀하세요!!!

이미 수년이 지난 오래전에 지난 일들 입니다. 까미노 가기 전의 일들....
사실을 나열하지 못하고 감정만 전달을 해 드려서 죄송해요. 오늘 밤 바로 다음 글 이어서 올릴께요. :)
진님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하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아주 잘 살고 있어요. :)
아직 여행 중 이신가요?

이틀후에 한국에 돌아갑니다 캬캬!!

삼겹살 먹으러 갑니다 ㅋㅋ :)

그래도 다행이네요 다음편 빨리 가즈아

이틀후? 빠르시네요 ㅠㅠ 벌써..ㅠㅠ 캘리 안들리고 그냥 가십니까! ^^;;
삼겹살 ㅠㅠ 이제 먹방 올리시겠군요 ㅜㅜ 흑 ㅠㅠ

ㅎㅎㅎ 다음편 빨리 가즈아!! 너무 좋네요. 분발해서 쓰겠습니다!!!
감사해요~ ^^

센프란시스코는 이미 들렸습니다 ㅠㅠㅜㅜㅜ 그때 동그라미님이 한국에 있었던거 같은데 ??

근데 서부에 혼자 계신거에요??

샌프란을 경유 하셨었군요.
저는 가족들은 한국에 있죠 ㅠㅠ 저만 서부에 ㅜㅜ 친구들과 같이 살고 있어요.
지금 한국 가고 계신건가요?. 내일? ㅠㅠ 조심히 잘 들어가세요...

해피써클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글 읽고 많이 걱정했는데 지금은 행복하시다니 다행이에요. 그때의 힘듦과 슬픔들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느껴지는것 같아요. ㅜ ㅜ 토닥토닥..

라나님 안녕 하세요?
걱정 하셨다니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위로도 너무 감사해요. 라나님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myhappycircle님 어떤 일인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많은 아픔을 겪으셨었군요. 제가 해피서클님의 글을 쳥소에 제대로 읽지 않아서인지 항상 밝은 글들과 댓글만 봐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 행복하시다니 잘 극복하셨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네요 :) 응원합니다!

빔바님 ~ 안녕하세요?
아주 오래전 까미노 가기전의 상황들 입니다. 다음 글 곧 올릴께요. ^^ 엉뚱한 곳에서 자르는 바람에 ㅠㅠ 걱정끼쳐서 죄송합니다. 어려움 뚫고 지금의 예전의 저로 잘 살고 있어요. ^^
감사해요~

오랜만에 마이해피서클님의 글을 읽네요~~~
글이 슬퍼.. 요새도 많이 힘드시구나 생각하다가 마지막에 안도의 한숨을 ^^
지금 아주 행복하셔서 다행이에요~~~ ㅎㅎ
밝은 글이야 언제든 써주시면 되고 ^^
글을 이제서야봤네요..흑흑 앞으로도 시간되실 때 계속 글써주세요~ ㅎㅎ

에고... 미술관님 ^^ 오랫만에 오셨는데 슬픈 글을 올려서 미안해요. ㅠㅠ
걱정끼쳐드려서 죄송해요.
나의 행복한 동그라마의 가장 중요한 나를 쓰려다 보니 쓰게 되었어요.
사건이 아닌 감정만 전달을 해 드려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다음 글 바로 올렸습니다. 지금은 잘 살고 있어요. ^^
미술관님 편안한 밤 되시고 행복한 내일 되시기를 바랍니다.^^

흐음 이런 걸 자꾸 미안해하시니까 글 쓰기가 힘든 거 아닐까요?^^
편하게 쓰셔요~~~
전 너무 좋은데.. 왜 상대방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미안해하세욧!!!! ㅎㅎㅎㅎㅎ
잘 사신다는 거 끝에 적어주셔서 너무 편안하게 읽었습니다 ^^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셔요~~제발 ^^ 밤에 2탄 보러 갈게요~ ㅎㅎ

오랜만에 복귀 하셨네요.^^ 지금은 아주 행복하시다니 다행입니다.^__________^

울곰니임~~~~~~
잘 지내세요? 자주 못 찾아 뵈어서 죄송합니다.
다음 글 올렸습니다. ^^ 네 지금은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_________________^

Coin Marketplace

STEEM 0.28
TRX 0.12
JST 0.032
BTC 69947.15
ETH 3908.93
USDT 1.00
SBD 3.71